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여개 기업 및 옥스퍼드 등 26개 대학, 산학협력에 손발 ‘척척’

‘해가 지지 않는 나라’ 19세기와 20세기 초 세계에 휘날렸던 ‘유니온 잭’의 깃발이 결코 옛 영광으로 그치지는 않았다. 1979년 보수당정부 출범과 함께 정부개혁을 본격화하고, 97년 노동당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경제회생의 기반을 다지면서 다시 한 번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있다.노동당정부는 97년 12월 발표된 <번영을 위한 파트너십의 구축이라는 정책백서에서 중앙ㆍ지방간 연계를 강화하고 지역통합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개발기구’의 창설계획을 발표했다. 잉글랜드에 9개, 웨일스에 6개, 스코틀랜드에 13개의 지역개발기구를 설립하는 것이 요체다.그 중심에는 이미 세계적인 혁신클러스터로 도약한 ‘남동지역 잉글랜드 클러스터’가 있다. 켄트, 햄프셔 등 6개 주와 11개 지역을 아우르는 영국 런던 남동부지역은 우리나라의 서울을 둘러싼 경기도와 유사한 지역으로 생명공학 및 제약산업, 소프트웨어ㆍ통신ㆍ뉴미디어, 반도체ㆍ광전자ㆍ전자제품 등 8,000여개 기업 및 R&D센터가 입주해 있고 영국 GDP의 15.5%를 점유하는 산업클러스터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이들 지역은 유럽의 모든 항구와 연계돼 있는 EU 유통망의 중심지로 옥스퍼드대학 등 26여개 대학이 집적돼 있어 산학협동 및 R&D 인프라 시설이 갖춰져 있고 쾌적한 날씨, 우수한 교육시설, 레저시설 등 생활환경이 우수한 지역으로서 최적의 연구개발 기반이 확보돼 있다.남동잉글랜드지역에 대한 영국 정부의 지원도 남다르다. 우선 통상산업부 산하에 지역의 클러스터 구축을 지원하는 남동잉글랜드개발청(SEEDA)을 설립해 연간 40억파운드(약 7조6,000억원)의 연구개발 비용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세계적인 명문인 옥스퍼드대학 등 지역 내 대학과 기업들간의 산학협력을 적극 지원함은 물론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한 전문적인 서비스 지원을 위해 22개의 기업지원단을 운영해 광학ㆍ우주, 생명공학ㆍ환경기술, 디지털ㆍITㆍ바이오, 생명공학ㆍICT 등 산업클러스터를 육성하고 있다.대표적인 클러스터인 엔터프라이스 허브에는 광학ㆍ우주(북부옥스퍼드), 생명공학ㆍ환경기술(남부옥스퍼드), 디지털ㆍITㆍ바이오(서레이), 생명공학ㆍICT(시팅보네) 등이 있으며 산학협력, 기술개발ㆍ이전, 마케팅, 자금, 교육훈련, 특허관리, 브랜드 가치 제고, 경영컨설팅, 창업공간 제공 등 세계적 수준의 기업지원 서비스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특히 SEEDA는 정보기술, 컴퓨터, 생명공학, 나노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는 기업들과 영국 내 전체 연구인력의 35% 이상이 집결해 있는 우수한 지역 특성을 적극 활용해 이곳을 세계적인 R&D 클러스터로 변모시켜 가고 있다. SEEDA는 이밖에도 세계 각국의 연구단체 및 지원기관과의 교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공동 기술개발과 상호협력을 이끌어내 지역과 기업들의 경쟁력 향상에도 힘쓰고 있다.일례로 SEEDA는 3년 전 우리나라에도 사무소를 설치해 연구개발 교류에 나섰으며 지난해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산업클러스터에 대한 공동연구 및 기술교류ㆍ무역ㆍ투자협력 등에 관한 업무협력 협약을 맺는 등 왕성한 ‘글로벌 네트워킹’ 활동을 펼치고 있다.영국은 SEEDA와 남동잉글랜드지역의 성공에 힘입어 이미 과학기술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나서기 시작했다. 연구개발과 기술에서 상대적 우위에 있던 ‘나노기술’에 선택과 집중을 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해내고 있으며 잉글랜드에 SEEDA를 포함, 9개의 지역개발청(RDA)을 설립해 클러스터 구축, 외국인투자 유치, 각종 기업지원 활동을 통해 국가의 지역혁신체계를 꽃피우고 있다.사이먼 재거 SEEDA 본부 매니저는 “기업이 투자를 할 때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투자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용이 많이 창출된다는 보장은 없다.하지만 첨단기업 일수록 우수한 인력 유치, 근무환경, 경영 노하우, 기술, 보이지 않는 각종 혜택 등이 함께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들 기업에 대한 서비스 제공, 혁신인프라 확충 및 각종 인센티브 지원을 통해서 지역의 경제발전과 산업클러스터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영국 남동지역 산업클러스터의 성장비결을 말했다.정인화ㆍ한국산업단지공단 클러스터총괄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