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2005 애니메이션 산업백서>에 따르면 지난 2004년 국내 애니메이션시장 규모는 3,258억원이다. 이는 제작시장 규모와 직배사 매출, 홈비디오시장 규모를 더한 것이다. 또한 국내에서 활동하는 관련업체수는 362개사, 고용인원은 5,385명에 이른다.하지만 이는 현재 세계 애니메이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턱없이 작은 숫자임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지난해 애니메이션시장 규모는 24억달러, 일본은 13억달러로 추정된다. 애니메이션의 세계시장 규모는 총 750억달러로 이는 조선산업 규모(596억달러)보다 큰 숫자다(THE RONCARELLI REPORT on the Computer Animation Industry, 2003). 따라서 한국 애니메이션산업은 세계시장 규모 대비 약 0.4%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1960년대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의 하청업체를 중심으로 커 온 한국 애니메이션시장은 규모에서뿐만 아니라 그 내용 면에 있어서도 애니메이션 대국인 미국, 일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물론 하청 위주지만 오랜 노하우를 갖춘 업체가 상당수인 만큼 제작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것은 장점이다.우선 한국 애니메이션산업은 수출에 주력하는 동시에 내수시장 규모도 함께 키워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어 애니메이션 선진국에 비해 열세에 있다. 다행히도 2001년까지 크게 늘지 않고 약 110억원 내외에 머물렀던 극장용 애니메이션시장의 경우 2001년 이후 국산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이 늘면서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방송사가 시청률과 채산성 문제를 들어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 편성을 꺼려왔던 TV용 시장의 경우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애니메이션 총량제의 시행으로 전망이 밝다. 국산 애니메이션 제작물량 증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그러나 이 같은 당면과제가 있음에도 한국 애니메이션산업의 미래를 어둡게만 볼 수 없는 것은 해외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나타내고 있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어서다. 하청 위주에서 창작 위주로 업체들의 성향이 달라지면서 각종 국제행사에서 수상하거나 높은 가격에 해외로 판매되는 창작 애니메이션이 늘고 있다.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아이코닉스 등 5개사 컨소시엄으로 제작된 <뽀롱뽀롱 뽀로로>로 2003년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본선 진출, 이탈리아에서 열린 카툰즈온더베이 본선 진출 등의 쾌거를 이룬 데 이어 지난해 말부터는 프랑스 TF1에서 방영돼 아침방송 최고시청률(56%)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애니메이션은 문화콘텐츠산업의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다. 모든 정보가 활자에서 영상으로 바뀌는 요즘 시대에 결국 영상정보 기술이 곧 애니메이션 기술이기 때문이다. 실제 영국이나 미국의 경우 엔터테인먼트산업 내에 애니메이션산업을 따로 분류해 놓고 있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이경학 청강문화산업대학 애니메이션과 교수는 “DMB 등으로 미디어 빅뱅 시대를 맞았다”면서 “새로운 미디어 빅뱅 시대의 화두가 무엇이 될지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시나리오가 관건이고 TV용은 캐릭터가 중요하다”면서 “따라서 “뉴미디어 강국인 한국이 새 매체에 걸맞은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잘 개발하면 일본이 ‘재패니메이션’으로 세계 애니메이션을 지배한 것과 같은 일이 한국에 없으리라는 법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