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경남기업의 성장세가 화제다. 몇 년새 부쩍 성장했기 때문이다. 외형ㆍ내실 모두 업계 평균을 뛰어넘는 눈부신 성장가도를 달렸다. 성공적인 합병(2004년 대아그룹에 흡수합병)에 이은 내실경영ㆍ노사화합 달성이란 어려운 함수를 단번에 풀어냈다. 2003년을 바닥으로 실적도 급증세다. 2004년 매출액ㆍ순익 등 모든 재무제표가 전년 대비 플러스로 돌아섰다. CLSA증권은 보고서에서 ‘합병 후 경남기업은 한국의 16번째(도급순위) 건설회사로 추정된다’며 ‘올해는 강력한 실적향상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호재가 합병 시너지다. 가령 대아건설은 풍부한 관공사(플랜트) 수주실적이 장점이다. 여기에 경남기업은 토목공사(철도ㆍ교량) 시공경험이 많다.특히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따른 고객만족도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한류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욘사마’ 배용준씨를 광고모델로 내세운 게 주효했다. 그간 경남기업은 뛰어난 기술력과 고품질 시공에도 불구하고 미흡한 브랜드ㆍ마케팅 파워 때문에 상품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합병된 경남기업은 이 돌파구를 ‘욘사마’에게서 찾았다. ‘욘사마’를 전격 기용한 뒤부터 경쟁사에 비해 월등한 인지도 향상을 이끌어냈다. ‘욘사마’의 이미지에서 ‘경남아너스빌 = 자부심 = 삶의 가치’란 등식을 자연스레 ‘오버랩’시켰다. 현재 경남기업은 업계에서 브랜드 마케팅에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꼽힌다. 매체광고를 내보낸 이후 실시한 분양마다 완전분양을 기록해 왔다. 홍보팀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이후 실시한 7개 사업지의 평균 분양률이 98.2%에 이른다”고 밝혔다.이뿐만 아니다. 경남기업은 한국소비자포럼이 주최한 ‘2005 한국소비자 광고신뢰도’ 조사에서 대형건설사를 제치고 아파트 부문 1위를 차지했다. 15만명의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광고인지도ㆍ전달력ㆍ공감도ㆍ신뢰도ㆍ구매영향력 등 5개 항목을 물었고, 평균 1위에 선정됐다. 이는 결과적으로 고객만족도 향상으로 직결됐다. 건설 전문 구직사이트인 ‘건설위커’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현재 건설업체ㆍ브랜드 인기순위 조사에서 경남기업은 10위에 랭크돼 있다. 이는 매체광고를 집행하기 직전인 지난해 7월의 34위에 비하면 1년새 무려 24계단이 급상승한 순위다.강력한 브랜드파워에 근거한 고객만족도 향상은 실적개선의 일등공신이 됐다. 경남기업은 최근 잇단 수주소식으로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좋다. 부산ㆍ원주ㆍ동탄(화성) 등에서 연거푸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가령 부산 남천동의 삼익 비치아파트 301동 리모델링 사업은 상징성도 크다. 대단지 내 단일동 리모델링으로는 부산 최초인데다 수도권을 뺀 지방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행 1호인 까닭에서다. 회사측은 선정배경으로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최첨단 설계, 앞선 기술력, 풍부한 시공경험 등이 입주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라고 평가했다.경남기업의 아파트 브랜드는 ‘경남아너스빌’이다. 입주민의 명예가 되는 고품격 주거공간을 지향한다. 환경친화적인 설계와 첨단시스템으로 도심 속에 첨단ㆍ휴식ㆍ레저생활을 재현한 원터치 라이프스타일의 멀티미디어 아파트다. 녹지율도 극대화하고 놀이터엔 탄성고무 바닥재를 깔아 안전성을 높였다. 특히 강도 6의 지진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내진설계가 자랑거리다. 채광면적을 넓히기 위한 거실ㆍ방 2개의 ‘3베이(Bay)’설계도 고객만족도를 높인다. 또 욕실 내부엔 저소음배관을 사용해 소음을 줄였다. 맑은 물을 공급하기 위해 위생ㆍ내식성이 뛰어난 지하저수조를 설치한 것도 경남아너스빌의 웰빙 프로젝트 중 하나다. 참숯룸 바닥재도 자연친화적인 주거공간을 위한 요소다.경남기업은 1951년 창립된 이래 한국의 건설역사를 선도해 왔다. 해외건설면허 1호 보유회사도 바로 이 회사다. ‘건설의 명가’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성적표를 자랑해 왔다. 다만 87년 대우그룹으로 편입되면서 90년대 중반엔 IMF 외환위기란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갔지만, 2002년에는 조기 졸업했다. 2004년에는 무서운 신예로 거론된 대아건설이 경남기업을 인수ㆍ합병했다. 이를 통해 대아건설은 업계 30위권에서 단숨에 15~16위권으로 사세가 확장됐다. 대아그룹은 현재 10개 가족회사로 구성돼 있다. 80~90년대를 거치며 건설 전 분야에 진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전국적인 기업이미지로 업그레이드됐다.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유통ㆍ호텔ㆍ정보통신 분야에도 진출했다.경남기업에는 독특한 경영문화가 있다. 학벌폐해의 타파가 대표적이다. 되레 지방대생을 우선 채용하는 관행을 갖고 있다. 매년 신입사원의 70%가 지방대 출신자다. 간판보다 실력과 열정을 높이 사서다. 이는 성완종 회장의 경영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그에게 경영의 제1 원칙은 ‘깨끗함’이다. 그는 “지금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건 인내력과 깨끗함의 결실”이라며 “건설업은 업계 특성상 환경ㆍ산재ㆍ공정거래ㆍ납품비리 등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우리 회사는 지난 30여년간 임직원 중 단 한명도 비리나 부정사건으로 구속된 일이 없다”고 전했다.곧 투명경영의 실천이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지방대생들은 역경에 굴하지 않는 인내력과 끈기, 화합 등이 큰 장점”이라며 “외환위기 당시 경남기업은 지방대 출신자들을 중심으로 400%의 보너스를 자진 반납하는 등 회사 구하기에 앞장섰다”고 평가했다.사회환원도 경영키워드 중 하나다. 서산장학재단이 단적인 예다. 재단을 통해 불우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사회와 더불어 살겠다는 메시지다. 성회장은 2002년 국민문화훈장 모란장을 수훈했다. 그에게 사회환원은 사회갈등ㆍ위기를 방지하는 가장 훌륭한 솔루션이다. 특히 축적한 부의 일부를 사회에 내놓는 ‘기부문화’에 관심이 많다. 이는 그 역시 무에서 유를 일궈낸 자수성가형 CEO이기 때문이다. 2010년까지 약 300억원을 공공법인에 출연해 보람 있게 쓰겠다는 포부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수혜를 입은 학생만 8,000여명에 달한다. 그는 “사회지도층이 존경받으려면 부와 명예를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자식들에게도 유산을 물려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CEO 탐구 성완종 회장황우석 교수 ‘참된 인생스승’ 호평“나는 학문의 길을 걷던 중 서산장학재단 성완종 이사장을 만나 형제지간의 정을 나누며 살아간다. 내 나이 50을 넘기며 적지 않은 ‘인생스승’으로부터 삶의 가치와 자세를 배워왔다. 성이사장으로부터는 다른 어느 스승으로부터도 전수할 수 없는 ‘참인생’을 배우고 있다.”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성완종 대아그룹(경남기업은 계열사) 회장의 개인홈페이지에 남긴 글 중 한 대목이다. 황교수는 “성회장의 생활철학에는 어느 고매한 철학가의 삶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감동의 이정표가 나부낀다”고 덧붙였다. 황교수의 평가를 빌리면 성회장은 ‘참인간’이다. 자수성가한 CEO이면서 동시에 일찍부터 사회공헌에 눈을 떴기 때문이다.성회장은 51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다. 누구보다 어렵게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소년소녀가장을 지원하거나 장학금을 흔쾌히 쾌척하는 건 더 이상 자신처럼 불우한 청소년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황교수가 그를 ‘참인간’으로 기술한 배경이다. 경영철학도 ‘모든 구성원이 사회에 기여하면서 즐겁게 일하고 함께 나눌 줄 아는 기업’일 정도다.물론 사회활동가로서만 성회장에게 호평이 따라붙는 건 아니다. 그는 ‘대아’라는 굵직한 중견그룹을 창업했다. 계열사만 10개에 달하는 알짜배기다. 2004년에는 경남기업을 합병해 업계 선두권에 진입했을 뿐 아니라 합병 후유증인 구조조정조차 없이 합병을 성공리에 완료했다. 건설경기 침체에도 불구, 안정적 사업구조도 유지하고 있다.그는 조직의 권위주의와 타성을 깨뜨리는 데 기업문화의 상당부분을 할애한다.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야말로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봐서다. 이를 위해 그는 합리ㆍ민주적 토론문화를 사내에 정착시켰다. 이른바 ‘친밀경영’이다. 임직원과 공연을 보거나 산을 함께 오르는 등 스킨십 경영을 앞장서 실천한다. 막힘없는 자연스러운 의사소통 정착은 창사 이래 무분규 달성의 씨앗이 됐다. 성회장은 “개인의 정보ㆍ지식은 유기적으로 통합돼야 가치가 있다”며 “조직의 유기적 통합을 위해선 무엇보다 인간적인 이해ㆍ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