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이에 대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발족시켰고, 지난 9월에는 12개 부처의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저출산고령사회정책본부’를 출범시켰다.하지만 이 같은 정부 대책은 아직까지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정책본부 출범 2개월이 지나도록 본부장 적임자를 찾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 기구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각종 대책의 실효성도 논란 대상이 되고 있다.사실상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해 발생할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은 이미 전 국민에 확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제는 해결방안의 제시 수준을 넘어서 과연 어떻게 이들 해법을 실행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정부 대책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최근 많은 학자들이 각종 세미나 형식을 통해 저출산ㆍ고령화 시대 대비책에 대한 의견을 쏟아놓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국민연금 - ‘뜨거운 감자’현재 ‘저부담ㆍ고급여’의 재정구조로 돼 있는 국민연금제도는 저출산ㆍ고령화가 진행되면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연금보험료 부담 세대는 줄어드는 반면, 연금수급자는 급속히 늘어 후세대의 재정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금재정 악화에 대비해 연금제도를 개혁하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최근 국회 국민연금제도개선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구성돼 연금개혁을 위한 논의기구가 마련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핵심 쟁점에 대한 논의에 접근도 못한 채 여야간 견해차로 삐걱대고 있어 앞으로의 진행방향은 짐작조차 어렵다.그동안 여야 의원들은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뜻은 함께했지만 열린우리당은 일단 연금액만 줄이자는 입장을, 또 한나라당은 기초연금을 세금에서 내주자는 의견을 고집하며 시간을 끌어왔다.따라서 경제전문가들은 물론이고 노동계, 언론 등 사회 각 분야에서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내고 있다.일단 여러가지 연금제도 개선안이 제안되고 있지만 그중 가장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국민연금과 기업연금, 개인연금을 연계한 3층 구조의 소득보장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해 말 컨설팅회사 매킨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더 많이 내고 적게 늦게 받는, 즉 최저 생활 보장에 초점을 맞춘 방향으로 개선된 국민연금이 제1축이 된다. 또 지난 12월1일부터 첫발을 내디딘 퇴직연금이 제2축이 된다. 퇴직연금은 도입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확정급여형(DB)이냐, 확정기여형(DC)형이냐에 따라 각각 세제 혜택을 달리해 가입 유인책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축인 개인연금에 대해서는 소득공제 상한을 확대하는 등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금융기관들이 다양한 상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연금제도 개선에 대한 고민은 국민연금 고갈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민연금은 이대로 가면 2036년에 적자로 돌아서 2047년이면 고갈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자 정부도 인정한 시나리오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국민연금의 재정확보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한다. 지난 12월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최한 인구 고령화 협동연구 제2차 심포지엄에서도 이와 관련된 의견이 제시됐다. 이날 ‘고령화와 재정금융대책’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최준욱 한국조세연구원 박사는 보고서에서 “현실적으로 연금 등이 국내에서 투자할 마땅한 대상이 없다”면서 “효율적인 자산운용을 위해 국민연금 등의 해외투자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민연금 운용의 독립성과 효율성,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보건복지부 내에 설치돼 있는 기금운용위원회를 정부의 특정 부처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위원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국방 - ‘병역자원 감소’지금 같은 출산율 저하가 계속될 경우 한국의 총인구는 2020년을 정점으로 2021년부터 감소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은 고령인구 증가와 청년층 감소로 직결된다. 이를 국방정책의 차원에서 보면 병역의무자, 즉 병역자원 부족으로 연결지을 수 있다.하지만 한 국가의 적정 병력규모는 단순히 인구구조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 일반적으로 그 나라가 처한 군사적 위협의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한국이 수십년간 고수해 온 68만여명의 병력을 유지하는 데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말이다. 또한 병력규모를 현재의 68만명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가정하더라도 2020년까지는 병역자원이 부족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렇다 보니 국방부나 병무청 어디서도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다만 절대적인 인구수가 줄다 보니 징집인력의 질적 차원에서는 지금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학계의 소리에는 귀를 기울여봄직하다.이에 따라 여성의 군 참여 확대나 지원병제 도입, 부사관 등 전문인력 확보를 추진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사실상 저출산과 병역자원 부족을 연관짓는 경우 대개 현역복무자와 대체복무 대상자를 합쳐서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병력수급과 연계해 대체복무제도를 단계적으로 축소 또는 폐지하게 되면 병력부족을 호소할 일이 없다는 얘기다. 대체복무는 인구 잉여시대에 만들어진 제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한편 국방부는 최근 68만명 수준인 병력규모를 2020년까지 대략 50만명 수준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방개혁2020’을 발표했다. 이러한 국방개혁은 군 구조를 ‘병력집약형’에서 ‘기술집약형’으로 바꾸겠다는 국방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경상운영비 지출에 따른 예산압박과 병역자원의 감소, 세계적인 병력감축 및 군사혁신 추세 등이 그 추진 배경이다. 결국 인구감소에 대한 우려가 국방 분야에 있어서는 발전적인 방향의 개혁으로까지 이어진 셈이다.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저출산 문제와 국방을 함께 언급하는 것에 대해 군 관계자나 학자들의 의견은 상당히 엇갈리고 있다. 2020년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15년 후의 일이므로 68만명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전제 자체에 대한 검토와 함께 병역정책을 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방정책과 병역정책의 대전제가 되는 남북관계와 한ㆍ미관계가 지금과 같을 것이라고 가정하기도 어렵고, 또한 군사력 건설방법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사회복지 - ‘고령화 쇼크’인구감소 시대의 사회복지는 ‘노인보건복지 종합대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분위기다. 노년기를 사회적 배제 시기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참여의 시기로 봐야 하는 시점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허약한 노인이 늘고 가족가치관이 변하는데다 부양의식이 약화되고 노인의 자녀와의 별거율이 높아지면서 이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장기요양보호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 고령화 문제 가운데 치매, 중풍 등 만성질환으로 인한 장기요양보호 문제는 노후생활의 최대 불안요인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01년 기준으로 장기요양보호가 필요한 노인이 74만1,000명인 데 비해 2011년에는 114만1,000명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정부가 2003년 장기요양보장추진기획단을 구성하고 요양보호 노인을 위한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노인요양보장제)를 2007년에 도입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노인요양보장제는 치매와 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간병ㆍ수발, 목욕, 간호ㆍ재활 등의 서비스를 공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정부는 1단계로 2007년 7월부터 2010년 6월까지 노인질환 1∼2등급 최중증 노인 7만2,000명을, 2단계는 2010년 7월부터 2013년 6월까지 1∼3등급 노인 14만7,000명을 각각 대상으로 노인요양보장제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결국 저출산ㆍ고령화 시대의 사회보장 시스템은 노인복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수반하는 게 우선이다. 지금까지 노년기를 퇴직, 질병, 의존의 시기로 보는 접근이었다면 다가오는 시대의 노인복지는 참여와 건강, 독립의 시기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