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절망에 다다른 남녀의 사랑
아직도 〈파이란〉의 감독 송해성이라는 수식어는 꽤 유효하다. 이후 큰 기대를 걸었던 〈역도산〉의 결과가 썩 좋지 않았지만 그가 공지영 원작의 베스트셀러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만든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은 다시금 〈파이란〉을 떠올렸다. 소외된 사람들의 멜로라는 점, 그리고 끈끈한 감정선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영화라는 점에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큰 관심을 모았다. 더욱이 젊은 아이돌 스타 강동원, 이나영의 만남이라는 데서 영화는 원작을 완전히 벗어나 또 다른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서로 다른 처지에 놓여 있지만 생의 절망에 다다른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두 사람은 생기 없고 분노에 가득 찬 서로의 눈빛과 표정을 교환하면서 너무나 익숙한 자신의 얼굴을 또다시 발견한다.세번째 자살에 실패한 유정(이나영)은 모니카 고모(윤여정)에게 이끌려 교도소에 간다.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지루한 치료과정 대신 한달간 사형수를 만나는 봉사활동을 하라는 것. 꽤 잘생긴 창백한 얼굴의 사형수 윤수(강동원)는 무려 3명의 여자를 살해한 죄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만남을 이어가던 윤수와 유정은 어느덧 마음을 열고 서로의 아픈 기억을 치유하기 시작한다. 일주일에 3시간,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바야흐로 그들의 행복한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조그만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의 온기만큼 따스해지는 마음, 그들은 비로소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진짜 마음 속 비밀 이야기를 꺼내놓게 된다. 이나영이 어머니(정영숙)를 그토록 증오했던 이유, 윤수가 저질렀던 살인의 진실 등 모든 것이 충격적으로 밝혀진다. 하지만 그 행복의 시간은 결코 길지 않다.아무에게도 말 못할 사연을 품고 살아온 그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 많은 분노를 드러내며 살아왔다. 그런 그들에게 딱 정해진 시간만큼의 행복이 찾아온다. 다시금 사랑을 느낀 그들은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그것은 결국 남녀간의 단순한 사랑을 넘어 생에 대한 원초적인 갈망이다. 다소 지루하게 전개되던 이야기가 탄력을 받는 것은 후반부다. 원작과 다른 송감독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지점도 여기부터다. 〈파이란〉에서 강재의 죽음을 처연하게 지켜봤던 그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도 원작에는 없는 사형장면을 대담하게 지켜본다. 마치 숀 펜 주연의 〈데드맨 워킹〉처럼 ‘사형제도 폐지’를 말하려는 듯 꽤 긴 호흡으로 인물들의 그림자를 담아낸다. 강동원과 이나영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 다른 표정으로 작품에 임한다. 송감독 역시 자신의 장기가 발휘되는 지점에 대한 확고한 선구안을 보여준다. 그것은 결국 신파로 귀결되지만 제법 이유 있는, 울림 있는 신파다. q주성철·필름2.0 기자 kinoeye@film2.co.kr개봉영화▶불편한 진실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였던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지구 온난화 문제를 역설하는 사회성 깊은 다큐멘터리다. 지구 역사 65만년 동안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던 2005년, 대부분의 빙하지대가 녹아내려 심각한 자연 생태계의 파괴를 불러왔다. 모든 것은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앨 고어는 지구 온난화가 불러온 심각한 환경위기를 전 인류에게 알리고자 모든 지식과 정보가 축약된 슬라이드쇼를 만들어 강연을 시작한다. 감독 데이비스 구겐하임. 주연 앨 고어▶두뇌유희 프로젝트, 퍼즐‘두뇌유희 프로젝트’라는 야심차고 설명적인 제목을 덧붙인 〈두뇌유희 프로젝트, 퍼즐〉은 소리 소문 없이 등장한 영화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캐스팅, 감독, 스토리를 포함한 그 어떤 정보도 노출하지 않은 채 비밀리에 촬영을 마쳤다. 5명의 남자 환, 류, 노, 정, 규가 저마다 특별한 사연을 가지고 정체불명의 누군가에 의해 모이게 된다. 그들은 은행을 터는 프로젝트를 끝내고 찾아올 꿈같은 보상을 기대하며 그들을 불러 모은 사람을 X로 명명하고 X의 프로젝트에 합류한다. 하지만 일은 어긋나고 서로를 의심하는 지경에 이른다. 감독 김태경. 주연 문성근, 주진모, 홍석천, 김현성▶무서운 영화4〈무서운 영화3〉에 이어 또다시 데이비드 주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번 영화에서 패러디 타깃으로 삼은 건 〈우주전쟁〉, 〈그루지〉, 〈빌리지〉, 〈쏘우〉, 〈밀리언달러 베이비〉, 〈브로크백 마운틴〉 등 지난 몇 년간 영화팬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작품들이다. 시작은 〈쏘우〉부터다. NBA 스타 샤킬 오닐이 어디선가 빠져나가기 위해 다리를 잘랐는데 알고 보니 엉뚱한 다리를 잘랐다는 황당한 이야기가 지나간 후 간병인이 된 신디가 등장한다. 감독 데이비드 주커. 주연 안나 패리스, 크레이그 비에코©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