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는 일본기업들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또 기업들은 험난한 파고를 넘기 위해 어떤 전략으로 승부하고 있을까. 인구감소가 현실로 나타난 일본기업들의 생생한 사례를 분석해본다. 한국기업들에 타산지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세계 최고의 자동차메이커로 부상하고 있는 도요타자동차는 최근의 인구감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만큼 대책마련에도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국내에서의 확고한 위상 유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먼저 도요타는 ‘달리면 달릴수록 공기가 맑아지는 차’를 만드는 데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최근 끝난 ‘사랑·지구박람회’에서도 1인승 전기자동차인 ‘아이유니트’를 선보였다. 핸들도, 액셀러레이터도 없다. 조종은 조종간(손잡이) 하나로 ‘OK’다. 또 도요타는 이번 박람회에서 어린이를 우대하는 입장권을 배포한 유일한 회사로 기록됐다. 잠재고객인 어린이들에게 어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는 대목이다.‘34년 만의 부활.’ 게이오백화점 신주쿠점은 지난 7월 사원식당의 옥상 이전에 발맞춰 1971년에 규모를 크게 줄였던 ‘미니 유원지’를 부활했다. 옥상의 플레이랜드에는 ‘토머스 열차’ 등 인기 캐릭터 모양의 탈 것이 즐비하다. 라면이나 자판기 등 경양식 정도나 팔았던 음식코너도 4월에는 스카이카페로 바꿨다.상황이 이쯤 되자 옥상의 인기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개조 이후 이용객수가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손님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 이와 함께 매출도 무려 60%나 크게 늘어났다. 다른 한편에서는 50~70대 여성에 타깃을 맞춘 판매전략으로 신주쿠 일대 백화점 전쟁에서 ‘승자의 길’을 걸어왔지만 새로운 상황에 적극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97년에 매장면적을 35%나 줄였던 7층의 완구, 아동복 코너도 2004년에 20% 확대했다. 시니어층에 강하다는 것만으로는 인구감소시대에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니혼항공(JAL)의 움직임도 기민하다. 지난 11월 후쿠오카공항에서 뉴질랜드행 비행기 14대가 출발했다. 승객은 모두 후쿠오카현 소재 15개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JTB와 JAL이 5년 전부터 지방자치단체와 지방 소재 학교를 대상으로 해외여행객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또 한번 위력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70년대에 점보기를 도입한 이후 JAL을 이용하는 해외여행객은 증가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출국 일본인수는 2000년의 1,781만명을 정점으로 미국에서 9ㆍ11테러가 터졌던 2001년에 1,621만명으로 줄었다. 이어 2003년에는 중국에서 사스가 발생하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1,329만명을 기록, 피크 때의 75% 수준까지 크게 떨어졌다. 2004년에는 1,683만명으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JAL은 당분간 1,600만명선에서 횡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JAL이 고심하는 부분은 20대 여행객의 신장률 둔화다. 최근 몇 년 새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 회사의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감소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터져 나오고 있다. JAL의 한 관계자는 “수학여행 수요 개척에는 장래의 20대 소비자를 미리 확보해 두자는 전략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JAL은 다른 한편에서는 40대 후반에서 50대의 중장년층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이미 2003년부터 ‘결혼 25주년 부부 대상 은혼여행’ 캠페인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이밖에 이 회사는 일본을 찾는 외국인을 잡기 위한 노력도 적극 전개하고 있다.일본 맥주업계는 2006년부터 인구감소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3~4년간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해마다 전년 대비 0.7% 정도의 수요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 삿포로맥주 역시 이런 점을 충분히 예측하고 있다.이 회사가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20~64세까지의 인구수. 업계에서는 ‘음주인구’라고 부르는 연령대다. 현재 약 7,800만명인 음주인구가 인구문제연구소의 예측으로는 올해 28만명이 줄고, 2006년 이후는 해마다 50만명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 음주인구의 대폭 감소는 인구의 고령화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삿포로맥주는 앞으로의 수요는 인구감소 이외의 요인으로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른 저알코올 음료의 출현과 낮은 경제성장률이 또 다른 수요감소 원인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감소폭은 해마다 전년 대비 약 1.3%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돌파구는 신규사업 진출에서 찾고 있다. 이를 위해 이미 식품사업부를 신설했고, 향후 이 분야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특히 강점을 갖고 있는 대맥의 육종기술과 원료조달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지난 8월부터 ‘대맥수프’를 내놓고 있다. 또 지난 11월1일부터는 대맥을 제빵회사에도 제공하고 있다.인구감소로 간장을 소비하는 ‘입’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총무성의 가계조사에 따르면 한 가구당 간장 소비량은 82년 16ℓ에서 2004년에는 8.5ℓ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일본 최대의 간장제조업체인 기코만은 간장의 고부가가치화, 간장가곡식품 분야 진출, 해외진출, 기업의 인수합병(M&A) 등 4개의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워 시장축소에 적극 대응하고 나섰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M&A. 2004년 3월 한 두유업체 주식을 대거 사들이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두유시장 규모에서 일본보다 3배 이상 큰 미국에서 승부를 낼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 2004년 3월에는 시너지 효과 강화 차원에서 히게타장유 주식 14.4%를 인수하기도 했다.잇단 M&A를 통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기코만이 또 하나 관심을 갖는 테마는 ‘고령화 사회의 건강’이다. 건강식품과 기능성식품을 적극 내놓아 시장을 개척해 나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연평균 수입 300만엔 미만, 20대 남성이 신규고객의 40%를 차지하는 일본의 소비자금융에서도 인구감소는 절박한 문제다. 더욱이 주요 고객인 20대 인구도 앞으로는 늘어날 가능성이 낮다. 프로미스는 이런 점을 감안해 여성고객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남성고객만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다. 이를 위해 여성들이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곳에 점포를 오픈하는 데 주력하고 있고, 이사업체와 제휴해 이사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상품 판매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홍콩이나 대만, 태국 등 외국시장 개척에도 뛰어들고 있다. 이들 지역의 일본계 기업 현지직원들을 대상으로 융자를 해주는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영업 대상 지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어느 업체나 비슷한 상황이지만 편의점업체 로손의 이용객은 20~40대 전반의 남성이 70%를 차지한다. 앞으로 젊은 사람들이 줄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로손은 여성 중에서도 특히 주부층을 공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5월 야채, 과일 같은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로손스토어100’ 1호점을 오픈한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로손스토어는 미니슈퍼와 편의점의 기능을 조합한 형태의 점포다. ‘로손스토어100’이 타깃 고객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은 주부나 50대 이상의 연령층이다. 이들은 평소 편의점을 별로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로손은 또 ‘미와 건강’을 컨셉으로 내세워 식품 칼로리 표시를 하는 등 20~40대의 여성을 타깃으로 한 ‘내추럴로손’도 2001년부터 오픈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모두 32개의 점포를 냈다.일본기업들은 인구감소에 맞서기 위해 여성과 시니어층의 틈새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울러 1인당 매출을 늘리기 위한 방법에 골몰하고 있으며 M&A에도 적극적이다. 심지어 인구가 늘어나는 나라에 진출하는 기업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한마디로 매출감소에 대비해 ‘앞으로 돈 될 것은 다한다’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