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는 2004년 4월 1일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개통된 이래 20개월 이상 한국철도의 대표상품으로 자리를 지켜왔다.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다섯 번째 고속철도 개통국이라는 수식어는 과거형이 됐다. 이제 우리에겐 세계 최고의 고속철도 운영국이라는 자부심 획득이 과제로 남아있다.지난해 12월 10일, KTX는 개통 20개월 만에 이용객 5,000만명을 돌파했다. 우리나라 전체 국민이 모두 한 번꼴로 KTX를 이용했다는 계산이다. 이것은 인구비례로 볼 때 고속철도 선진국인 일본이나 프랑스, 독일, 스페인보다도 앞선 성과다. 그만큼 KTX는 국민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는 방증이다.유럽이나 이웃 일본을 보면, 고속철도는 여행을 위한 고급이동수단의 성격이 강하다. 반면 KTX는 서울-부산, 서울-목포간 400km 내외라는 중단거리구간을 빠른 시간 내 이동시켜줄 경제적 필요에 의해 탄생했다. 여행에 앞서 비즈니스의 개념이 강하게 도입됐고, 고급스러움과 안락함보다는 실용적이고 경제적인 부분이 많이 강조됐다.그래서 일본의 신칸센을 이용해본 고객들은 KTX의 운임이 상당히 저렴하다는 데 놀라고, 그동안 새마을호를 이용해 오던 국내 고객들은 좌석의 안락함 등에서 새마을호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X가 주목받고 사랑받는 것은 그 날렵한 외관만큼이나 군살 빠진 실용성 때문이다. 호화로운 여행은 아니더라도 ‘빠른 시간 내에 비싸지 않은 가격에 고객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목적지로 모신다’는 컨셉이 오늘날 우리 입맛에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그것은 통계가 증명한다.요즘 KTX 1일 평균 이용객은 약 9만여 명, 초창기 1일 평균 이용객이 7만여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개통 2년이 채 되기 전에 빠른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용고객 5,000만명을 돌파할 때까지 20개월 동안, 단 한 차례도 열차운행을 거른 적이 없다. 또 도착시간 5분 이내를 기준으로 할 때 정시율은 94.4%에 이른다. 총운행거리는 3,100만km로, 지구에서 금성까지의 거리이다. 이 추세라면 개통 2주년이 되는 2006년 4월이면 6,000만명을 돌파하고, 7월 이전에 남북한 인구를 모두 합한 7,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이런 안정적 운영은 고속철도 선진국이며 우리에게 고속철도 기반시설과 운영능력을 전수해준 프랑스뿐만 아니라 독일과 스페인을 앞서는 실적이다. 다만 1964년에 세계 최초로 고속철도를 세상에 내놓은 일본이 우리를 앞서고 있을 뿐이다. 이쯤 되면, 우리도 모든 편견에서 벗어나 KTX의 탄탄한 안정성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질 만하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를 향해 시속 300km로 질주하는 KTX의 날렵한 몸매에 대해 사랑을 느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