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수많은 대학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갖고 있다. 대학마다 학풍은 확연히 다르지만 그 가운데 공통점은 뚜렷이 보인다. 경영학과를 대학의 간판학과로 내세우려는 그 노력만은 어느 대학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대학건물만 봐도 경영학과의 위상을 바로 알 수 있다. 각 대학의 경영학과 건물 가운데에는 최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이 적지 않다. 건물 안에는 대리석 바닥이 있고, 건물 밖에는 사시사철 푸른 양잔디가 깔려 있다. 고려대는 260억원을 들여 ‘LG-포스코 경영관’이라는 경영대 건물을 새로 지었다. 그러자 연세대 역시 350억원이 투입되는 경영관 신축에 나섰다. 이화여대는 지난 10월27일 경영대 건물인 ‘이화 신세계관’을 완공했다. 태양광 전지판을 이용한 발전설비와 소음방지 벽재가 도입된 친환경 건물이다. SK그룹이 자금을 지원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의 ‘SUPEX경영관’ 또한 그 위용을 자랑한다.상대에서 경영학과를 분리해 학과 차원이 아닌 ‘경영대학’으로 만든 사례도 늘고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는 지난 2003년 단과대학인 경영대학으로 본격 출범했다. 상경대학으로 함께 묶여 있던 경제학과, 응용통계학과와의 갈등을 겪었지만 결국 독립을 이뤄냈다.김준석 연세대 경영대 학장은 “경영대학 독립은 사실 1980년께부터 거론돼 90년대 후반부터 본격 논의돼 왔다”며 “경영대학이라는 단과대로 출범해 학과 시절보다 교수채용, 교과과정 개편 등에서 자율권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학장은 이어 “단과대로서 경영대의 비전과 장기목표를 설정하고, 전략을 짜기에 용이해졌다”고 덧붙였다.대학의 교수 신규채용 현황을 보면 경영학과가 단연 돋보인다. 다른 학과와 달리 경영학과는 교수 결원이 발생하면 바로 충원을 한다. 이뿐 아니라 퇴직인원보다 훨씬 많은 교수를 새로 임용해 경영학과 교원을 늘려 나간다.또 기업의 유명 CEO를 경영학과의 겸임교수로 두기도 한다. 특히 이화여대 경영대학의 겸임교수 명단은 화려하다. 구학서 신세계 사장과 서두칠 동원시스템즈 사장, 김승유 하나은행 이사회 의장, 변대규 휴맥스 사장, 윤송이 SK텔레콤 상무가 이화여대 경영대의 겸임교수다. 서강대는 올 2학기부터 정몽준 의원을 경영대 겸임교수로 초빙해 특강을 맡겼다.이렇듯 대학들은 경쟁적으로 경영학과에 온갖 정성을 쏟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들은 왜 경영학과를 키우려고 할까.먼저 경영학과 학생의 취업률을 살펴보면 그 답이 쉽게 나온다. 2004년도 전국 경영학과는 2만1,577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들 경영학도의 취업률은 79.3%. 10명 가운데 8명은 취업에 성공했다는 얘기다. 대학 전체 취업률인 68.4%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수십만명의 청년실업자가 절망하고 있는 현실을 들여다본다면 놀랄 만한 취업성적이다. 상경계열로 함께 분류되는 경제학과에 비해서도 경영학과의 취업률은 높다. 2004년도 경제학과의 취업률은 78.1%로 경영학과에 비해 1.2%포인트 낮다.올 초 대학을 졸업해 취업한 직장인 박모씨(24)는 “영문학을 전공했는데 취업이 굉장히 어려웠다”며 “입사지원 자체를 경영학과 졸업생만 받는 기업도 많아 이력서를 쓸 기회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어 “이력서만 100장 이상 썼고 면접만 50번 이상 본 끝에 취업에 성공했다”며 “마음고생을 워낙 심하게 해서 고등학교 3학년인 사촌동생에게 취업이 잘 되는 경영학과에 지원하라고 조언했다”고 덧붙였다.취업률 외에도 대학가의 경영학과 육성은 실용중심의 사회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요즘 대학생들은 상아탑 속에 갇혀 순수학문만을 연구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동아리에 들기 전에도 커리어 계발에 도움이 되는지 꼼꼼히 따져본다. 기본적으로 기업에서 실제로 쓰이는 영역을 공부하는 경영학과에 학생이 몰릴 수밖에 없다. 경영학과에서는 마케팅과 전략, 재무, 회계, 경영정보, 인사, 생산 등 기업의 경영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학문을 가르친다. 경영학 전공자 외에도 다른 과 학생들이 부전공이나 이중전공, 때로는 전과까지 하며 경영학 수업을 들으려 한다.인기학과인 경영학과에 대한 기대치를 높인 학생이 증가할수록 대학 또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대학의 고객이기도 한 학생의 니즈(Needs)를 만족시키기 위해 경영학과에 투자를 강화한다. 경영학과의 시설과 교수진, 커리큘럼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다.그렇다면 경영학과는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로 인기가 있을까. 입학 가능한 수학능력시험 점수를 보면 그 명성을 짐작할 수 있다. 수능시험 등급으로 보면 서울지역 주요 대학의 경영학과는 1등급에서 2등급의 상위권에 속해야 입학이 가능하다. 대학마다 최상위권 성적이다.최근 신입생을 계열별로 뽑아 입학 후에 학과를 정하게 하는 대학이 적지 않다. 계열로 들어온 학생이 학과를 택할 때도 경영학과는 최고 인기학과다. 연세대 사회계열 2005학번인 한아름양은 “이번 2학기가 끝날 무렵 전공신청을 해 겨울방학에 학과가 정해진다”며 “사회계열에는 800명의 학생이 있는데 주변 친구들을 보면 10명 중 7명은 경영학과에 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1학기와 2학기 성적에 따라 학과를 정하기 때문에 1학년 학생들은 밤낮없이 공부한다. 경영학과 지망생들은 또다시 수험생 생활을 맞은 셈이다. 한양은 이어 “4.3 만점 중에 학점이 3.3~3.5는 돼야 경영학과에 배정받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경영학과 키우기에 대학이 발벗고 나선 이유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대학기금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경영학과는 다른 과에 비해 ‘기부금 유치’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졸업생이 각 기업에 포진해 있는 경영학과는 대학기금의 화수분 역할을 한다. 기부금 유치를 중시하게 된 대학가에서 경영학과는 살림꾼 역할을 맡는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경영학과가 모은 발전기금은 대학 전체 모금액의 3분의 2에 달할 정도다.다른 대학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다른 학과에 비해 자금이 넉넉한 경영학과는 다른 단과대에 금전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또 일부 대학은 경영대 자체 직원의 월급을 경영학과 기금으로 해결, 대학본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대학들이 경영학과에 힘을 싣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기존의 간판학과인 의학과는 의학전문대학원으로 바뀌고 있다. 법학과도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의학과와 법학과의 학부과정이 완전히 사라지면 그야말로 경영학과가 대학의 얼굴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