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말 멀티플렉스 영화관 메가박스와 CJ CGV가 잇달아 전 상영관의 디지털화 계획을 발표했다. 먼저 메가박스는 2006년 초 서울 삼성동 코엑스점 16개 상영관을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 오픈 예정인 목동 8개관, 신촌 8개관 등 총 32개 상영관을 디지털화한다고 밝혔다. CJ CGV 역시 메가박스측 발표에 바로 뒤이어 서울 용산점을 시작으로 내년 초까지 전국 CGV의 266개 상영관에 디지털 영상설비를 설치하겠다고 강조했다.한국의 대표적인 멀티플렉스체인 두 곳에서 경쟁적으로 디지털 상영관 계획을 밝힌 것은 최근 영화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디지털 시네마를 향한 민간의 노력이 본격화됐다는 의미다. 디지털 시네마는 한마디로 필름이 필요 없는 디지털 영화를 제작해 디지털 영사기를 통해 스크린에 투영하는 것으로 최근 영화계에서는 이를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세계적인 이슈이기도 한 디지털 시네마에 대한 한국영화계의 관심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지난 8월 문화관광부에서는 디지털시네마 비전위원회를 출범시켰고 11월21일로 잡혀 있는 영화진흥위원회 주최의 디지털시네마 산업발전을 위한 공개토론회 역시 같은 맥락이다.이처럼 디지털 시네마에 주목하는 이유는 필름비용 절감 이외에 촬영 중 영상 확인의 편리함, 제작기간 절감 등의 효과 때문이다. 또 앞으로 극장이 모두 디지털화되면 프린트를 각 극장으로 운송, 배급할 필요 없이 위성으로 전세계 극장에 데이터를 전송, 영사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불법복제에 대한 걱정 없이 전세계 동시개봉에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다.그리고 무엇보다 다매체 시대를 맞아 뉴미디어에 걸맞은 콘텐츠 개발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점이 디지털 시네마를 주목하게 하는 이유다. 휴대전화와 DMB 등으로 사람들의 여가 형태도 개인적인 취향으로 변해가는 만큼 영화가 유용한 문화콘텐츠로 남기 위해서는 이 같은 환경변화가 필요하다. 따라서 디지털 시네마는 스크린에만 머물지 않고 휴대전화, 인터넷 사이트, PMP 등 영상을 가동할 수 있는 모든 윈도를 대상으로 한다.이는 사실상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어 이미 지난 7월 미국의 디즈니, 폭스, MGM 등 7개 메이저 스튜디오가 뜻을 함께한 디지털시네마협의체 ‘DCI’(Digital Cinema Initiative)에서 디지털시네마 기술 최종 표준안(권고안)을 확정ㆍ발표했다. 12월 초 개봉 예정인 <해리포터와 불의 잔>을 비롯해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은 2006년부터 한 해 10편 이상의 디지털 상영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무서운 것은 중국의 참여 속도다. 중국은 영화산업의 부흥과 중국영화의 근대화를 목표로 약 300억원에 가까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2003년에만 50개의 스크린에 성공적으로 디지털 시네마를 설치했다. 결국 활발한 논의가 일고 있지만 한국의 디지털 시네마에 대한 관심은 결코 이른 시기에 모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그러나 디지털화 논의에서는 다소 뒤처져 있을지 몰라도 한국영화는 콘텐츠의 우수성을 이미 세계 영화계에서 입증받은 만큼 그 성장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2000년대 들어 탁월한 성과를 보이기 시작한 한국영화계는 올 상반기 다소 주춤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다수의 흥행작이 등장하면서 관객이 늘어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나은 실적을 기록하리라는 게 영화계의 예측이다. 서울의 경우 올 상반기 관객수 2,077만명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0.4%가 떨어졌다. 하지만 하반기 흥행작의 도움으로 1~10월까지의 서울 관객수는 3,833만명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4.4%로 감소폭이 다소 줄었다. 해외영화제 수상과 해외수출에 관한 보도는 이제 대단한 뉴스거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한국영화를 향해 세계의 눈이 쏠려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자료에 따르면 한국영화의 수출규모는 2002년 1,500만달러, 2003년 3,100만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88% 늘어난 5,830만달러를 달성했다.결국 7,000억원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영화산업은 한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문화콘텐츠로 뻗어나가는 데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다만 디지털화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논의를 꾸준히 발전시켜 나갈 때만 이 같은 발전의 맥이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