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운용사 투자스타일 구분 ‘필수’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세계의 오랜 경구다. 한 바구니에 담았다가 만일 바구니를 떨어뜨리기라도 한다면 달걀 전부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아두면 한 바구니를 떨어뜨리더라도 다른 바구니의 달걀이 있기 때문에 전부 잃을 위험이 없다. 한발 더 나아가 서로 다른 모양의 바구니에 담는다면 위험을 더욱 줄일 수 있다.펀드투자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비중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라도 강세장에 강한 펀드가 있는가 하면 약세장에 강한 펀드가 있다. 펀드마다 투자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스타일이 다른 펀드에 나눠 투자해야 비로소 분산투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여러 펀드로 나눠 투자하더라도 같은 스타일의 펀드에 투자하면 주식시장에 따라 수익률 움직임이 같아 분산투자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주식펀드의 투자스타일은 투자하는 종목의 특성과 시가총액의 크기에 따라 구분한다. 종목의 특성에 따라 가치주와 성장주, 그리고 중간형태인 혼합형으로 나뉜다. 또 해당 종목의 시가총액에 따라 대형주와 중소형주, 그리고 혼합형으로 구분한다. 이 두 가지 기준을 서로 결합해 대형-가치, 대형-성장, 대형-혼합, 중소형-가치, 중소형-성장, 중소형-혼합, 혼합-혼합 등으로 분류한다.가치주는 기업의 이익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종목으로 저PER(주가수익비율), 저PBR(주가순자산비율)를 나타내므로 장기적으로 높은 주가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가치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를 ‘가치주 펀드’라고 한다. 성장주는 가치주보다 PER와 PBR가 높게 나타나며 미래에 기업의 수익성 증가에 영향을 주는 신기술과 성장기회를 가지고 있는 유망한 종목을 뜻한다. 성장주에 투자하는 펀드를 ‘성장주 펀드’라고 한다.또 투자종목의 시장가치에 따라 대형주와 중소형주로 구분한다. 대형주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이 국내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종목으로 기업정보가 많이 발표되지만 사업내용이 복잡해서 적정주가를 평가하기가 어렵다. 대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를 ‘대형주 펀드’라고 한다.중소형주는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수가 많지 않아 매매가 원활하지 않고 애널리스트조차 관심을 잘 보이지 않을 만큼 규모가 작은 종목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를 ‘중소형주 펀드’라고 한다. 이 같은 주식펀드의 스타일은 펀드평가 사이트 등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그렇다면 실제로 운용사별, 펀드별 스타일에 대해 간략히 짚어보자. (그림1)은 한국펀드평가가 지난 5월 말 현재 국내 자산운용회사들의 주식펀드 운용 스타일을 한눈에 알기 쉽게 표현한 것이다. 국내 자산운용회사의 주식펀드들은 주로 대형주 위주로 투자하고 있으며, 가치주와 성장주를 골고루 섞어서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구체적으로 총 41개 자산운용회사 중에서 대형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스타일은 23개사, 중소형주에 높은 비중으로 투자하는 회사는 2개사(SEI에셋, 유리자산운용)로 나타났다. 나머지 16개사는 대형주와 중소형주를 섞어서 투자하는 혼합형 스타일로 분류됐다.펀드별로 분석한다면 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주식액티브펀드 중 운용스타일 분석이 가능한 펀드는 총 249개인데 이들의 스타일 분포는 (그림2)와 같다. (그림2)를 보면 국내 주식펀드들은 주로 대형주 위주로 투자하고 있으며 가치주와 성장주를 골고루 섞어서 투자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주식펀드의 운용스타일 현황을 분석해 보면 투자시 주의해야 할 사항이 몇가지 있다. 첫째, 투자시 해당 펀드나 운용사의 운용스타일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막연하게 과거 수익률만 보고 펀드를 고르기보다 주식시장의 움직임과 펀드 성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운용스타일을 보고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미 자신이 가입하고 있는 펀드가 성장주 펀드라면 새로 가입하려는 펀드는 가치주 펀드인지 확인한 다음 투자해야 분산투자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둘째, 주식시장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주식펀드 투자시 스타일별로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배당주, 가치주 같은 특정 테마의 펀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게 되면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바뀌면 수익률 악화를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중소형주나 대형주, 가치주, 성장주에 균형 있게 분산투자해야 장기적으로 안정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셋째, 주식펀드의 투자스타일이 변하는 운용사를 조심해야 한다. 상당수의 자산운용회사들이 지난해 말부터 중소형주의 가격하락에 대비하기 위해 중소형주를 줄이고 대형주를 늘리고 있다. 이렇게 시장상황에 따라 투자스타일을 변경하는 것보다 전문화된 스타일을 가진 펀드가 더 바람직하다. 시장상황에 따라 운용스타일을 단기적으로 바꾸는 운영사는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단기 수익률에 집착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민주영·FPnet 금융컨설팅팀장 watch@fp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