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선정 세계 5위 전자정부, 국민 정책참여 기회 ‘쑤~욱’

“동사무소 가본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주민등록등ㆍ초본이나 토지임야대장 등 웬만한 민원서류는 인터넷에서 신청해서 발급받고 있죠. 직접 정부기관에 가지 않아도 되니 시간이 크게 절약되고 편리합니다.”행정자치부(행자부)의 인터넷 민원창구인 ‘대한민국 전자정부’(www.egov.go.kr)를 이용하는 사람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8월 하루 평균 5만건을 넘어섰다. 이는 9개월 전인 지난해 12월에 비해 무려 4배나 불어난 수치다. 이에 앞서 2004년 전자정부 서비스 이용건수는 전년에 비해 5배 증가했다. ‘안방 민원시대’가 열렸다는 정부의 자랑이 결코 과장이 아닌 셈이다.이용자만 많은 게 아니다. 한국의 전자정부 수준은 세계 정상급이다. 국제연합(UN)이 발표하는 ‘전자정부준비지수’에서 2003년 13위에서 지난해 세계 5위로 뛰어올랐다. 현재의 환경과 발전속도로 보면 올해는 순위가 더 상승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및 PC 보급률,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이해도 등이 한국형 전자정부 구축사업을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는 설명이다.정보기술을 정부업무에 전폭적으로 도입하는 전자정부의 목표는 단순히 인터넷으로 민원서류를 신청하거나 발급받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대민서비스의 수준을 높이는 것은 기본이고 행정효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다. 이뿐 아니다. 국민들이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산업발전을 촉진시킬 수도 있다.1967년 경제기획원 조사통계 업무에 컴퓨터가 도입되면서 시작된 전자정부사업은 2003년에 일대 전환기를 맞았다. 전자정부 구축의 청사진인 ‘전자정부 로드맵’(이하 로드맵)이 수립된 것이다. 2005년까지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한 후 2006년에는 시스템을 통합하고 프로세스와 서비스를 혁신하며 2007년에는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세계 최고 수준의 열린 전자정부’ 달성을 목표로 한 로드맵은 4개 분야, 10개 어젠다, 31개 과제, 44개의 세부과제로 구성돼 있다. 이들 과제는 공공기관의 수평적 연계와 수직적 통합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맞춰져 있다.그동안 행정부 내에서만 진행되던 전자정부사업을 국회, 법원, 검찰, 감사원 등 입법부와 사법부로 본격 확대해 공공기관간의 수평적 연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 중앙행정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연계에 국한돼 있던 기관간의 수직적 통합은 대통령비서실, 중앙행정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 범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전자정부 계획의 또 다른 특징은 전자정부를 정부혁신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점이다. 전자정부를 통해 깨끗하고 투명한 행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전자정부의 주무부처를 행자부로 일원화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전자정부에 대한 의지는 예산 책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올해 5개의 정보화 관련 사업 전체 예산 3조원 가운데 가장 많은 1조원 가량이 전자정부 구현사업에 투입됐다. 내년에는 이보다 17% 정도 불어날 예정이다.2008년 민원 온라인화 85%‘일하는 방식 혁신’, ‘대국민 서비스 혁신’, ‘정보자원관리 혁신’, ‘법제 정비’ 등 4개 분야에서 정부가 특히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단연 ‘대국민 서비스 확대’다. UN의 평가에서 이 분야가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대국민 서비스 혁신’ 사업은 3개의 어젠다로 이뤄져 있다. 국민과 기업에 대한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국민참여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14개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국민들은 필요한 민원서류를 언제라도 열람하거나 신청할 수 있고 취 업, 세금, 식ㆍ의약품, 복지 관련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고 행정심판을 접수시킬 수 있게 된다. 현재 499종인 온라인 신청가능 민원수는 내년 800종, 2007년 1,000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이에 따라 서류발급이나 정보를 얻기 위해 관청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일은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2003년 15% 수준인 민원의 온라인화를 2008년에는 85%로 확대하고 2003년 연 10회인 국민 1인당 한해 관청 방문횟수를 2008년까지 3회 이내로 줄인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기업들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기업지원 단일창구서비스(G4B)로 기업활동에 수반되는 민원행정, 산업정보, 부가서비스가 원스톱으로 제공되고 전자무역플랫폼을 구축해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무역활동을 지원받을 수 있다. 수출입을 위해 해양수산부, 관세청, 법무부, 건설교통부 등에 제출하는 문서는 표준화되고 각 기관이 공통으로 활용하게 돼 서류 작성의 번거로움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G4B의 비전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달성을 위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구현하는 것이다. G4B의 목표는 세계 최고의 IT인프라를 기반으로 시·공간적 제약이 없는 원스톱 기업 서비스 포털을 구축하는 것이다. 목표대로라면 2003년 세계 24위에 그친 정부의 기업지원 경쟁력은 2008년 10위로 뛰어오르게 된다.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국민 각계각층의 의견을 국정에 반영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 ‘국민참여형 행정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4월부터 고충민원, 국민제안, 정책참여 분야 관련 시스템을 하나의 온라인 시스템으로 통합한 ‘참여마당신문고’를 시범서비스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모든 중앙 행정기관의 국민참여 관련 시스템을 통합하고 2006년에는 16개 광역자치단체와 234개 기초자치단체로 확대할 예정이다. 온라인으로 투표할 수 있는 전자투표 및 전자선거시스템 구축도 추진되고 있다.정부의 행정업무 분야도 크게 변모할 전망이다. ‘일하는 방식 혁신’ 사업은 행정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향상시킨다는 목표를 세워 뒀다. 이를 위해 감사, 재정, 인사, 결재, 조달 등 정부의 주요 업무에 필요한 문서 작업은 전면적으로 전자화돼 종이문서는 사라지게 된다. 부처별로 따로 보유하고 있던 주민, 토지, 세금, 건축 등 주요 데이터베이스는 온라인상에서 실시간으로 공유된다.정부의 정보자원관리 분야의 혁신도 전자정부의 주요 사업이다. 기관별로 운영되던 정보시스템과 통신망을 통합해 중복투자로 인한 낭비는 줄이고 효율성은 높일 계획이다. 현재 1개만 운영되고 있는 정부통합전산센터를 2007년까지 2개로 확대해 48개 기관의 시스템을 통합관리할 방침이다.현재까지 정부의 로드맵은 대체로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제한된 예산 탓에 일부 과제의 진척 속도가 더디기는 하지만 대세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한 것도 사실이다.우선 이용률을 높여야 한다. 현재 전자정부 이용률은 20%대에 머물고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행자부는 대대적인 대국민 홍보활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홍보관 건립, 대형 옥외전광판 설치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보안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최근 인터넷 민원서류의 위·변조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처럼 전자정부 역시 보안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보안 문제는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개인의 PC와 프린터로 문서를 출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현실에서는 보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그러나 현재의 시스템으로도 이용자 스스로 문서의 진위 여부를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으므로 이용자들이 주의를 기울인다면 이 문제는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보안 문제는 정부뿐 아니라 이용자들의 몫이기도 하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