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9주 만에 하락 멈춤’시세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지난 10월31일자로 배포한 분석자료의 제목이다. 8ㆍ31대책 이후 처음으로 서울 수도권의 주간 아파트값 변동률이 마이너스에서 벗어났다는 이야기다. ‘8ㆍ31대책의 약발이 그새 다한 건가’ 궁금증이 일만 하다.하지만 내용은 제목과 좀 다르다. ‘서울지역 아파트값은 주간 0.03%로, 9월 1주차부터 이어졌던 하락세에서 9주 만에 벗어난’ 것으로 나타나지만, 이것이 곧 ‘반등 가능성’으로 이어지긴 힘들다는 게 부동산114측의 설명이다. 김규정 차장은 “약간의 상승 수치가 나타난 것은 강남 재건축 급매물의 거래 성사와 가격 조정에 따른 반영치일 뿐, 전반적인 거래가 살아나거나 수요가 붙는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출시된 급매물이 거래되면서 반영된 수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여전히 시장은 ‘침묵 중’인 셈이다.8ㆍ31부동산대책 발표 3개월째 접어들면서 부동산시장엔 전에 없던 현상 몇가지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여느 침체기와 마찬가지로 급매물을 제외하곤 거래가 ‘올스톱’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진짜 급매물’을 제외하곤 매물도 별로 없다는 게 특징이다. 매도ㆍ매수자 모두 숨을 죽이고 저마다 다른 ‘때’를 기다리는 까닭이다. 9주째 움직이지 않는 시황 데이터가 이를 말해준다.그렇다고 부동산에 관심이 끊어진 것도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부동산재테크 책 판매량이 급감하고 신규분양이 대거 내년으로 연기되고 있지만 강연회나 세미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엔 시황에 안테나를 곧추세운 ‘개미 전문가’들이 가득하다. 일부 모델하우스엔 나들이 삼아 들르는 방문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겉은 ‘침묵 중’이지만 물밑 움직임은 분주하다는 이야기다.세금폭탄과 거래규제를 피하기 위한 틈새 투자처로의 이동도 감지된다. 안명숙 우리은행 PB사업단 부동산팀장은 “안정 선호파는 펀드투자 쪽으로, 실물 투자파는 골프회원권이나 골프장 내 부동산 상품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부동산이나 지방부동산에 대한 관심도 대단하다. 그만큼 투자방식이나 대상이 다양화되는 추세다.이 같은 현상은 일련의 고강도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불패’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여전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지난 2~3년 동안 ‘부동산만한 게 없다’는 것을 체험한 까닭에 쉽게 ‘끈’ 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한 전문가는 이를 두고 ‘전형적인 조정기 현상’으로 분석했다. 그는 “부동산 투자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나타나는 일종의 혼돈”이라면서 “앞으로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가 어려워지는 만큼 투자 마인드나 투자 방식 모두 새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