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40년… ‘안전, 책임집니다’

지양일 제주항공 수석기장(61)은 국내에서 가장 나이 많은 조종사다. 올 초 대한항공에서 정년퇴직한 뒤 제주항공으로 옮겼다. 지난 6월 국내 제3민항으로 출범한 제주항공은 김포~제주와 김포~김해, 김포~양양, 김해~제주 노선을 운항하는 신생항공사다. 지기장은 조종사 47명의 교육과 훈련을 담당하는 운항본부장을 맡고 있다. 교육훈련의 초점은 안전비행에 맞춰져 있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 사실 안전이 전부라고 봐야죠.” 새로 생긴 항공사가 ‘안전하지 못한 항공사’라는 소리를 들어서는 도저히 생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사정이 이런데도 최근 몇 달간 제주항공의 안전성 논란이 적지 않게 일어난 것은 그를 무척 곤혹스럽게 만들었다.이와 관련, 지기장은 “제주항공의 Q400(캐나다 봄바디어사의 74인승 터보프롭 항공기)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비행기 중 하나”라고 밝혔다. “비행기는 작고 가벼울수록 안전합니다. 또 이착륙거리가 짧을수록 사고가 날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집니다.”그렇지만 지난 8월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도중 비행기 꼬리부분에 붙어 있는 안전장치인 테일 스키드가 활주로에 닿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다시 한 번 제주항공의 안전성 문제가 논란이 된 계기가 됐다. 그는 “제주항공뿐만 아니라 대다수 항공사에서 가끔 유사한 일이 발생한다”며 “승객은 물론 기장도 모르고 지나갈 정도로 약간 긁힌 것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사실 제주항공은 출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번 기체결함 사고를 겪었다. 어찌 보면 경미한 사고라지만 너무 잦은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살 만하다. 그는 “Q400이 최첨단 장비로 구성됐기 때문에 센서 계통의 항법장비가 가벼운 사고를 일으킨 것”이라며 “일본, 캐나다, 영국 등에서 120여대가 운항 중이지만 한번도 사고가 나지 않았을 정도로 안전한 비행기”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그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베테랑 조종사다. 공군에서 20년, 항공사에서 20년을 하늘에서 보냈다. 공군을 제대하고 항공사로 옮긴 후 단 한번의 사고도 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제주항공의 조종사들에게 기존의 항공사보다 더 힘들고 까다로운 훈련을 시키고 있다. 이는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그의 강한 신념이 반영된 것. 취항 전 한달간 캐나다의 제작사에서 시뮬레이션 교육을 실시했다. 이후 비행기 도입을 전후해 국내에서도 강도 높은 훈련을 이어나갔다.그는 “거의 매일 훈련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셈”이라고 귀띔했다.그는 일주일에 세 번 비행기를 조종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제주항공에 60세가 넘은 조종사는 10명 정도다. 이들은 정년인 63세까지 조종석에 앉을 수 있다. 조종사들이 너무 노령화된 것은 아닐까.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6개월마다 신체검사를 받습니다. 신체검사에서 떨어지면 조종석에 앉을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60세 이상 조종사들의 사고율이 가장 낮다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기장의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인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기 위한 그만의 비결은 규칙적인 생활이다. “젊을 때나 지금이나 몸무게가 일정합니다.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1시간30분씩 걷습니다.”그는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한다. 기존 항공사에서 정년퇴직하자마자 다시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는 것. “다른 사람들은 쉴 나이인데 이렇게 일하니 얼마나 즐겁습니까. 건강관리 잘해서 정년까지 승객을 모시고 안전비행하는 것이 저의 소박한 바람입니다.”지양일 제주항공 수석기장1945년생. 64년 중동고 졸업. 68년 공군사관학교 졸업. 80년 미 애리조나대 대학원 졸업. 68~85년 공군 근무. 85년 대한항공 입사. 2000년 대한항공 B-747 수석기장. 2005년 제주항공 운항본부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