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공인하는 수출 일등공신 … 한국의 실리콘밸리 눈앞에

‘기초자치단체 주민 평균소득 1위, 수출과 생산액 1위, 젊음지수 1위.’인구 38만명인 경북 구미시의 성적표다. 다른 지자체와 달리 구미는 해마다 1만명 가까이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구미는 지난해 생산액 46조5,500억원 가운데 273억달러를 수출했다. 이 같은 수치는 국내 총수출액의 11%에 해당하는 것이다. 구미시의 이 같은 실적은 30여년 전 수출 드라이브 정책 아래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기치로 굴뚝에 불을 지폈던 구미공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구미공단(공식명칭은 구미국가산업단지)은 올해 수출 300억달러를 넘보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화려한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한국산업단지공단의 백찬기 중부지역본부장은 “한국 수출의 일등공신답게 휴대전화ㆍ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ㆍPDP(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 등 한국의 대표적인 첨단 정보기술(IT)업종들이 포진해 있다”고 밝혔다.구미공단의 성장세는 한마디로 파죽지세였다. 지난 1971년 낙동강 일대 불과 18만3,000평 규모로 조성된 이후 지금은 모두 743만7,000평의 대단지로 국내 최대의 내륙공단으로 발돋움했다. 수출 역시 74년 7,900만달러에서 지난해 273억달러로 급증했다.구미공단 입주업체들은 IT업체가 전체의 78%를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 섬유 5%, 철강ㆍ기계 등 기타 업체 17%였다. 메모리반도체를 비롯해 주력품인 TFT-LCD, PDP, 디지털평판TV 등의 분야에서는 이미 앞질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박광석 구미단지 혁신클러스터 추진단장은 “PDP, TFT-LCD, OLED(유기발광 다이오드) 등 디스플레이산업은 구미가 세계의 수도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세계 전체 생산량의 15%, 국내 생산량의 33%를 차지하고 연평균 증가율도 약 23.7%에 달해 양적이나 질적인 면에서 디스플레이 허브(Hub)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이제 구미공단은 세계적인 명성의 다국적기업들까지 속속 입주할 정도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현재 한창 조성 중인 제4공단은 구미공단의 새로운 미래를 약속하고 있다. 205만평 규모의 4공단에는 구미테크노폴리스에서 연구개발의 중심이 될 3만2,000평의 디지털전자정보기술단지와 취약한 연구개발(R&D)기능을 보완할 구미전자기술연구소(GIET)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미 외국기업 9곳을 포함, 107개사와 분양계약을 완료했고, 일부 업체는 이미 가동을 시작했거나 공장 신축이 한창이다.27만평 규모의 외국인 전용단지에는 일본 아사히글라스가 PDP 생산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2003년 이후 지금까지 9개사가 10억9,000만달러를 투자키로 했으며 이중 25만5,000평을 분양하는 성과를 올렸다.지난 10월 주한 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후원으로 최근 구미공단을 현장 시찰했던 주한 벨기에 대사관의 마르크 데브리트 상무관은 “이렇게 작은 도시에서 연간 300억달러어치의 수출이 이뤄지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일이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러나 구미공단의 장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입주업체들의 상당수가 임금이 싼 중국 등지로 이전을 하고 있고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에 따라 입주업체들이 잇따라 수도권 이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김관용 구미시장은 “수도권 공장 신증설 발표는 지방산업을 완전히 죽이는 것이다. 벌써 LG전자 등의 핵심사업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