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요즘 젊은 직장인들에게 기성세대가 자주 내리는 평가가 ‘승부근성 부족’이다. 외국어, 컴퓨터 등 실무능력은 뛰어나지만 일을 향한 열정과 끈기가 부족하다는 얘기다.사실 승부근성은 스포츠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다. 영어로는 ‘킬러 인스팅트’(Killer Instinct).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한국팀이 국제대회에서 패한 뒤 “한국선수들은 킬러 인스팅트가 없다”며 나무란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그래서일까. 스포츠는 종종 기업경영의 축소판으로 해석된다. 스포츠에서 이기기 위해 세운 게임전략은 곧 기업이 경쟁구도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해답을 제시해 준다는 이유에서다.스포츠가 기업경영에 비유된 것은 지난 2002년 한국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면서 정점에 달했다. 당시 월드컵 열기만큼이나 뜨거웠던 것이 바로 ‘히딩크 경영학’이다.대한민국에 뿌리 깊이 박힌 유교문화에서 자유로운 외국인 감독 히딩크는 ‘위(We)형 문화’보다 ‘아이(I)형 문화’를 전면에 내세워 철저히 선수 능력에 기초해 선수진을 구성했다. 이 같은 히딩크식 팀 운영이 대성공을 거두자 기업경영에서도 연공서열보다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서구적 경영철학을 좀더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또 먼 장래를 내다보지 않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 급급한 일부 한국기업의 병폐를 거론하며 취임 초부터 ‘16강 진출’을 목표로 설정해 온 히딩크 감독의 비전제시를 교훈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좋은 CEO는 너무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스포츠팀이나 기업은 하나의 조직이라는 점에서 같다. 또 팀을 이끄는 감독의 역할은 조직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기업 CEO의 역할과 자주 비교된다. 물론 기업경영은 스포츠팀 운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사안이 많지만 기본적인 틀 안에서는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는 교훈이 분명 스포츠에는 있다.그리고 스포츠에서 이 같은 경영 교훈을 찾을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역시 ‘리더십’이다. 선수를 훈련시키고(인재육성)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고취해(강한 기업문화 형성) 팀의 경기력을 극대화하고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것(조직원 능력 극대화로 경쟁에서 승리)이 스포츠 감독의 역할이기 때문이다.감독의 리더십은 크게 2005 리그 우승에 빛나는 카리스마 있는 강력한 리더십과 조직원을 감성으로 감싸 안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나눌 수 있다.강력한 리더십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히딩크 감독이다. 히딩크 리더십은 엄격한 규율 적용에서 시작된다. 선수들은 히딩크 감독이 정한 규율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 규율을 지키지 않는 선수는 반드시 불이익을 당한다. 경영자가 원칙을 자꾸 바꾸면 직원들이 함께 흔들리고 불만도 늘어가게 마련이다. 원칙을 지키지 않는 최고경영자가 이끄는 기업은 언젠가 문을 닫게 된다.부드러운 리더십의 전형은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김인식 감독을 꼽을 만하다. 지난 시즌 8개 구단 중 7위였던 한화가 올해는 6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김감독은 한물간 선수들을 데려다 최고로 다듬어 예상을 뒤엎고 팀을 상위권에 올려놓았다. 그런 그의 리더십은 ‘칭찬 리더십’ ‘멍석 리더십’ ‘믿음의 리더십’으로 불린다.말 그대로 선수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고 믿고 기다리는 게 그의 지휘 방식이다. 여기에 칭찬을 통해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의 별명은 그래서 ‘재활의 신’이다.비단 이처럼 유명 감독의 리더십이 아니더라도 요즘 유난히 하위권에서 맴돌다 단숨에 1위로 뛰어오른 프로스포츠팀이 많아져 스포츠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올시즌 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에서 우승한 신한은행은 지난 겨울리그 꼴찌의 수모를 당당히 딛고 우승컵을 안았다. 이번 우승은 하위권에 머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어서 그 성공비결에 더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코트를 떠났던 전주원 선수를 컴백시키고 무명에 가까웠던 선수들을 조련해 당당히 주전으로 설 수 있게 한 과감한 선수기용이 그 첫 번째 원동력이다. 또한 체계적인 훈련으로 체력과 정신력을 꾸준히 갈고 닦아왔다.프로배구 원년도인 2005 V리그에서 우승한 KT&G 여자배구단은 창단 17년 만에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맛봤다. GS정유, 현대건설 그늘에 가려 만년 ‘넘버3’로 손꼽혔던 KT&G는 강력한 우승후보 현대건설과 도로공사를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김형식 KT&G 감독의 리더십은 김인식 한화 이글스 감독의 리더십과 유사점이 많다. 김형식 감독 역시 ‘칭찬 리더십’을 몸소 실천했다. 특히 조직원을 정확히 파악하고 칭찬으로 선수들의 자신감을 일깨워줘 KT&G가 우승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을 마련해줬다.또한 ‘만년 2위’로 불리던 삼성 라이온즈는 과감한 개혁을 시도하면서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어 올해 역시 정규시즌 1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등 탁월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이상 3개 프로스포츠팀의 성과에서 찾을 수 있는 경영노하우는 이어지는 ‘케이스스터디’를 통해 자세히 분석했다).프로스포츠는 성적을 일구기까지의 과정도 중요하지만 구단 경영 자체가 또 하나의 비즈니스다. 프로스포츠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경우 프로구단 경영은 규모 면에서나 시스템 면에서나 다른 비즈니스에 견줄 만큼 자리를 잡았다. 따라서 운영방식에서도 시스템화돼 있어 그 자체가 다른 기업에 시사점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한국 프로스포츠구단은 아직까지 경영실적에 대해서는 큰소리를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