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의 수출입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의 해외수출은 3만4,800t, 금액으로는 1억270만달러 규모다. 이는 금액 면에서 전년 대비 10% 가량 늘어난 수치다. 최근 3~4년 사이 김치 수출규모는 매년 15~20% 정도 늘고 있다. 국내 김치수요는 서구화된 식단의 영향으로 다소 주는 추세이긴 하지만 1인당 1일 수요량 90g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김치 비즈니스는 그 어느 산업과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이처럼 안정된 소비시장을 갖췄지만 아직까지 체계적인 틀을 갖춘 산업으로 보기는 어렵다. 일단 시장규모 추산 자체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영세업체 위주로 움직이고 있는 탓이다. 따라서 그 역사나 규모에 비해 경제적 측면에서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한 만큼 그동안 산업의 활성화를 촉구하는 업계와 학계의 목소리가 높았다. 더욱이 최근 위생안전성 문제로 맘고생이 심했던 김치업계로서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됐다.한국의 전통식품인 김치가 기업 단위로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1950~1960년대 군 급식용으로 공급되면서부터다. 이후 70년대에 각종 산업체 단체급식 물량이 늘어나고 80년대 초 중동파견 근로자용으로 수출되면서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게 됐다.이후 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김치 수출이 활발해지는 한편 국내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화 작업도 함께 진행됐다.특히 김치제조업의 관련 법규 해제로 94년 9월부터 대기업도 김치산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시장이 활기를 띠게 됐다. 두산, 동원F&B, 풀무원, CJ 등 대기업들이 김치 비즈니스에 뛰어들면서 포장김치시장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총 5,5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한국 김치시장에서 이들 포장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7%(1,500억원)이다.하지만 이들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시장이 정비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브랜드를 내걸고 하는 사업인 만큼 ‘철저한 품질관리’를 모토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90년대 들어서면서 김치산업은 위생적인 현대 기계설비를 갖춘 신규공장이 신설돼 본격적인 성장단계를 맞게 됐다. 전통적인 반찬식품에서 상품김치로 거듭났다는 이야기다.실제 최근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식품매장에서 만난 주부 양선영씨(31)는 “매스컴에서 김치제품의 안전성 문제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지만 늘 김치를 사먹던 터라 매장에 나왔다”면서 “조금 비싸지만 브랜드 제품을 선택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이들 대기업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제품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포장김치 점유율 1위인 두산 종가집 김치의 경우 지난 5월 가장 맛있는 김치라는 김장김치에서 찾아낸 김치유산균 ‘류코노스톡 DRC0211’을 특허출원했다. 또 이를 적용한 종가집 ‘집김치’를 새롭게 내놓고 전 제품을 ‘집김치’ 라인으로 교체했다. ‘류코노스톡 DRC0211’은 두산 종가집 R&D센터 김치연구소 연구원들이 3년간 전국의 김장김치를 연구한 결과 500여종의 기타 유산균들 중에서 찾아낸 것이다. 이 ‘류코노스톡 DRC0211’을 김치에 넣게 되면 김치의 맛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김치를 쉬어지게 하는 산패균의 번식을 억제해 김치의 아삭하고 시원한 맛을 오랫동안 유지시켜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또 포장김치시장의 후발주자인 CJ의 경우 최근 ‘명품김치’ 개발을 목표로 식품연구소 내 신선식품센터 김치팀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었다. 김치가 인체에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을 하는지 밝혀내기 위한 김치의 ‘생리기능성 연구’에 돌입한 CJ 김치팀은 이 연구를 통해 김치의 세계화ㆍ상품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처럼 김치업체들이 연구팀을 활성화하고 고급김치 개발에 나선 것은 김치시장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김치시장도 여타의 제품시장처럼 고가와 저가로 양극화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그동안 상품김치는 가격 면에서 중국산 저가 제품에 밀려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수출에서도 타격이 컸다. 게다가 해외수출은 일본, 대만 등으로 치우쳐 있어 미주, 유럽 등 서구 입맛에 맞는 제품개발과 선진 포장디자인의 연구가 요구돼 왔다. 따라서 고급화에 대한 김치업체들의 관심은 최근 김치종주국으로서 상처를 입은 한국 김치의 자존심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결국 최근 김치와 관련돼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각종 이슈들은 김치산업에 하나의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게 김치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따라서 업계의 노력과 함께 정책적인 뒷받침, 소비자의 인식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김치산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기회가 되리라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한응수 농협대학 식품과학 교수는 “김치의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원료채소의 재배단계에서는 ‘우수농산물관리규범’(GAP)에 따르고 생산단계에서는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을 준수해 ‘모범제조규범’(GMP)에 맞출 수 있어야 한다”면서 “안전관리부서가 일원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업계에서는 김치제조공정을 기계화해 안전한 김치를 생산할 수 있어야 김치종주국의 위상을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