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영·유아에 대한 보육료 지원이 확대되고 방과 후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직장 내 연령차별 금지가 법제화된다. 일정 연령까지 일자리를 보장하는 정년의무화 도입 방안도 검토된다.정부는 지난 6월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06~2010년)’ 시안을 발표했다. 2004년 2월 정부가 처음으로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통령 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를 설치한 지 2년 4개월 만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08명으로 전세계 평균인 2.69명, 선진국 평균인 1.56명보다 훨씬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오는 2020년 4,996만명을 정점으로 해 인구는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더욱이 저출산 경향과 함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지난해 438만명이었던 노인인구가 2020년에는 두 배인 782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지난해 생산가능인구의 8.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지만 2020년에는 그 절반 수준인 4.6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게 될 전망이다.이 같은 인구감소 쇼크 우려에 따라 정부는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해 2020년에 합계출산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6명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번 구상은 올해부터 2010년까지 적용될 시안으로 투입되는 재정만 32조원이 넘는다. 당장 추진해야 할 과제도 70여개에 이른다. 정부는 중점추진과제로 출산과 양육에 유리한 환경조성과 고령사회 삶의 질 향상 기반 구축, 그리고 저출산 고령사회의 성장동력 확보를 제시했다.정부는 발표한 계획을 기본으로 시민단체와 종교계, 경제계, 노동계 등 사회 각 부문이 참여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대책 연석회의 논의와 공청회 등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6월 중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 시안의 대부분은 그동안 각 부처에서 실시돼 왔거나 추진돼 온 대책을 취합한 수준에 불과한데다 상당한 재원이 필요해 실효성에 적지 않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출산대책과 육아 인프라 확대= 우선 정부는 만 4세 이하 아동에 대한 보육·교육비 지원 대상을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의 130% 이내 가구까지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기초생활보호대상자와 차상위계층(4인 가족 월소득 140만원 이하)은 보육료 전액을, 도시근로자 가구 평균소득 70% 가정은 40%를 지원받고 있다. 이것이 2009년부터는 130%(월소득 459만원) 가정도 보육료의 30%를 지원받는 것으로 달라진다는 이야기다.학령기 아동지원도 강화된다. 정부는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 참여율을 올해 41%에서 2010년까지 65%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농어촌·도농복합지역에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학교수를 15개교에서 2008년까지 139개교로 늘리고 바우처(학생들이 학원수강 후 수강료 대신 제출할 수 있는 무료쿠폰) 지원 대상도 내년엔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에서 2008년 차상위계층 자녀로 확대키로 했다.다자녀 가구를 위해서는 소득세와 건강보험료를 깎아주는 방향으로 법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무주택 다자녀 가정에는 공동주택 우선분양 혜택을 제공하고 국민주택을 특별공급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이밖에도 입양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18세 미만의 모든 입양아에 대해서는 매달 10만원의 양육수당을 지급하고 입양수속에 따른 수수료(1인당 200만원)도 정부가 지원한다. 육아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국공립 보육시설을 2010년까지 현재의 1,352곳에서 2,700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육아휴직도 지금은 아기가 태어난 후 1년 내에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돼 있지만 2008년 이후에는 출산시 3년 내 편리한 시기를 골라 휴가를 쓸 수 있게 된다.고령화사회 대비= 정부가 발표한 ‘고령화 연착륙 대책’(고령화 대책)은 연금수급연령과 연계한 정년의무화 도입방안, 채용·훈련·해고시 연령차별 금지방안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정부는 먼저 2010년 이후 정년의무화 도입을 검토키로 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령자고용촉진법에서 60세 정년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정년이 낮아지는 추세다. 정부는 이를 연금수급연령과 연계해 정년을 실질적으로 연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노인에게 적합한 일자리도 현재 18만개에서 2010년까지 38만개로 늘린다. 또한 노인 근로의욕 고취 차원에서 연금수급시기를 늦추는 경우 1년에 6%씩 연금수급액을 높여주는 등 고령 근로활동에 따른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기도 가평 등 3개 지역에 보건소, 노인복지관 등 노인을 배려한 시설이 연계돼 운영되는 855여가구의 국민임대주택 시범사업도 함께 실시된다.연령차별 금지 법제화도 추진한다. 정부는 이 제도를 채용·훈련 분야부터 먼저 적용하고 해고·정년 분야까지 확대키로 했다.실행까지는 ‘산 넘어 산’= 정부가 앞으로 저출산·고령화 대책과 관련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 이번 저출산·고령화 사업의 경우 총 230개 사업 중 예산사업이 180개다. 올해부터 2010년까지 정부의 대책에 따라 확보해야 하는 재원은 32조746억원이다. 저출산 지원 18조8,998억원, 고령화 대책 7조1,802억원, 노인 일자리 마련 등 미래 성장동력 확충에 드는 5조9,600억원 등이다.정부는 재원마련을 위해 실효성 낮은 사업의 구조조정을 통한 불요불급한 재정지출 억제, 비과세·감면제도 신설 억제, 자영업자 세금 징수율 제고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우선 비과세·감면제 폐지 등은 국민부담으로 직결돼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공무원 인건비 감축을 비롯한 예산 우선순위 결정 등 세출 구조조정은 부처간 이견이 제대로 조정될지 의문이다. 더욱이 전체 32조원의 재원 중 지방자치단체들이 내야 하는 돈이 40%(12조9,805억원)나 되는데 지방자치단체들이 빠듯한 살림살이에 사업을 제대로 진행할지 미지수라는 평가다.특히 이번 시안의 대부분은 각 부처에서 이미 추진해 온 정책들을 취합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어서 실효성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번 시안에서 신규 예산사업은 극히 미약한 수준으로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이야기다.더욱이 정부의 이번 대책에 대해 재계의 반발도 거세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정부의 대책 발표 이튿날인 6월8일 정부 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한 공동 입장을 발표했다. 재계는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핵심은 출산계층의 소득 및 고용안정을 통한 미래불안 요인의 감소와 고령계층의 소득 및 생활안정”이라면서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확대에 의한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통한 고용증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 계획안에는 이런 문제인식이 충분히 반영돼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연령차별금지와 정년연장, 시간제 육아휴직제, 배우자 출산휴가제 등 기업의 부담증가로 고용기피를 초래할 수 있는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우려된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각계 전문가들 역시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에 대해 “단기 처방으로는 문제해결이 어렵다”면서 “정부를 포함한 각 사회주체가 심각한 저출산·고령화의 문제점을 깨닫고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은 취업난으로 인한 만혼(晩婚)과 결혼기피 현상 때문인데 정작 이에 대한 대책이 빠져 있다고 지적하고 저출산·고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아이를 마음 놓고 낳을 수 있는 환경을 위해 국가와 기업 등 모든 사회주체가 나서야 하는 것은 물론 육아 인프라를 근본적으로 튼튼하게 다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김소연 기자 selfzone@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