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1523만원…말로만 집값 안정

서울 은평뉴타운이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지난 9월15일 SH공사(옛 서울시 도시개발공사)는 은평뉴타운의 분양가를 발표했다. 평당 분양가가 1,151만원(34평형)에서 1,523만원(65평형)에 이른다. 여기에 발코니를 확장할 경우 평당 100만원 정도가 추가된다. 인근의 기존 아파트 가격이 평당 700만~900만원에 형성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도하게 비싸게 책정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하지만 SH공사측은 “70% 이상이 원주민에게 분양되는 34평형 분양가는 분양원가 수준으로, 41평형 이상은 분양가에 약간의 이익을 얹어 결정했다”며 고분양가 논란을 일축했다. 또 일각에선 은평뉴타운의 주거조건을 고려하면 분양가가 그리 높은 것도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된다.실제로 은평뉴타운은 어느 신도시보다 쾌적한 공간으로 설계된 게 사실이다. 우선 녹지비율은 42%나 돼 판교신도시보다 6%포인트나 높다. 북한산국립공원, 서오릉자연공원, 갈현근린공원이 뉴타운을 둘러싸고 있는데다 맹꽁이 서식지 등 다양한 생태학습공원도 곳곳에 만들 예정이다. 교육환경도 우수하다. 11개의 초·중·고교가 들어서고 자립형 사립고도 설립된다. 이철수 SH공사 사장이 은평뉴타운을 “판교를 능가하는 주거지역”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 셈이다.전매제한이 없는 것도 은평뉴타운의 강점이다. 판교신도시의 경우 택지개발지구이기 때문에 5~10년간 아파트를 매매할 수 없다. 반면 은평뉴타운은 도시개발법에 근거한 도시개발지구다. 도시개발지구엔 아직 전매제한이 없다.투자 매력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분양가가 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서울시는 집값 안정을 도외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은평뉴타운의 주변 집값이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고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향후 민간업체 분양가 상승을 부추길 우려도 있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들은 분양가 상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건설업체들이 이를 준수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은평뉴타운 분양가가 높게 책정됨에 따라 이 가이드라인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앞으로 용인 파주 등 수도권 인기지역에서 분양가 상승을 막을 수 없게 됐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공부문에서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월등히 높게 책정한 이상 정부가 민간업체의 분양가를 규제할 경우 역차별 논란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며 “향후 주변의 기존 아파트 가격과 비슷하거나 높게 분양가를 정하는 업체들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사실 공공부문의 고분양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판교 2차 중대형 분양에서도 고분양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당시 분양가는 주변 시세의 90% 수준에서 결정했다. 이는 과거 공공택지개발지구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70~80% 수준에서 이뤄진 것에 비해 10~20%나 높은 수치다. 게다가 분당 등 판교 인근지역은 ‘거품 논란’이 있었던 곳이어서 정부가 스스로 ‘거품’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했다.은평뉴타운엔 모두 1만5,200여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중 2,066가구가 1차로 10월 일반분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