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참가한 지도 올해로 벌써 6년째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적은 금액이나마 후원금을 내며 개인적으로 참가해 왔는데 한국의 주택보급을 늘리는 의미 있는 일에 직접 참가하고자 회사 차원으로 확대한 것이 지금은 볼보건설기계의 가장 큰 연례행사 중 하나로 발전했다.훌륭한 기업시민이 되겠다는 거창한 이유말고도 필자가 이 행사에 여름휴가를 반납하면서까지 참여하는 이유는 한 가지가 더 있다. 올해 볼보건설기계에서는 70여명이 참여했는데, 사실 하루하루 쌓이는 업무와 잦은 출장에 치여 살다 보면 이렇게 많은 직원들과 함께 모여 땀 흘리며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직원들과 회사에서 공식적인 대화의 시간을 마련해 나누는 이야기와 이곳에서 나누는 이야기에는 질적 차이가 있다. 매일 밤늦게까지 학원에 치여 살아가는 아이들에 대한 걱정, 매일 출근 전에 영어수업을 듣는데도 빨리 영어가 늘지 않는다는 고민, 한국에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이야기, 또 회사에서 운동을 할 수 있게 시설을 만들어 달라는 등 복리후생에 대한 요구까지. 아무리 술 한잔 들어가면 가슴속 이야기가 술술 나오는 한국사람이라지만, 한국사회의 유교적 정서로 봤을 때 다소 어려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편안하게 본인의 생생한 삶의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직원들이 고마울 뿐이다.올해 사랑의 집짓기에 참가한 직원들 중에는 특히 온 가족이 함께 행사에 참가한 경우도 있었다. 막내아이가 유학을 떠나기 전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뜻있는 활동을 찾고 있었는데 사랑의 집짓기만큼 좋은 기회도 없더란다.아버지가 다니는 직장을 자랑스러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사장으로서 뿌듯함을 느낀 것도 잠시. 마찬가지로 ‘가장’의 위치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지난해에 함께 사랑의 집짓기에 참가한 딸아이의 얼굴과 “당신은 한국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비행기에서 살고 있다”고 불평하는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다.올해도 어김없이 상반기 한국에서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노사관계였다. 볼보건설기계 역시 노사간의 의견 차이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다른 기업들에 비해 대화를 통해 상호간의 거리를 좁혀가며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으나 직원들과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열린 경영을 위한 노력이 다른 어떤 것보다도 한몫을 했다.독특한 유교적 문화로 인해 상하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되기 쉬운 한국에서 열린 경영을 실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매달 경영실적을 직원들에게 공개하고 인사정책과 재무현황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처리하는 등의 제도적인 밑바탕을 일구고 사보, 사내 게시판, 인트라넷, e메일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실천하기 위한 경영자의 마음가짐이다.비단 볼보건설기계뿐만 아니라 외국기업들의 경우 전반적으로 이러한 문화가 일상화돼 있는 경우가 많지만, 요즘은 한국기업의 CEO들도 열린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한국은 현재 선진국 문턱에서 한 발짝만을 남겨놓고 있다. 세계 속의 한국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노사간에 적절한 타협점을 찾지 못해 성장의 모멘텀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서로에게 열린 마음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열린 경영을 실천함으로써 보다 현실적이고 중요한 이슈에 대해 ‘노’와 ‘사’가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면 한국의 선진국 진입 문턱은 더욱더 낮아질 것이다.엘릭 닐슨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사장1959년 미국 출생. 80년 미시간 공대 기계공학과 졸업. 94년 볼보건설기계 부품사업부 부사장. 98년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재무담당 부사장. 2000년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사장 및 볼보건설기계그룹 굴삭기 비즈니스그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