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차ㆍ하이브리드카 인기몰이… 고객층 점점 넓어져

수입차 전성시대다. 2005년 팔린 수입차가 3만대. 폭발적 성장세는 2006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발표된 수입차가 50여종. 올 한 해 동안 출시될 수입차는 약 80여종에 달한다. 신차가 4일에 1대꼴로 나오는 셈이다. 갑자기 한국 자동차시장이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의 격전장이 된 듯하다. 한국 수입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수입차 시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4가지 뉴 트렌드를 짚어봤다.가격파괴 바람 분다수입차를 사는 사람들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정답은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달라졌다. 평범한 직장인들도 수입차를 구입하고 있다. 이는 중저가 수입차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적어도 5,000만원을 가져야 수입차를 구매할 수 있었다. 지금은 2,000만~3,000만원대 수입차도 흔하다.지난해에는 혼다와 폭스바겐 등이 가격경쟁을 주도했다. 혼다는 어코드와 CR-V 등 단 2개의 차종으로 수입차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돌풍의 배경은 성능 대비 낮은 가격대에서 찾을 수 있다. 중형 세단인 어코드와 SUV인 CR-V는 3,000만원대 후반이었다. 하지만 성능은 동급의 어떤 차와 견줘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일본차와 함께 독일차인 폭스바겐은 중저가시장을 집중 공략, 대성공을 거뒀다. 폭스바겐의 골프2.0 DLX는 부가세 포함 2,980만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6월에 출시된 2,000㏄급 세단 파사트는 3,790만원으로 국내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혼다, 폭스바겐과 함께 미국차인 포드도 지난해 3,000㏄급 대형세단 파이브헌드레드를 3,88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선보였다. 파이브헌드레드는 트렁크에 골프백이 8개가 들어갈 만큼 넓은 실내공간을 자랑한다.이러한 가격파괴 현상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포드가 ‘가격파괴’ 트렌드를 이어가고 있다. 1월2일 배기량 2,000㏄의 세단 뉴 몬데오2.0을 내놓은 것이다. 뉴 몬데오2.0은 부가세 포함 가격이 2,660만원. 쏘나타 고급형, 로체 등과 비슷한 가격대다. 그렇다고 뉴 몬데오2.0을 별 볼일 없는 싸구려 차로 치부하면 곤란하다. 포드코리아 관계자는 “뉴 몬데오는 유럽에서 폭스바겐 파사트와 푸조407 모델과 경쟁하는 차량으로 분기별 8만대가 팔리는 베스트셀링카”라고 소개했다.다임러크라이슬러는 1월 한 달간 전 차종 대상으로 새해 특소세가 환원되면서 인상되는 가격분을 아예 회사측이 부담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또 짚 체로키 디젤, 그랜드체로키 리미티드, 크라이슬러 퍼시스카 등 주요 차종에 대해 차종별로 최대 42개월 무이자 할부 및 등록비용 지원 등의 다양한 금융 프로그램을 내놓았다.지난해 중저가시장을 집중 공략한 폭스바겐과 혼다는 올해도 수입차가격의 ‘거품빼기’에 앞장서고 있다. 폭스바겐은 오는 4월 ‘베이비 파샤트’로 불리는 2,000㏄급 제타를 2,000만원대에 출시할 예정이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제타가 해외에서 골프보다 약간 싸게 팔리는데 골프2.0 FSI 딜럭스의 경우 국내 가격이 2,98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제타2.0T는 2,000만원대 후반에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디젤차가 뜬다디젤차들이 바람몰이에 나섰다. 가솔린 세단에 비해 가격이 더 저렴하거나 비슷한 수준의 디젤 세단을 잇달아 들여오고 있다. 푸조, 폭스바겐, BMW, 볼보 등 주로 유럽차들이 앞장서고 있다.지난해 1월부터 디젤승용차 판매가 본격 허용됨에 따라 수입차 중 푸조가 가장 먼저 407HDi를 선보인 이래 407SW HDi, 807HDi, 607HDi 등을 내놓았다. 10월에는 폭스바겐이 고급 디젤세단 ‘페이톤V6TDI’를 7,890만원(이하 부가세 포함)에 내놓았는데 8,300만원대의 페이톤3.2 가솔린 모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이 같은 가격 이점으로 지난해 말까지 244대가 판매됐다. 폭스바겐은 올해도 세단, SUV, 왜건형, 해치백 스타일 등 다양한 세그먼트에서 TDI 디젤모델의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제타의 디젤버전을 선보이며 파사트의 왜건형 라이프스타일 모델인 파사트 바리안트도 디젤모델을 함께 내놓는다. 하반기에는 디젤엔진을 탑재한 투아렉 5.0 V10 TDI까지 출시하며 승부수를 던진다.지난해 12월 BMW가 출시한 첫 SUV모델 ‘X3 3.0d 다이내믹’은 동급의 가솔린 모델 ‘X3 3.0i’보다 성능과 연비가 60% 이상 향상됐음에도 가격은 가솔린 모델과 같은 7,250만원이다. 또 볼보는 올 초 내놓았거나 앞으로 내놓을 예정인 스포츠세단인 S60 D5, S69 2.4D, SUV모델인 XC 70 D5, XC 90 D5 등 4개 디젤모델의 가격을 동급 가솔린 모델 대비 약 7~25% 싸게 책정했다.디젤차가 인기를 끄는 것은 가솔린과 경유간의 가격 차이가 줄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경유가 가솔린보다 15% 정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디젤차의 단점으로 소음과 진동이 심하다는 것을 꼽지만 엔진기술의 발전으로 가솔린차와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가 됐다.하이브리드카 시대 열린다유럽차들이 디젤차로 시장공략에 나선다면 일본차들은 하이브리드카로 맞대결을 펼친다. 하이브리드는 가솔린과 전기를 함께 사용해 연비효율을 높이는 한편 배기가스를 줄인 친환경 첨단기술 차다. 혼다는 오는 6~8월께 ‘어코드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 국내 하이브리드 시대를 연다는 계획이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혼다의 베스트셀링카인 어코드에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시켜 북미시장에 처음 출시한 차다. 연비효율이 기존 가솔린 모델 대비 30% 가량 높아져 ℓ당 12~15㎞의 주행이 가능하다.렉서스도 하반기에 RX400h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RX400h는 휘발유와 전기모터가 개별 혹은 공동으로 작동되는 SUV로 일본에서 ℓ당 17.8㎞의 주행연비를 기록했을 정도로 높은 연비 효율성을 자랑한다.시장이 세분화된다수입차시장이 세분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세단과 SUV 위주로 형성됐던 수입차시장이 세단, 스포츠세단, SUV, 크로스오버, 디젤차, 하이브리드카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또 다양한 성능, 디자인, 가격을 가진 차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수입차=럭셔리’ 등식이 깨지고 있다. 럭셔리카뿐만 아니라 중저가 브랜드가 대거 늘어났다. 소비자의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진 셈이다. 이러다 보니 소비자들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차를 고르고 바꾸는 트렌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신의 인생관, 나이, 직업, 개성 등에 맞는 브랜드와 차종을 선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니치마켓을 겨냥한 모델도 잇따르고 있다.스포츠세단이 대표적이다. 스포츠세단은 운전의 즐거움을 표방한다. 겉모양은 세단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고성능 스포츠카의 성능과 분위기를 그대로 갖추고 있다. 주말에는 스포츠카로 확 트인 도로를 달리고 싶지만 출퇴근할 때는 남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세단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위한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