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부품 전문 클러스터로 도약 … 참여기업 5백여개사

반월ㆍ시화 국가산업단지의 겉모습은 여전했다. 낮은 공장이 어깨를 맞대고 있는 것도, 인적이 드문 거리도, 맑은 날씨임에도 뿌연 하늘은 과거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변화의 기관차가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시작단계일 뿐이지만, 클러스터 사업에 대한 공감대가 정착되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방향으로 정책이 유지된다면 10년 후 반월ㆍ시화 산업단지는 몰라보게 변할 겁니다.”김성권 반월ㆍ시화 혁신클러스터 추진단장은 반월ㆍ시화 국가산업단지(반월ㆍ시화단지)의 미래를 밝게 전망하고 있었다. 오염이 심한데다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휴식공간이 없는 현재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조건만 갖춘다면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설명이다.7,200여개 중소기업이 밀집해 있는 반월ㆍ시화단지가 혁신클러스터로 거듭나고 있다. 이미 정밀화학, 기계부품, 나노하이테크 등 11개의 ‘미니클러스터’와 3개의 서브(Sub) 미니클러스터가 가동되고 있으며 참여기업은 500여개사에 이른다. 반월ㆍ시화 혁신클러스터추진단(추진단)은 클러스터를 15개로, 서브 미니클러스터는 40개, 참여기업은 1,000개사 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반월ㆍ시화단지를 핵심부품 소재 전문단지를 탈바꿈시킨다는 것이 추진단이 내놓은 청사진이다.굳이 ‘미니’ 클러스터라는 방법을 도입한 것은 중견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대기업이 입주해 있는 다른 국가산업단지와 달리 대규모 클러스터를 구축할 수 없는 단지의 특성을 감안한 것이다. 반월ㆍ시화단지는 중소기업 전용 단지다. 현재 매출 1,000억원이 넘는 기업은 24개사뿐이고 철강 관련 기업을 제외하면 그나마 10개 남짓에 불과하다. 입주업체들의 연평균 매출은 50억원 가량에 그친다. 규모가 영세하다 보니 연구개발이나 시설에 투자를 할 수 있는 기업은 흔치 않다. 입주업체들의 경쟁력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진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였다.김단장은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관련 기업과 연구소를 연결해 작은 클러스터를 구축한 후 자금과 기술을 지원해 단지 내 입주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며 “클러스터에 대한 초기의 거부감이 많이 사라지고 기업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클러스터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은 대체로 들뜬 분위기였다. 대형 브레이커 개발을 위한 클러스터에 참여하고 있는 건설기계 전문업체 대모엔지니어링의 강용식 사장은 “이전에도 업체간 또는 산학협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부분적이고 일시적이었다”며 “현재 추진되고 있는 클러스터 사업은 종합적이고 체계적이어서 더욱 많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실제로 미니클러스터의 성과는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세호로보트산업, 프로비전, 산업기술대 등이 참여한 클러스터는 지난 6월 연성 인쇄회로기판(PCB) 품질향상을 위한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연 100억원 이상의 매출과 연 50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수출 대체효과는 200억원에 이른다. 이화텍과 필엔지니어링이 참여한 클러스터의 경우 3개월의 공동연구를 통해 연 30% 이상의 매출증대를 기대할 수 있는 멀티 콘크리트 크러셔(Crusher)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기업경영에도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추진단은 경영전문가 풀(Pool)을 통해 입주기업들의 경영효율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김단장은 “단지의 한 기업은 경영혁신을 통해 3주가 소요되던 생산기간을 5일로 단축시켰다”며 “기술개발보다는 경영혁신을 통한 성과가 단기적으로는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비즈니스 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도 추진한다. 추진단은 영업과 무역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는 복합 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해 반월ㆍ시화단지를 생산은 물론 연구개발, 영업, 마케팅이 모두 이뤄지는 복합단지로 자리매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