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혁신본부서 전략수립, 내년부터는 내실화 주력

정부의 행정시스템을 새롭게 뜯어고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오랜 관행에 대대적 수술을 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무 프로세스에 큰 변화를 줘야 하고, 공무원들의 마인드도 확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어찌 보면 이 모든 것을 하루아침에 해결하기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구체적인 로드맵을 갖고 일을 단계별로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간적인 여유를 바탕으로 행정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해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도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구체적인 단계를 정하고 연도별로 집중적으로 처리할 것을 명시해 놓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새로운 행정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지난 3년간 행정자치부 등 정부가 걸어온 발자취와 앞으로의 추진일정을 하나하나 정리해 본다.2003년 - 점화기무슨 일이든 시작이 중요하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다. 그런 만큼 행자부는 2003년 참여정부 출범 이후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혁신의 철학과 비전, 당위성은 대통령이 먼저 강조했고 이를 토대로 기반 구축에 적극 나섰던 것이다.특히 공무원을 대상으로 정부의 혁신의지와 비전을 전파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데 중점을 뒀다. 대통령이 분야별 공무원과의 대화와 토론을 통해 혁신주체로서 공무원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하기도 했다. 6월13일 세무서장과의 대화를 시작으로 경찰지휘관(6월16일), 국가정보원(6월20), 중앙부처 실ㆍ국장(6월20일), 여성 공직자(6월27일) 등을 잇달아 만나 정부의 비전을 전달했다.2003년 하반기에는 향후 5년의 방향과 과제를 제시한 5대 로드맵을 만들었다. 행정개혁, 인사개혁, 지방분권, 재정세제개혁, 전자정부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아울러 정부는 혁신업무 담당 공무원들에게 구체적인 방향제시와 적극적인 역할수행을 강조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춰나갔다.2004년 - 도입기2004년 들어 점검을 해 본 결과 변화관리가 미흡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관행과 기존의 조직문화 역시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는 혁신관리 개념을 도입하는 계기가 됐다. 근본적인 변화를 주지 않으면 일을 추진하는 데 큰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는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정부혁신본부, 혁신담당부서 등 상설화된 추진체계를 마련하고 이를 중심으로 인프라 구축, 학습 등의 활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행자부의 역할도 본격화된다.구체적으로 3월11일 기획예산처 관할이던 정부개혁기능을 행자부로 가져와 행정개혁본부(정부혁신본부 전신)를 발족했다. 업무의 성격을 고려한 정부의 교통정리 결과였다. 또한 3월22일 49개 부처에 혁신담당부서를 만들어 일에 가속도를 냈다. 5월에는 혁신관리기획 등을 자문하기 위해 정부혁신위원회를 뒀다.이어 성과관리, 인사혁신 등 전 부처 공통분야를 중심으로 기획, 연구, 교육, 실행을 포괄하는 혁신관리체제 방안을 도입했다. 특히 2004년에는 혁신활동을 평가하고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며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하는 성과를 올렸다. 김홍갑 행자부 혁신전략팀장은 “2004년을 기점으로 공무원의 3분의 2 이상이 동참하는 단계로 진입했다고 보면 틀림없다”며 “주변의 우려를 씻고 도입이 순조롭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2005년 - 실행·확산기3년차를 맞은 올해는 과제 이행을 가속화하고 확산시키는 해로 정해져 있다. 대상과 범위도 지방자치단체, 교육자치단체, 정부산하기관 등 모든 공공부문으로 확산, 정착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정책과 행정서비스의 품질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킨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담겨 있다.기반 확충을 위해 조직의 자율성과 유연성 확대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팀제가 도입되고 총액인건비 제도 도입을 위한 근거도 마련했다. 행자부의 경우 이미 3월부터 팀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으며 이제는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자극받아 노동부와 건설교통부도 팀제를 도입해 분위기를 일신했다.지난 5월의 컨설팅단 발족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각계 전문가, 혁신우수기관 공무원 등이 주축이 된 컨설팅단은 6개팀, 50명으로 구성돼 있고 성과관리와 혁신역량에 대한 컨설팅이 주 업무다. 민간 컨설팅회사와 다를 게 없다.7월 들어서는 부처 활동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내부망과 우수사례 등을 국민과 공유하는 외부망을 통합하는 포털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의도다. 또한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정부혁신지수(GII)를 적용해 정부기관에 대한 혁신수준을 측정, 발표했다. 9월과 10월에는 정부 부처별 우수사례 경진대회를 열어 일반 기업처럼 경쟁을 유도하는 성과를 거뒀다.2006년 이후 - 내재화기한마디로 내실화를 다지는 단계다. 그간의 성과를 기초로 제도화를 추진하고 시스템을 완비한다는 것이 행자부 정부혁신본부의 방침이다. 특히 본부측은 국민이 직접 체감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내부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일하는 방식과 시스템 개선 및 내부혁신에 치중할 예정인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김홍갑 혁신전략팀장은 “향후에는 내부혁신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양질의 정책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민이 불편해하고 국민이 바라는 분야에 역점을 둘 방침”이라고 강조했다.정부혁신의 중심에는 행자부가 있다. 혁신전략과 혁신기법 개발, 성과관리, 평가, 국제협력 등을 주도적으로 추진한다. 물론 정부혁신위원회와 각 부처의 자문 및 조언은 필수다. 지방자치단체 등과의 협력과 지원 역시 꼭 필요하다.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담당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국민들의 각별한 관심이다. 행자부가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만들고 추진한다고 해도 공무원이 움직이지 않고 국민이 등을 돌리면 쓸모없다. 지난 3년간 행자부가 중심이 돼 추진해서 얻은 결과물 역시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지난 3년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