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년생들이여! 은행을 떠나라

“어려서부터 연구원의 길을 가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의 업무에도 만족하고 있고 이곳에서 최고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A씨를 처음 만나서 꿈을 묻자 그는 이같이 대답했다. 그는 확고한 자신의 꿈을 갖고 있었고, 그것을 이룰 수 있을 만한 그릇을 갖고 있었다. 좀더 깊이 있게 향후의 계획에 관해 상담하면서 그는 자신의 연구분야에서 무엇을 할 것이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으며, 인생계획이 어느 정도 그려져 있어 상담하는 데 어렵지 않았다. A씨의 월급여는 20~30대 월평균 급여 218만원보다 약 30% 높은 280여만원으로 많은 편이다. 이중 부모님 용돈과 교회 헌금 등의 월 소비성지출(보험료 포함) 145만원을 제하고 나면 잉여자금은 135만원 정도로 비슷한 연령대의 미혼남성에 비해 35% 가량 높았다.그리고 대학원생 때부터 입사 1년이 되지 않은 현재 총 1,800만원을 모았다. 따라서 A씨의 단기목표인 결혼자금에 대한 걱정은 없을 것으로 판단했으나 그의 통장 가입내역을 확인하는 순간 이대로 둔다면 향후 자금흐름에 동맥경화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잉여자금의 대부분이 연구원 입사시 가입한 장기주택마련저축 3계좌와 급여통장에 쌓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라면 2년 후 결혼할 때 장기주택마련저축을 해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장기주택마련저축은 올해까지 가입이 가능한 상품으로 소득공제 혜택과 7년 이상 유지시 비과세 혜택이 있는 상품이지만 5년 이내 중도해지시에는 그동안 소득공제를 받은 세금과 가산세를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과세표준금액 기준으로 연봉 4,000만원 미만인 근로자가 소득공제 혜택을 노리고 적기에 최대로 불입하는 것이 무조건 좋은 선택은 아니다.향후 재무목표(결혼, 남동생 교육비, 전세금 마련, 부모님 여행, 자녀교육비, 노후비 등)를 달성하기 위한 월 잉여자금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단기, 중기, 장기로 분산투자함으로써 필요한 자금을 미리 마련하도록 조언했다. 아울러 남동생 학자금과 같은 단기자금은 저축은행과 종금사의 CMA계좌를 활용하고, 중기자금은 공격적 투자성향의 가치투자형 펀드와 대형우량주 위주의 성장형 펀드에 나눠 불입하도록 포트폴리오를 짰다.또한 장기투자시 복리효과를 최대한 누릴 수 있는 변액유니버설 상품에 잉여자금의 15%를 투입함으로써 노후자금이나 자녀교육자금의 일부를 준비하도록 설계했다. 장기주택마련저축은 현재 계좌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을 불입하고, 단기자금이 마련된 후에는 단기자금 마련을 위해 불입하던 금액을 장기주택마련저축에 넣도록 재무설계를 했다. 그리고 급여통장에서 잠자고 있는 목돈은 연 3.4%의 이자를 주는 CMA 계좌에 비상자금 명목으로 300만원을 넣었다. 나머지는 결혼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 1년 만기 회사채(연6.8%)와 2년 만기 6개월 조기 상환형 ELS 상품에 가입함으로써 은행금리 이상의 수익을 추구하면서 원금보전이 가능한 상품에 투자하도록 권유했다. 대부분 이공계 연구원들은 자신의 연구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게 꿈일 것이고 이러한 꿈을 이루기 위해 며칠씩 밤을 새워가며 연구에 매진한다. 이들의 노력이 국가경제를 키워왔지만 그들의 가정경제는 본업에 치여 키우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필자 역시 공대 출신으로 박사과정까지 수료했기에 그들이 연구에만 몰두해야 하는 상황을 잘 이해한다. 그렇다고 가정경제를 외면한 채 본업에만 충실하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근로자가 재무설계를 통해 경제적 안정감을 갖고 업무에 임한다면 자신의 일에 더욱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