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은 ‘품질경쟁력 우수기업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품질경쟁력 우수기업은 품질경영혁신으로 기술력과 산업경쟁력을 향상시킨 기업이다. 물론 많은 경영성과를 거뒀다. 기술표준원은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 제6조에 따라 매년 이들 기업을 선정하고 있다.1997년부터 시작해 올해 9년째를 맞은 품질경쟁력우수기업 인증제도는 품질경쟁력이 우수한 기업체를 발굴한다. 산업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는 동시에 우수 사례를 모델화해 후발 기업체가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내기업 특성에 맞는 품질경영체제 확산과 품질경쟁력 향상이 목적이다.처음에는 선정제도로 운영됐으나 2004년부터는 이를 인증제도로 전환했다. 이 제도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먼저 국내기업의 품질경쟁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독특한 심사기준을 들 수 있다. 품질경쟁력 평가모형은 기술력과 품질경쟁력으로 구성돼 있다. 또 품질경쟁력은 다시 품질경영시스템과 품질경영활동을 평가하도록 설계돼 있다.기업이 실질적으로 적용하는 다양한 품질경영활동과 기법을 평가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기법 개선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아울러 심사기준의 문제점을 도출해 매년 개정한다. 심사기준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두 번째 특징은 단발성 포상이 아니라서 매년 도전이 가능한 제도라는 것이다. 기업은 자사의 품질경쟁력 수준을 해마다 객관적으로 평가받게 된다.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이를 통해 경영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 올해 선정된 46개 기업 중 5년 이상 수상한 기업이 19개였다.정부는 품질경쟁력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에는 다각도로 지원한다. 특히 선정된 업체의 국ㆍ영문 홍보책자를 제작한다. 이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해외무역관, 중소기업 관련단체, 업계에 배포하며 홍보한다.선정업체 가운데 산업별ㆍ평가분야별로 우수한 기업의 사례집을 별도로 발간하기도 한다. 이 사례집을 중소기업 관련단체와 업계가 벤치마킹 자료로 활용하도록 보급하고 있다.‘품질경쟁력 우수기업 인증’ 심사평가지표는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제조업, 건설업으로 구분돼 있다. 제조업은 13개, 건설업은 총 8개 평가항목으로 구성돼 있다.제조업의 평가분야는 TPM(전사적 생산보전)과 제품개발ㆍ기술력, 소집단 개선활동, 신뢰성, 물류, 제조물책임(PL), SQC(통계적 품질관리)ㆍSPC(통계적 공정관리)다. 또 건설업의 평가분야는 제안활동과 건설시공ㆍ환경이다. 공공서비스업에는 신청업종 특성별로 제조업과 건설업 평가분야의 관련 항목을 적용한다.업종 구분 없이 평가하는 공통분야도 있다. 전략ㆍ관리시스템, 정보분석관리, 고객만족(CS), 기업문화ㆍ인재육성, 품질시스템, 경영실적은 모든 업종에 적용되는 항목이다.품질경쟁력 우수기업 인증에 도전하려는 기업은 매년 우수기업 모집 공고시 제공되는 품질경쟁력 자가진단시스템(QCAS)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면 된다. 특히 올해부터는 자가진단 웹망(www.q-korea.net)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업은 자가진단을 위한 온라인 접속 프로그램으로 보다 편리하게 인증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기업은 자가진단망에서의 평가결과와 기술력, 품질경영추진현황 등을 제출하면 된다. 그후에 이를 근거로 서류심사를 한다. 서류심사에 통과한 기업은 품질경영전문가와 품질경쟁력연구회 회원 중심으로 구성된 평가단의 심사를 받는다. 평가단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평가한 결과를 정밀하게 검증하는 현장심사를 진행한다. 현장심사 결과는 심의위원회에 상정돼 최종적으로 품질경쟁력 우수기업을 가려낸다.2005년 품질경쟁력 우수기업은 지난해보다 조금 늦은 7월 중순 인증 공고를 냈다. 9월 서류심사, 9~10월 현장실사, 10월 최종심의위원회를 거쳤다.그 결과 총 46개사가 2005년도 품질경쟁력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최고 점수를 받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를 포함한 대기업과 공기업 22개사, 유니슨 등 중소기업 24개사 등이 이들 기업이다.품질경쟁력 우수기업 인증제도 시행 이래 5년 이상 뽑힌 기업도 적지 않다. 9년 동안 내리 선정된 기업은 유니슨과 한국OSG이며, 8년 연속 뽑힌 기업은 현대엘리베이터와 귀뚜라미가스보일러, 한미반도체다. 또 7년째 우수기업 인증을 받은 기업은 한전기공과 대림통상, 금구공장,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금호타이어 곡성공장, 재영솔루텍이다. 6년간 인증받은 기업은 에넥스와 한국특수형강,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위지트, 금호폴리켐, 금호석유화학 울산합성고무공장이다.5년째 영예를 누린 기업은 한전원자력연료와 금호피앤비화학, 금호미쓰이화학이다. 아울러 우수한 성과를 거둔 기업 가운데 품질경영 유공자에게는 산자부 장관 표창을 수여했다.2005년 품질경쟁력 우수기업 인증 수여식과 심포지엄은 지난 11월16일 산자부 기술표준원 중강당에서 마련됐다. 행사는 우수기업 사례발표와 우수기업 증서 수여, 유공자 표창 순으로 진행됐다. 시상식에는 이번에 선정된 46개 기업뿐만 아니라 품질경영 관련 전문가 250여명이 참석했다.2005년 품질경쟁력 우수기업 인증을 받은 ‘재영솔루텍’을 일례로 들어보면 인증업체들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재영솔루텍의 경우 대표이사부터 품질경영에 적극 나선다.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금형제조업체인 재영솔루텍의 사장은 ‘김품질’이라는 명찰을 쓴다. 그를 처음 만난 사람은 작업복 윗옷에 달린 ‘金品質’(김품질)이란 명찰을 보고 어리둥절하게 된다.김품질 사장의 본명은 김학권이다. 오직 품질에 승부를 걸겠다는 마음에 명찰에 ‘김품질’이라고 붙였다. 연간 1,700만대의 휴대전화가 바로 재영솔루텍 공장의 금형을 통해 탄생한다.김학권 재영솔루텍 사장의 키워드는 ‘현장’이다. 매주 수요일 품질관리혁신회의를 열며 6개팀의 평사원 30명과 열띤 토론을 펼친다.또 매달 셋째주 수요일에는 ‘새벽회의’를 마련한다. 오전 7시에 대리급 이상 사원 60여명을 모아놓고, 100여가지 각 제품의 품질기준을 확인한다. 품질기준에 못미치면 각 팀은 즉각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이 같은 품질중시경영의 결과 재영솔루텍의 매출액은 지난 10년 사이에 10배가 늘었다. 2003년 1,108억원, 2004년 1,315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김사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의 2010년 목표는 ‘1조원 클럽(매출 기준) 가입’이다. 이런 노력 끝에 재영솔루텍은 정부가 매년 선정하는 ‘품질경쟁력 우수기업’에 7차례 뽑혔다.INTERVIEW / 이관석 홍익대 교수(품질경쟁력연구회 회장)‘품질 중시로 국제경쟁력 키워야’이관석 홍익대 정보컴퓨터공학부 교수(사진)는 품질경쟁력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품질경쟁력 연구회는 한국경제의 활로를 개척하고 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산학연 품질전문가들이 모여 창립됐다.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 표준협회와 함께 품질경쟁력 향상을 위해 기업의 사례를 발굴, 조사평가하고 있다.1997년부터는 연구를 발전시켜 품질경쟁력 지표를 만들었다. 그동안 정부는 매년 이 지표로 기업을 평가, 품질경쟁력 우수기업을 선정해 왔다.이교수는 “품질경쟁력이란 경쟁자보다 우위의 위치에서 지속적으로 고객을 만족시키며 경영성과를 향상시켜 나갈 수 있는 경영능력”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품질경쟁력 평가지표는 지속적인 품질경영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데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현재 심사에 쓰이는 지표는 경영실적, 전략ㆍ관리시스템, 정보관리, 인재육성ㆍ기업문화, 소집단ㆍ자주개선 활동, 제품개발, 고객만족(CS), 품질 시스템 등이다. 이교수는 “평가지표에는 최근까지 소개된 여러 경영기법이 대부분 반영돼 있다”며 “SR(사회적 책임)와 지속적 성장, ISO9001(품질경영시스템), ISO14001(환경경영시스템), 블루오션, 식스시그마 등의 기법이 고려됐다”고 했다. 또 각 분야별 세부적 평가항목들은 해당 분야에서 수행해야 할 내용과 그 질적 수준을 판단하는 척도가 된다.아울러 이교수는 “평가척도가 객관화돼서 시간에 따른 기업의 발전과정을 파악해 볼 수 있다”며 “경쟁자와 비교를 통해 자신의 강점이나 약점을 파악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유수기업을 벤치마킹함으로써 기업혁신을 앞당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20세기에는 저가격을 기초로 한 양적 성장을 꾀한 기업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경영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이러한 성공의 달콤함을 길게 맛볼 수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이교수는 “21세기에 들어와서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잠자고 있던 중국, 인도 등 브릭스(BRICs)국가들이 공격적으로 공업화를 추진한다”며 “브릭스국가들은 저가격으로 세계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일본, 서유럽 선진국가들은 정보화를 통해 구조개선과 업무개선을 이루고 고품질의 제품을 더욱 낮은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덧붙였다.후발개발도상국 시절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얻어진 지혜인 ‘양(quantity) 중시’의 기존 패러다임으로는 성장에 한계를 맞는다는 얘기다. 경쟁력의 핵심은 ‘품질’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이교수는 “품질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국민이 3위 일체가 되어 진정한 ‘질(quality) 중시’ 경영을 이뤄야 한다”며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