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시장이 사라져 가는 요즘 많은 기업이 변해야 한다며 아우성이다.올해 초 등장한 블루오션전략에 너나 할 것 없이 목을 매는 것도 그래서다.블루오션의 핵심은 가치혁신이다. 구매자를 위해 제품의 가치를 높이고 비용을 낮추면 극도의 경쟁이 도사리고 있는 피바다 대신 새로운 푸른 바다를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사실 혁신에 대한 기업의 관심은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최근 스티브 엘리스 베인앤컴퍼니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혁신이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잡았다”고 주장했다. 기술발전으로 변화의 속도가 계속 빨라지고 있어 많은 기업이 어떻게 하면 과거보다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는 이야기다.그런데 정작 이 같은 세계적인 트렌드로도 흔들 수 없는 조직이 남아 있었다. 바로 행정부처다. 어느 대기업 총수의 말마따나 “마누라,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시대라지만 제품을 바꾸고 로고를 바꾸는 기업들과 달리 행정조직은 과거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었던 것.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공무원은 철밥통’, ‘계급제 조직문화가 뿌리 깊은 공무원 사회’ 같은 말도 과거형이 됐다. 이제 혁신의 바람이 예외 없이 행정부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까닭이다.대표적인 예가 행정자치부다. ‘혁신 전도사’로 불리는 오영교 행자부 장관이 부임한 지난 1월 이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연공서열제 대신 팀제가 도입돼 수평적 조직문화가 새롭게 자리잡고 있다. 업무와 고객관리, 성과관리를 통합한 IT 기반의 업무시스템도 갖췄다. 업무 처리결과나 정보를 보고할 때는 e메일을 띄운다. 답장이 없으면 ‘OK’다. 이러다 보니 행자부 직원 책상마다 산더미처럼 쌓였던 종이서류는 사라진 지 오래다. 그 대신 중요한 안건은 기업에 중역회의가 있듯 정책조정회의에서 처리한다.업무시스템만 달라진 게 아니다. 종전의 팩스민원을 한 단계 발전시킨 ‘어디서나 민원처리제도’ 추진 등 전자정부 완성을 위한 많은 사업을 행자부에서 주도하고 있다. ‘어디서나 민원처리제도’는 대한민국전자정부(www.egov.go.kr)나 가까운 행정기관에서 민원서류를 신청하면 3시간 뒤 본인의 집이나 직장과 가까운 동사무소나 구청을 교부기관으로 정할 수 있는 제도다.행자부의 이 같은 변화의 이유는 간단하다. 전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짧은 시간에 고도의 경제발전을 이룩한 한국사회는 성숙하지 못한 시민문화, 공공서비스 정신 결여 등이 늘 결정적인 취약점으로 제기돼 왔다. 따라서 세계가 변하고 삶의 방식이 변하는 이때 행정부처의 변신을 동반하지 않고는 국가경쟁력도 높아질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따라서 행정부처에도 과감히 경영기법을 도입해 ‘고객만족경영’을 펼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결국 행자부의 고객, 즉 국민이 만족하는 고객중심의 정부를 이끌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이유 있는 변신인 셈이다.물론 주체가 기업이든 행정부처든 푸른 바다 전략을 세우고 집행하는 일은 여러 어려움을 동반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진의 지원과 함께 조직 전체가 푸른 바다 전략을 집행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혁신의 실행ㆍ확산기를 맞아 올 초부터 본격화된 행자부의 ‘이노베이션’도 쉽지만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오영교 행자부 장관의 의지는 변신의 중요한 동력이 됐다. 지난 4년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으로 재임하면서 ‘혁신 전도사’라는 별명을 얻었던 오장관은 올 초 취임사에서부터 “행자부가 모든 정부부처의 혁신전략본부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 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따라서 행자부는 지난 4월 ‘고객과 성과중심의 세계 일류 행정기관’을 실현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위한 4대 정책목표를 발표했다. 행자부의 비전을 가시화하기 위해 △국민이 체감하는 정부혁신을 실천하고 △전자정부 세계 선도국가를 실현하며 △자율과 상생협력의 지방분권을 실천하고 △국민이 만족하는 선진형 행정시스템을 정착한다는 게 행자부의 4대 목표다.결국 행자부의 궁극적 목표는 한 가지다. 행자부의 고객인 국민이 만족하는 정책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혁신은 인내를 요하는 까닭에 아직까지 행자부의 혁신을 실감하지 못하는 국민도 많다. 지난 7월 업무관리시스템과 성과관리, 고객관리를 결합한 통합혁신행정시스템 ‘하모니’를 도입하는 등 대국민 서비스의 변화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현시점이야말로 사실상 행자부의 혁신을 체감하게 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특히 행자부의 혁신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고객과 성과중심’이라는 그 방향성만은 충분히 높이 살 만하다. 이는 각종 데이터의 변화에서도 드러난다. 국제경영개발원(IMD)에서 발표한 올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지난해 35위에서 29위로 6계단이나 뛰어올랐다. 그중 정부효율성 순위는 60개국 중 37위였던 2003년, 36위에 머물렀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31위를 기록해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또 유엔이 지난해 발표한 전자정부지수는 세계 5위로 전년보다 8단계 상승했다.행자부의 혁신은 아직까지 완벽히 매뉴얼로 만드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더욱이 혁신사업의 4대 목표 중 하나인 전자정부사업의 주무관청으로 최근 인터넷 민원서류의 위ㆍ변조 가능성이나 해킹에 대한 취약성에 국민의 눈이 쏠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애플 마우스와 팜의 개인휴대단말기 ‘팜파일럿’ 등을 디자인한 혁신기업 IDEO의 사장 톰 켈리는 저서인 <유쾌한 이노베이션>에서 혁신은 팀과 열정, 테크놀로지, 모험, 재미, 경쟁, 비전 등이 함께 어우러져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현재 행자부에는 즐거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혁신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행자부 직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표정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이제 그간의 혁신성과를 기초로 혁신문화를 정착시키는 행자부 혁신의 내재화기, 2006년이 다가오고 있다. 행자부의 노력이 고객인 국민에게 어떤 결과물로 다가올지, 그리고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을 갖게 될지 자못 기대되는 2005년이다.대한민국의 ‘유쾌한 이노베이션’은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