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죽전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이른 아침부터 중개업소 관계자들과 아파트 주민들이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매수세가 꺾이면서 중개업소가 은근슬쩍 집값을 내리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불만이다. 물론 중개업소에서는 매도자의 요청일 뿐 절대로 임의대로 가격을 낮추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이들은 “버블세븐의 한 곳으로 지목될 정도로 매매가가 급등했는데도 주민들이 (값을) 내릴 기미를 보이고 않고 있다”면서 “집값을 억지로 떨어뜨리려는 정부와 담합을 해서라도 집값을 고수하겠다는 지역주민들의 대결을 보면 지금의 주택시장은 뭔가 한참 잘못됐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집값 담합을 놓고 지역주민들과 부동산중개업소간 실랑이는 용인뿐만 아니라 서울, 수도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준다.“주위를 둘러보면 매물을 공개한 부동산을 찾기가 어려울 겁니다. 전세 물건만 내놓고 있죠. 만약 본인들이 생각하는 매매가보다 싼 매물이 나오면 곧바로 주민들이 찾아와 항의를 합니다. 요즘은 주민들 등살에 이 장사도 더 이상 못하겠습니다.”(용인시 보정동 D중개업소 관계자)5월 초까지 용인시 주택시장은 거품으로 보일 정도로 과열 양상을 기록했다. 부동산114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용인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연초 대비 15.7%나 상승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상승률인 5.0%보다 3배나 치솟은 셈이다. 2억7,000만원에 분양한 보정동 아이파크 32평형의 경우 입주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매매가가 6억2,500만원에 형성돼 있다.강남~분당으로 이어지는 ‘꿈의 경부고속도로 벨트’에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용인지역 아파트 가격은 지난 3~4년간 폭등세를 기록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지역주민들은 ‘분당신도시에 비해 입주한 지 2년 미만인 새 아파트가 많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용인 집값은 분당과 연동하는 경향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으며 상승률만 놓고 보면 오히려 분당을 압도하는 분위기다. 상반기 매매가 누적 상승률만 해도 분당이 11.3%를 기록한 반면, 용인은 15.7%였다. 일부 단지는 분당신도시보다 비싸 죽전동 GS자이 59평형의 매매가는 15억원으로 분당 구미동 두산위브 56평형(1억2,500만원)보다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물론 용인지역도 참여정부의 ‘묻지마 규제’에 대한 불만과 불신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단순히 정부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금융기관들의 대출경쟁이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투기를 부추기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금융기관마다 대출기준을 분양가가 아닌 입주가로 정해 실제 분양가의 150% 수준에서 대출이 이뤄졌습니다. 자연히 투자자들의 현금흐름이 풍부해졌고 이른바 ‘땅 짚고 헤엄치기’도 가능해졌죠. 물론 대출총량제로 레버리지(지렛대)효과는 다소 주춤한 상태지만 말입니다.”(동백동 주민)버블세븐 얘기가 나온 지 한달이 지난 지금 용인 주택시장은 ‘정중동’이 계속되고 있다. 강보합세에서 약보합세로 분위기는 바뀌었지만 하락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 지역 부동산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다만 그동안 매도자 위주로 돌아갔던 거래시장이 매수자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분명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일부 아파트는 매매가가 하락세를 그리고 있어도 겨우 호가를 내리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오히려 정부가 예상한 매물 증가와 집값 하락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인근 지역에 개발호재가 많아 정부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든가, 중과세 등 세금부담이 매물 품귀를 부추기고 있다는 등 해석이 분분하다.“당초 3주택자 중과세와 종합부동산세 강화, 실거래가 부과 등으로 매물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매도자들은 내놓은 매물까지 거둬들였습니다. 평형이 작은 매물을 내놓으면 내놓았지 블루칩이라고 판단되는 대형 고급아파트는 ‘일단 갖고 가자’는 경향이 많죠.”(동백동 모 공인중개사)버블세븐 이후 매매가 하락은 주로 소형평형에서만 나타나고 있어 용인시 죽전동 죽전벽산 3단지 24평형은 5월 초 평당 1,000만원에 거래됐지만 6월 말 현재 매매가는 927만원으로 두 달 사이 7.29%나 떨어졌다.다만 전셋값은 약세가 뚜렷하다. 올 초부터 동백지구 내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전체적으로 전셋값을 끌어내리고 있는 모습이다. 동백지구 인근 죽전동·보정동 일대는 전셋값이 연초보다 무려 5,000만원 이상 떨어졌으며 하반기에도 전셋값은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이에 비해 구갈동과 상갈동, 공세동은 공세지구 내 아파트 분양이 시작되면서 가격이 강세를 그리고 있다. 공세지구 대주 피오레가 평당 1,200만원에 분양되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인근 지역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세동 벽산블루밍 31평형은 6월 한 달 동안 1,000만원 이 뛴 2억2,000만원에 거래되고 있고 신갈동 구갈2 도현현대 39평형은 6월에만 2,250만원이 뛴 4억1,500만원에 매매가가 형성돼 있다.더군다나 최근 용인시가 신갈저수지 인근 60만평을 기흥호수공원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터라 신갈동, 공세동 등 인근 지역은 집값 강세가 계속될 전망이다.그렇다면 하반기 용인 집값은 어떤 곡선을 그릴까. 현재로선 약보합 내지 하락세를 점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2억~3억원씩 급등한 것이 하반기에는 조정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상당수 단지들이 입주한 지 3년 미만인 것들이어서 비과세를 적용받는 올 하반기나 내년부터는 매물이 증가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상현동 T공인 관계자는 “부녀회 담합 등으로 매매가가 아직까지 하락하지 않고 있지만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강남, 분당 집값이 조정을 받으면 용인은 이들 지역보다 하락세가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내리막의 신호탄인 급매물의 출현은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근 시세보다 1,000만원 가량 싼 급매물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신봉, 성복지구에서 당초 7월로 예정된 건설업체들의 분양이 연말 내지는 내년 상반기로 연기되고 있다. 신봉지구 동일하이빌은 오는 12월 분양을 목표로 준비했지만 분양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내년 상반기로 분양시기를 연기했다. 성복지구에서는 GS건설이 7월에 3,000여가구를 분양할 계획이었지만 인허가 지연, 지역주민들과의 마찰, 부동산시장 침체가 심화되면서 연내 분양마저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물론 재반등을 점치는 의견도 있다. 장기적으로 놓고 볼 때 용인만한 투자처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분당선이 용인까지 연결되고 신분당선이 개통을 준비 중이며 양재~영덕 간 서울고속도로도 건설되고 있는 등 교통시설이 대폭 확충되고 있어 2~3년 이후에는 다시 가격이 강보합세를 그릴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정부가 수원과 상현동 중간지점에 광교신도시를 건설할 계획이며 판교신도시 중대형 평형 분양도 8월로 예정돼 있어 매매가가 마냥 하락세를 그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신봉동 신도시공인 관계자는 “용인 주택시장은 호가만 오르내리는 상황으로, 정부가 숫자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다 보니 오히려 시장왜곡을 부추기는 꼴”이라면서 “단기 효과에 급급하기보다 거래세 완화 등의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realso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