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조사업계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역시 인터넷 인구가 급증한 2000년대 초다. 2001년도를 기해 인프라 구축을 마치고 왕성한 시장개척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인터넷 조사업계는 도입기를 막 벗어난 태동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단순히 데이터를 온라인으로 전송한다는 점 이외에 인터넷업계만의 장점을 잘 살리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따라서 대체로 인터넷 리서치업체들은 오프라인 리서치를 병행하거나 마케팅 플래닝을 더한 컨설팅 기능까지 겸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장을 키우기 위해 애쓴다.인터넷 조사업계는 크게 인터넷 사용자를 대상으로 패널조사를 하는 인터넷 서베이와 온라인 조사에 걸맞은 프로그램을 개발ㆍ공급하는 인터넷 시스템 공급업으로 나뉜다. 흔히 인터넷 조사업계를 말할 때 인터넷 서베이업체를 말하는 경우가 많다. 전체 조사업계 규모를 1,500억~1,800억원으로 봤을 때 인터넷 조사업계 규모는 100억원 남짓 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10%에도 못미친다는 얘기다.현재 인터넷 리서치업체의 수는 정확하게 가늠하기 어렵다. 진입장벽이 낮아 새로 생기는 회사도 많고 그만큼 쉽게 문을 닫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실제 활동하는 인터넷 리서치업체는 상당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 경쟁력을 갖춘 회사는 메트릭스코퍼레이션, 엠브레인, 폴에버, 아이클릭 등을 비롯해 10여개에 불과하다.메트릭스코퍼레이션의 경우 지난해 100% 이상 매출신장을 기록했을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인터넷 리서치회사다. 실사인력을 제외한 연구인력만 약 50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28개국과 네트워크를 맺고 있다는 게 회사측의 말이다.폴에버는 지난 2002년 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벌인 여론조사를 통해 ‘노풍’, 즉 당시 노무현 후보의 인기가 높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당시 언론사의 여론조사가 인터넷 리서치업체를 통해 진행되는 점도 화제가 됐지만 이후 오프라인 조사업체들도 잇달아 ‘노풍’을 인정하면서 인터넷 조사업체의 신뢰도 논쟁을 불식시켰다.98년에 설립된 엠브레인은 지난 2003년 상반기 기술혁신형 중소기업(INNO-BIZ)으로 선정된 업체다. 선정된 기술명은 ‘동북아 온라인리서치 네트워크(C-NEWS Asian Network) 구축’. 현재 이 업체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4개국 전문기관과의 제휴를 통해 동북아 소비자 정보 사이트 ‘C-NEWS’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유럽 기업들과 제휴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포부다.이들 대표업체는 공통적으로 온라인 조사가 젊은 소비자 성향을 파악하는 수단으로 매우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즉 특유의 라이프스타일 때문에 전화조사가 어려운 20~30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의 경우 인터넷 리서치가 가장 적합한 수단이 된다는 얘기다. 또한 비주얼을 함께 보여줘야 하는 설문조사나 인터넷이나 모바일 서비스에 관한 내용을 다루는 경우 단연 인터넷 리서치가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들 업체는 인터넷 조사업계의 미래를 무척 밝게 보고 있다.인터넷 조사업계 관계자들은 인터넷 리서치의 신뢰도 결여를 언급하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다. 전체 국민 중 전화 이용자는 100%에 가까운 반면, 인터넷 이용자의 비율은 아직 이에 못미치기 때문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신뢰도를 문제 삼을 수 있다는 게 이들 관계자의 말이다. 하지만 인터넷 이용자를 타깃으로 한 조사를 온라인으로 벌이는 경우에까지 신뢰도 논쟁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아직 태동기에 머물러 있는 까닭에 인터넷 조사업계는 시장규모부터 표본과 신뢰도 논쟁까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매우 다양한 의견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인터넷 리서치는 그 자체가 하나의 업종이라기보다는 조사업계가 피할 수 없는 하나의 새로운 도구가 되리라는 예측이다. 결국 인터넷 조사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여서 2001년 ESOMAR(European Society of Marketing and Opinion Researchㆍ유럽마케팅여론조사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0년이면 온라인 리서치의 비중이 전체 리서치 시장의 30%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 있는 상황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 리서치 시장은 2000년 5%에서 올해 15%까지 늘어난 뒤 2010년에는 30%까지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조일상 메트릭스코퍼레이션 사장은 “가까운 일본이나 미국만 하더라도 인터넷 리서치가 전체 리서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육박한다”면서 “현재 한국은 10%에 못미치지만 인터넷 이용자수는 늘고 있고 오프라인에 비해 액세스가 쉽기 때문에 곧 해외와 비슷한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INTERVIEW / 최창환 베스트사이트 대표‘전문성 키우는 게 관건’“어떤 일이든 ‘과학적 통계’를 바탕으로 실행해야 하는 게 요즘 현실이죠. 이런 현실을 만드는 데 한몫 한 게 바로 인터넷 리서치입니다.”최창환 베스트사이트 대표는 한국의 마케팅 마인드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달라지는 데 기여한 인터넷 리서치의 역할을 강조했다.2000년 1월 설립된 베스트사이트는 한국갤럽조사연구소와 인터넷 관련 솔루션업체 인디시스템이 공동 출자한 온라인 마케팅 전문조사기관이다. 매년 30~40%의 매출 신장세를 기록 중이다.“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오너를 포함, 실패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게 됐죠. 따라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사업을 결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게 된 겁니다. 그 근거자료로 리서치가 쓰이게 됐고요.”특히 인터넷 리서치는 비용이나 시간이 절약된다는 장점 때문에 수시로 진행되고 있어 리서치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데 힘을 실어주는 몫을 담당했다는 이야기다.“게다가 요즘은 리서치 면접 여건이 점차 나빠지고 있습니다. 주상복합아파트가 늘면서 아예 면접원이 건물 내 접근조차 못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또한 면접원의 인건비가 늘어나는 것도 인터넷 리서치의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입니다.”그는 시간절약 차원에서나 비용 면에서나 인터넷 리서치가 기대를 걸어볼 만한 분야라고 주장했다. 광고 관련 설문조사의 경우 영상물에 대한 평가를 바로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물론 인터넷 리서치는 표본의 신뢰성 등에서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특히 ‘인터넷은 공짜’로 여겨졌던 시대인 2000년대 초에 활성화된 까닭에 여전히 인터넷 리서치는 돈이 적게 든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최대표는 “질문지를 e메일로 보낸다고 해서 그것이 인터넷 리서치가 되는 게 아니다”면서 “표본의 신뢰도를 높이는 등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해외에서는 인터넷 리서치회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영향력을 인정받을 정도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인터넷 리서치 특유의 장점을 살려서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