원자재값 ‘출렁’…충격 ‘일파만파’

미국 코네티컷주 그린위치에 근거를 두고 있는 대형 헤지펀드 ‘아마란스어드바이저스LLC’가 최근 천연가스 가격 급락으로 9월 들어서만 전체 운용자산 95억달러의 절반 가량인 46억달러를 날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충격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이 펀드의 설립자인 닉 마우니스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채권자와 채무 약정을 맞추며 우리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며 “(펀드를 유지하려면) 추가 증거금을 내거나 저당을 잡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해 펀드의 폐쇄 가능성을 내비쳤다.아마란스 펀드는 지난 2004년 이래 천연가스 시장에서는 여름철 인도분 선물가격보다 겨울철 인도분 선물가격이 더 높았다는 점에 착안, 앞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더욱 오를 것이라 예상하고 선물거래에 뛰어들었다. 지난 8월에는 이를 통해 26%의 이익을 봤다.천연가스 가격은 특히 봄가을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는 점을 감안, 가을 들어서 가격인상 쪽에 베팅하는 포지션을 훨씬 더 늘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8월까지만 해도 원유를 비롯, 거의 모든 원자재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며 끝 모를 상승을 지속할 것 같은 분위기가 지속돼 더욱 베팅 규모를 키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그러나 9월 들어 미국 에너지국의 천연가스 재고량 증가 발표 등에 천연가스 현물가격이 지난주에만 12% 급락하면서 아마란스는 큰 손실을 보게 됐다.관련업계에서는 원자재 중에서도 천연가스의 가격변동성이 가장 높아 어떤 상품보다도 ‘고위험 고수익’의 성격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운이 좋아서 가격의 움직임을 맞출 경우 단기간에 원금의 몇 배의 수익을 올릴 수도 있지만 베팅한 것과 반대방향으로 가격이 움직일 경우 순식간에 원금을 거의 모두 날릴 수 있다는 말이다.아마란스는 최근 천연가스 폭락세로 타격을 입은 두번째 헤지펀드다.앞서 뉴욕상품거래소의 로버트 콜린스 전 회장이 설립한 헤지펀드 마더락은 올 들어 무려 68%의 손실을 보고 결국 정리됐다.업계에서는 올 들어 지속된 원자재 붐에 편승, 수많은 헤지펀드가 원자재에 거금을 투자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9월 들어 진행된 급작스러운 원자재가격 하락으로 이중 상당수가 큰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이에 따라 향후 원자재가격 움직임과 관련, 자칫하면 대형 헤지펀드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만약 이런 사태가 현실화되면 지난해 GM과 포드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강등되면서 수많은 헤지펀드들이 도산했던 것과 유사한, 또는 이보다도 더 심각한 금융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보스턴대 재무 및 경제학 교수인 마크 윌리엄스는 이와 관련, “레버리지(차입거래)를 하는 헤지펀드들이 증발하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고 말했다.업계에서는 특히 일부 펀드에서 큰 손실을 본 것이 알려지면 투자자들이 잇따라 다른 펀드에서도 투자금을 인출하는 사태가 이어지면 금융권에 전반적으로 상당한 충격이 가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경우 지난 98년 파산위기에 몰리면서 월가를 강타했던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가 몰고 온 것과 같은 대혼란도 발생할 수 있다.월가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또다시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강화 목소리가 힘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 증권관리위원회(SEC)는 일정 규모 이상의 헤지펀드에 대해 등록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운용상의 세세한 규제는 하지 않고 있다.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은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헤지펀드가 위험성은 있지만 시장위험에 대한 헤지기능을 통해 금융시장에 균형을 맞춰주는 순기능을 하는 부분도 있다”며 직접적 규제에는 반대해 왔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의장 취임 후 헤지펀드에 대해 직접적 언급은 거의 하지 않았다. 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