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업체 누르고 ‘우뚝’…경쟁은 격화

인도에는 100여개 한국 중소기업이 진출해 있다. 주로 뉴델리, 뭄바이, 첸나이 등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이중 가장 많은 중소기업 공장이 모여 있는 곳은 노이다공단이다. 뉴델리 북동쪽으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이 공단에는 코텍과 인코텍 등 LG전자 및 삼성전자 협력업체들이 포진해 있다.윤영만 사장(48)이 2001년 설립한 코텍은 LG전자 협력업체로 PCB(인쇄회로기판)에 전자부품을 장착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리모컨과 DVD 완제품도 만들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인근에 있는 LG전자 인도법인에 납품하고 있다.지난 5월부터는 위성방송수신용 셋톱박스를 생산해 휴맥스에 납품한다. 이 셋톱박스는 인도의 각지로 공급된다. 직원은 700명이며 공장은 2곳에 있다. 종업원 500명 규모의 노이다공장과 200명 규모의 우트란차공장을 두고 있다. 면세지역인 우트란차에서는 DVD를 생산하고 있다.한양대 정밀기계과를 졸업하고 84년 LG전자에 입사한 윤사장은 평택 비디오공장과 홍콩 구매본부를 거쳐 2001년 코텍을 창업했다. 홍콩 구매본부 근무시절 업무차 인도를 방문한 뒤 앞으로 승부를 걸어볼 만한 곳이라고 판단해 지인 3명과 함께 인도에 법인을 만들었다.먼저 홍콩에 회사를 만든 뒤 홍콩에서 투자하는 형식으로 인도법인을 설립했다. 시작 당시에는 종업원이 35명에 불과했고 연매출은 200만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창업한 지 불과 4년 만인 지난해에는 연매출액이 5,000만달러에 달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윤사장은 “올해 매출목표를 1억달러로 잡고 있다”며 “이중 LG전자에 대한 납품이 70%, 휴맥스 납품이 3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휴맥스는 인도의 위성방송서비스업체인 DTH에 셋톱박스를 공급하고 있다.코텍이 성공할 있었던 요인은 첫째, LG전자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판매가 늘어났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LG전자는 매년 두 배씩 매출이 성장했다. 코텍은 LG전자에 발맞춰 적기에 투자했다.둘째, 경쟁업체인 인도업체들에 비해 품질, 가격, 납기 등 모든 면에서 한발 앞선 경영을 해왔다. 협력업체 중 품질이 가장 우수한 편에 속하다 보니 LG전자는 납품가격을 결정할 때 우선 코텍과 협상한 뒤 이를 토대로 인도업체들과 후속협상에 나선다.셋째, 직원들의 자질이 우수한 점을 들 수 있다. 직원 500명 수준의 노이다공장을 관리하려면 한국인이 적어도 서너 명은 있어야 하는데 윤사장 혼자뿐이다. 윤사장은 “인도 스태프진의 작업관리 능력도 뛰어나 더 이상 한국주재원이 필요 없다”고 설명한다. 근로자들의 업무숙련도가 뛰어나고 일도 열심히 한다. 종업원들의 평균교육 수준은 고졸이다.이들에 대한 월평균 급여는 60~70달러다. 점심을 무료로 주고 통근버스도 제공하는 점을 감안하면 종업원 한 사람에 대한 회사의 지출액은 월 100달러 수준이다.이들의 손재주는 놀라울 정도여서 입사한 지 불과 며칠이면 숙련도를 갖출 정도로 우수하다고 윤사장은 극찬한다. 일주일 정도 교육시키면 한국에서 1년 정도 교육시킨 근로자보다 나을 정도라고 설명한다.게다가 영어권 국가여서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셋톱박스의 경우 두 달 만에 숙련도가 한국업체 수준으로 올라갔다”고 윤사장은 설명했다.윤사장은 “최근에는 노래방기기 제품도 개발해 판매를 시작했다”며 “인도인은 노래를 부르고 춤추는 것을 좋아해 앞으로 이 제품의 매출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도 현지업체와 음원사용 계약을 했고, 마이크형 노래방기기의 하드웨어 분야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갖고 있는 한국의 엔터기술과 협력관계를 맺어 우선 인도노래 1,000곡을 넣은 제품을 개발했다.같은 노이다공단에 있는 인코텍(대표 마이클 김·48)은 2001년 설립됐다. 자본금은 초기에는 150만달러였고 현재는 300만달러다. 2004년에는 한국업체와 제휴해 자본금 250만달러를 투자, 자회사인 에스아이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양사는 한 울타리 안에 있다.인코텍은 냉장고, 세탁기, 모니터용 사출물을 생산하고, 에스아이는 TV사출물(프런트, 백, 스피커 케이스 등)을 주로 생산한다. 연매출은 인코텍과 에스아이가 각각 80억원 가량이다. 사출업체로는 노이다 인근 지역에서 큰 편이다. 한국업체 중 인도에 진출한 사출업체는 3개사인데 이들 업체의 종업원은 평균 200명 수준이다.생산제품은 90% 가량을 한국계 업체에 납품하고 나머지 10%는 현지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앞으로 현지업체 판매 비중을 30%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마이클 김 사장(47)은 “작업물량은 그런대로 유지되는데 현지업체와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부 인도업체의 가동률은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부터 경쟁이 급격히 심화돼 수익률도 떨어졌다. 벌어서 증설하기에는 자금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그는 “한국의 대기업을 믿고 무턱대고 해외로 진출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대기업들도 로컬기업들과 철저히 경쟁시켜 발주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없으면 생존하기 힘들다. 같은 한국업체간이니 잘 봐주겠지 하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또 “대기업이 옛날처럼 해외에 함께 나가자고 중소기업을 독려하는 일도 사라졌다”며 “모든 것은 중소기업이 시장상황과 자체 경쟁력을 판단해 자기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사장은 인도시장의 가장 큰 장점은 인력과 영어, 금융시스템이라고 설명한다. 인력이 풍부하고 노동자 해고도 쉬운 편이다. 최근 들어 이직률이 약간 높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아직은 인력 천국이다. 특히 월급 수준에 비해 종업원들의 자질이 뛰어나다. 인코텍의 연간 이직률은 5% 안팎이며 급여 수준은 12시간 기준으로 일반노동자의 경우 비숙련직은 월 100달러, 숙련직은 150~170달러, 관리직은 300~600달러 정도다.가장 큰 단점은 인프라 부족이다. 특히 전기가 하루에도 30번씩 나갈 정도다. 한 번에 5분, 10분 가량 정전되는 경우도 있고 30분 가량 끊기는 경우도 있다.이에 대처하기 위해 무정전전원장치(UPS)가 필요하지만 너무 비싸 대부분의 공장은 자가발전설비를 갖추고 있다. 자가발전은 디젤을 쓰는데 산업용이라도 혜택이 없어 기업들의 불만이 큰 실정이다. 완제품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 이들 제품의 가격을 올리기도 어려워 결국 이런 부담은 중소업체로 돌아온다.김사장은 “인도가 꾸준히 성장하고 생활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제조를 할 수 있는 인프라 등 기반은 아직 부족하다”며 “이게 중국처럼 단기간에 대규모로 외자를 유치하지 못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qnhkim@kbizweek.com·shoh@kosb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