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쑥쑥’…임대 수입 ‘쏠쏠’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에 전세를 사는 박은숙씨(38)는 최근 눈물을 머금고 전세 재계약을 했다. 지난 2004년 1억9,000만원이었던 전세보증금을 5,000만원이나 올려 2억4,000만원에 계약서를 다시 썼다. 박씨는 “주변 아파트들도 일제히 값이 올라 이전 보증금으로 이사를 갈 만한 곳이 없더라”면서 “그나마 강남에서 전셋값이 싼 편이라 차라리 눌러 있으면서 갱신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박씨처럼 아이 학교 등을 이유로 강남권에서 전세를 사는 이들은 최근 한두 달 사이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대치동의 경우 대부분의 30평형대 단지가 1~2년 전에 비해 4,000만~5,000만원 가격이 올랐다. 인근 선우공인 관계자는 “여름방학 때부터 매물 품귀현상이 일어나더니 9월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전세보증금을 올려주고 계약갱신을 하는 이들이 많아 새 매물이 나오지 않으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강북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강북에서부터 전세전쟁이 촉발돼 강남과 수도권으로 퍼지는 형국이다. 마포구 공덕동, 상암동 일대 아파트의 경우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공덕동 공덕현대, 상암동 월드컵파크 5~7단지 등은 최근 1~2주 사이 일제히 500만~1,000만원 가격이 상승했다. 김규정 차장은 “본격적인 가을 이사시즌을 맞아 전셋집을 찾는 수요는 늘고 있지만 매물이 부족해서 극심한 수급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특히 일명 ‘쌍춘년’ 결혼 특수가 전세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신혼부부들이 선호하는 20평형대 전세매물 부족이 심각한 이유가 이 때문이라는 이야기다.강북 재개발 또한 중요한 변수로 분석된다. 성북구, 은평구 등지에서 강북뉴타운 개발사업 등이 진척되면서 해당지역 주민들이 근처로 이동, 강북 전셋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각종 부동산 규제가 내집마련 의욕을 감소시켜 거래 순환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건설교통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8월 한달간 지역별 전세금 상승률은 서울 강북 14개구가 0.6%로 전국 평균 0.2%를 크게 웃돌았다. 9월 들어서는 서울 강남과 경기 일부 지역 움직임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9월 둘째주 한 주 동안 마포구가 0.3%나 올랐고 강남, 서초, 은평, 노원구 등이 0.2%의 상승률을 보여 뒤를 바짝 따랐다. 전세금이 일주일 사이에 0.2% 이상 오르는 것은 흔히 볼 수 없는 현상이며, 정부도 이 수준이 넘으면 이상 조짐으로 판단한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 용인, 과천 등 수도권 도시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용인은 일주일 사이 0.6%나 올랐고 과천시도 0.4%가 상승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테크적인 관점에서 전세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이른바 ‘전세테크’다. 집을 가진 투자자 입장에선 전세 또는 월세를 주목적으로 재테크를 시도할 만한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지역에 따라 전셋값 상승세가 은행 금리를 크게 넘어서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이에 따라 이전까지는 시세차익을 투자의 주목적으로 삼고, 초기자금을 줄이기 위해 전세를 끼고 매입을 하는 게 일반적인 투자패턴이었지만 앞으로는 변화가 일 가능성이 높다. 전·월세보증금이 ‘언젠가는 내줘야 할 빚’의 개념이 아니라, 가격 상승에 따라 추가 수익을 기대할 만한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채를 가지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벌이지 않는 이상, 임대사업을 통해 눈에 보이는 수익을 얻기 힘들다는 기존 인식도 바뀔 수 있다.실제로 지난해 서울지역 전셋값 상승률은 평균 6.52%였던 가운데 양천구는 13.46%나 뛰었고 중구와 송파구는 각각 10.10%, 9.99%씩 값이 올랐다. 이들 지역에서 1~2년에 한 번씩 세입자를 바꿔 계약을 했다면 제법 짭짤한 가격상승 덕을 볼 수 있었다.올해도 상황이 비슷하다. 부동산114 집계에 따르면 연초 대비 전셋값 상승률은 서울 평균 6.45%로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 가장 많이 오른 곳은 평균 11.99%가 오른 강서구와 11.12%가 오른 양천구. 특히 강서구는 9호선 개통과 목동 구시가지 재개발 호재가 맞물린 염창동 아파트의 수직상승으로 전체 평균이 크게 올라갔다.‘전세테크’를 밝게 보는 이유는 또 있다. 사회 환경 변화가 전셋집을 점차 줄어들게 만들고 있다. 신규 입주 아파트의 감소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실제로 2003년까지 연간 11만~16만가구에 달하던 서울지역 주택공급은 이후 절반 수준인 연간 5만여가구로 급격히 줄어들었다.지난해 서울에서 입주한 아파트는 총 5만1,302가구로 전년도(5만8,727가구)보다 12.64%나 감소했다. 올해도 역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밑도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경계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강남권의 감소폭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강남구의 입주량은 전년도에 비해 14.20%, 서초구는 17.14%, 송파구는 35.06%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더구나 앞으로도 강남권 주택지 부족현상이 심화될 전망인 반면, 전입인구는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다.이처럼 전세테크는 전출인구보다 전입인구가 많은 지역, 지하철 역세권 등 교통이 편리한 지역, 할인점 등 생활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지역 등이 적합한 투자 입지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2004년 이후 서울, 수도권의 신규 주택공급이 줄고 있는 반면, 인구유입은 매년 15만~20만명씩 늘어나고 있다”면서 “구조적인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이사시즌마다 전셋값 급등 및 물량 부족 현상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q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돋보기 / 10월 새 아파트 분양전국 7만3천여가구…오랜만에 ‘풍성’전세시장 불안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가을 성수기로 접어들면서 신규 분양 아파트가 대거 선보인다. 스피드뱅크 조사에 따르면 10월 한달 동안 전국 123개 부지에서 7만3,000여가구가 일반에 공급될 예정이다. 이는 9월 분양물량보다 1.5배 가량 증가한 것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2만6,792가구)에 비해서도 2.7배 가량 늘어난 것. 각종 부동산 규제와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로 활기를 잃었던 분양시장에 오랜만에 풍성한 물량이 풀리는 셈이다.특히 택지개발지구 물량이 많아 내집마련 수요자는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시흥 능곡, 용인 흥덕지구 등 총 7군데 수도권 택지지구에서 9,653가구가 공급된다. 관심을 모으는 용인 흥덕지구의 경우 경남기업 등 3개 건설사가 1,457가구를 내놓는다. 또 인천 송도신도시에서도 1,275가구가 공급돼 눈길을 끈다. 국제업무단지 내에 포스크건설이 729가구를 분양하고, GS건설이 546가구의 주상복합아파트를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