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스캔·감정안정제로 컨트롤… 금융계 ‘시선집중’

퀴즈 하나. ‘섹스와 주식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언뜻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워낙 다른 분야이기 때문이다. 도무지 하나로 묶을 만한 것이 쉽게 잡히지 않는 것이다.그러나 알고 보면 같은 점도 있다. 섹스의 오르가슴 때 느끼는 감정과 연일 상한가를 치는 주식을 사려는 마음이 생길 때의 흥분상태가 같은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좀 어렵고 전문적인 얘기지만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된 현상이다.게다가 섹스의 오르가슴은 주식투자의 실패와 성공에 대한 단서까지 제공해 준다. 어찌 보면 아주 신기한 대목이다. 도대체 왜 그럴까.두뇌 깊숙한 곳에 오르가슴을 관장하는 부위(측중격핵·Nucleus Acc-umbens)가 있다. 인간의 욕망이 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마약중독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할 때도 똑같은 부분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이 같은 메커니즘은 투자자의 합리적 판단을 흐리는 것으로 드러났다.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측중격핵이 활성화될 때 투자자는 지나치게 과감한 선택을 한다.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9월 신경과학 학술지인 <뉴론>은 이 현상을 밝힌 논문을 커버스토리로 소개했다. 이 논문은 발표 당시 신경과학계와 심리학계에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금융계의 관심을 끌었다. 신경기술을 금융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했기 때문이다.신경기술산업은 질병치료에 국한되지 않는다. 금융산업의 패러다임도 바꾸고 있다. 투자자의 감정상태와 주식투자의 관계를 연구하는 신경재무학은 신경과학이 어떻게 금융산업에 접목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투자시 감정상태를 조절해 손실을 줄이고 오히려 수익을 낼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말도 가능한 것이다.뉴로인사이츠의 잭 린치 이사는 신경경제학의 성과를 들어 “경제주체는 결코 이성적, 합리적으로 판단하거나 행동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경제주체는 이성적으로 행동한다’는 기존 경제학의 전제를 부정하는 것이다. 경제주체가 비이성적이라는 이유 중 하나가 감정의 기복이다. 지나친 두려움 때문에 ‘사야 할 타이밍’을 놓치기도 하고 탐욕 때문에 정반대의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는 국내 투자자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개인투자자가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기관투자가나 외국인투자가에 비해 전체적으로 큰 폭의 손실을 보는 것도 따지고 보면 비이성적인 ‘감정’ 때문이다.린치 이사는 “신경기술을 금융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그는 실시간 두뇌활동 스캔과 감정안정제를 꼽았다. 예를 들어 실시간으로 두뇌활동을 스캔할 수 있다면 두뇌가 최적의 상태일 때 투자판단을 하도록 할 수 있다. 즉 투자가 가장 성공적일 때의 두뇌활동 상황을 분석한 후 투자상황에서 실시간으로 투자자의 두뇌활동을 검사한다. 실수를 최소화시키고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십분발휘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이를 통해 투자자가 쉬어야 할 때와 의사결정할 때를 파악한다. 투자의 실수를 최소화해 투자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간에는 수익 면에서 큰 차이가 생길 것이 뻔하다.감정안정제도 투자자의 수익률을 높이는 데 적극 이용할 수 있다. 긴박한 금융거래 순간에 감정안정제를 복용하면 평정심을 잃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신경과학기술과 금융산업의 접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는 것이 대세다. 향후 일정 시점이 지나 신경과학기술이 한단계 발전하면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luxi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