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코스피 3000 간다’… IT 등 유망

지난 몇 년간 필자는 한국 주식시장이 최적의 인구구조와 기업구조조정을 바탕으로 장기 상승세에 진입해 있으며, 이 상승세는 2010년 이후까지 지속될 수 있음을 주장해 왔다. 최근 인플레이션과 미국의 경착륙 우려, 그리고 한반도 정세에 대한 불안감 등이 주식시장의 심리를 냉각시키고 있으나 필자의 장기 상승세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한 세기 전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은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종종 유사한 패턴을 연출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통찰력 있는 투자자라면 경제와 주식시장의 과거 패턴을 연구해 그 근본적 동인을 찾아내되, 이를 현 상황에 맞춰 재해석함으로써 새로운 투자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역사적 데자뷔 현상은 주식시장이 폭발적이고도 유사한 장기 상승세를 보였던 80년대 일본과 90년대 미국의 사례에서도 매우 명백하게 나타난다. 약 10년간의 차이를 두고 두 나라 주가지수의 정점을 기준으로 겹쳐보면 두 나라의 주식시장은 활황의 기간과 상승의 정도뿐만 아니라 심지어 거품붕괴 이후의 폭락과정도 너무나 유사하게 나타나 마치 자연현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그림1참조)그러나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 인구구조라는 자연적인 힘이 작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 유사성이 놀라운 사실만은 아닐 것이다. 10여년에 걸친 일본과 미국의 주식시장 대세상승기가 베이비 붐 세대의 30~40대 포진시기와 일치한다는 사실이나 이들 두 주식시장의 놀라운 성장세가 이후 베이비 붐 세대의 빠른 고령화라는 새로운 현실에 직면하면서 붕괴되기 시작했다는 사실 역시 우연이 아니다.인구구조학적 틀에서 본다면 한국은 2000년대가 이들 두 나라 주식시장의 장기 상승기(일본의 80년대, 미국의 90년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전쟁으로 인해 한국의 인구구조는 일본보다 20년 정도, 미국보다 10년 정도 더 젊은 상황이다.베이비 붐 세대가 30~40대에 포진하게 되면 경제적으로 세 가지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첫번째는 획기적인 생산성 증대다. 30대에 접어든 베이비 붐 세대는 극심한 세대 내 경쟁에 노출되면서 지속적 자기혁신 노력으로 경제의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경향이 있다. 또한 40대 및 50대에 들어선 베이비 붐 세대는 축적된 부(富)를 기반으로 소비의 양적·질적 향상을 추구하게 된다. 이것이 두번째 긍정적 변화이다. 세번째는 베이비 붐 세대가 그동안 축적해 온 자산을 장기적으로 이자 자산보다 매력적인 주식에 재배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이 같은 세 가지 변화는 미국과 일본의 대세상승에서 중요한 기폭제 역할을 했으며, 한국에서도 현재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의 생산성 지표 향상, 예상보다 높은 소비 관련 지수들, 그리고 모두가 놀라워하는 적립식펀드의 힘 등은 이러한 인구구조적 변화에 힘입은 현상들이다.하지만 인구구조는 주식시장의 장기호황을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미국과 일본의 장기상승이 기업의 자본이익률(Return On Equity) 급등과 낮은 금리 수준, 그리고 잘 정비된 제도적·경제적·물리적 인프라 등을 기반으로 했듯이, 한국도 외환위기 이후의 대대적인 기업구조조정과 제도적·경제적·물리적 인프라의 개선, 그에 따른 기업이익률 상승 등을 주식시장의 호황으로 연결시켜 왔다.필자는 기업, 경제, 인구구조상의 커다란 변화를 배경으로 한국증시의 이런 장기 상승세가 향후 5년여 이상 더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경제활동인구가 정점에 달했던 시기에 일본 및 미국의 주식시장 시가총액 규모는 자국 GDP의 1.2~1.3배 수준이었다. 이를 한국시장에 적용한다면 한국의 KOSPI는 2012년께 3,000에 달할 수 있을 것이다.(그림 2참조)이 같은 낙관적 견해는 최근 대외 경제 여건에 대한 우려들에 의해 도전을 받아왔다. 한국경제는 수출주도형으로 일본이나 미국보다 대외 경제여건에 민감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외 경제 환경은 한국 주식시장에 매우 중요한 변수다. 그러나 대외여건에 대한 우려는 90년대의 시각에서 현재의 경제상황을 판단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착시현상으로 현실보다 과장되게 나타나고 있다.최근 유가상승 등으로 촉발된 세계 인플레이션 우려를 보면 불과 5년 전만 해도 많은 경제학자들이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와 충고를 했던 것과 비교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이미 장기 인플레이션 사이클의 초입에 있으며, 이것이 세계 주식시장에 결코 나쁘지 않다고 본다. 이번 인플레이션 사이클은 특히 개도국(이머징) 시장에는 오히려 축복이 될 수 있는데, 이는 인플레이션이 이들 국가에서 생산되는 일차 또는 이차상품의 가격을 높여 기업이익을 증가시킬 것이기 때문이다.제품가격의 상승은 개도국에 수혜를 줄 것이고, 다양한 수출시장을 갖고 있는 한국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시장이 여전히 이머징마켓에 속해 있고 이들 개도국 시장과의 상관도가 높다는 점에서도 이러한 여건 변화는 실보다 득이 많은 것이라 생각한다.미국경기가 둔화되면 한국 등 아시아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 것이라는 우려도 90년대의 경험에 따른 과민반응이라고 본다. 90년대는 세계 디플레이션하에서 미국이 세계경제의 성장을 주도했던 시기다. 따라서 당시에는 미국경제가 부진할 경우 디플레이션의 힘이 작용하면서 여타 경제들을 경착륙으로 이끌었다.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2000년대 들어 많이 달라졌다.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및 중국)와 일본, 유럽 등으로 다원화된 성장동력에 따라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경제의 비중이 2001년 이래 계속 축소된 것이다. 2004년의 세계경기 하강 사이클은 예상을 뛰어넘는 얌전한 연착륙이었는데, 이는 인플레이션 사이클이 일본과 개도국들의 경기에 하방경직성을 부여했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번 경기 하향곡선도 예상보다 소프트하고 하강기간도 비교적 짧을 것이며, 이러한 짧고 얕은 경기하강은 2000년대의 한 특징이 될 것으로 본다.지금까지 언급한 내용과 같이 한국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기업혁신과 인구구조를 기반으로 한 것임을 염두에 둔다면 이에 부합하는 업종과 주식들이 시장을 선도하리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세계적으로 소비자의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한국의 IT 하드웨어 및 인터넷 기업들은 최근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급격히 높여온 자동차기업들과 함께 시장 선도의 한축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인구구조의 혜택을 받는 소매, 헬스케어, 엔터테인먼트 등이 또 다른 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인플레이션 사이클의 수혜를 받는 소재, 조선, 기계 등의 업종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시장의 관심이 모아질 것이다.진정한 적은 항상 내부에 있는 법이다. 한국 주식시장의 진정한 위협요소는 대외여건보다 장기상승의 동력을 저해하는 내부적 힘이라고 생각한다. 낙관적인 장기전망은 기업이익, 소비, 자산 재배분이라는 세 가지 축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동력은 정치·사회적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큰 요인이기 때문에 정치적 변화에 의해 전망이 크게 희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일례로 소비는 사회적 가치 체계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만약 평등주의가 지나치게 뿌리를 내린다면 국내자본의 유출로 소비증가 둔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자산의 재분배 과정은 저금리 및 높은 주가수익률이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한다. 만약 금리가 크게 상승하거나 기업경쟁력이 약화될 경우에는 주가의 상대수익률이 하락해 자산재배분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박천웅·우리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