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반응이 매출로 직결 ‘짜릿’ … 5개 업체서 월매출 6억5천만원

약력: 1955년생. 74년 휘문고 졸업. 79년 건국대 낙농학과 졸업. 고제 입사. 84년 화인 창립(현). 2003년 4월 레스토랑 타니 오픈. 현재 타니ㆍ칸ㆍ뒤샹ㆍ차야ㆍ타니넥스트도어 운영.연간 20억~30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탄탄한 식자재 무역회사 ‘화인’의 경영자로 20년 넘게 살고 있는 김흥기 사장(50)이 갑작스레 외식사업에 뛰어든 것은 정말 개인적인 이유와 호기심 때문이었다.“아내와 아이들을 유학 보내놓고 ‘기러기 아빠’ 신세로 지내다 보니 한국에서 중년남자가 혼자 식사를 제대로 할 만한 레스토랑이 없더군요. 혼자 가면 중식당에서는 자리도 안 내주고 일식당에서는 마땅한 메뉴가 없고. 혼자 사는 사람이 많은 사회인데도 말이죠.”김사장은 “가까운 일본만 해도 시골에서조차 위생적이고 좋은 식당을 자주 접할 수 있다”면서 “제한적인 지역을 벗어나면 금세 레스토랑 수준이 떨어지는 한국의 외식산업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그래서 문을 연 것이 2003년 4월에 오픈한 레스토랑 ‘타니’다. 계곡 곡(谷)자를 일본어로 읽은 ‘다니’를 영어식으로 딴 타니(Tani)는 오픈 초기부터 트렌드에 민감하다고 알려진 서울 청담동 사람들이 선호하는 레스토랑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6개월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그 인기도 벌써 2년 반째 유지하고 있다. 김사장은 현재 타니의 성공을 바탕으로 무역업체 외에 칸, 뒤샹, 차야, 타니넥스트도어 등 총 5개의 외식업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상태.“어떤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금방 시작하는 스타일”이라며 충동적으로 외식사업에 뛰어든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의 외식업 진출이 느닷없는 일은 아니다. 식자재 무역업을 20년 넘게 해 왔으니 식품에 관한 한 전문가 수준이다. 거기다 사업상 한 달에 2~3회, 또 1회당 일주일 넘는 기간을 일본에서 보낸다.“일본은 전세계 외식업체가 모두 진출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입니다. 그래서 전세계 레스토랑 트렌드를 알 수 있는 나라가 일본이죠. 일본음식을 기본으로 한 레스토랑이 현재 세계적인 트렌드이기도 하고요.” 그가 타니를 일본식 바탕에 프렌치와 이탈리안이 가미된 퓨전 레스토랑으로 연 것도 이런 영향이다.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김사장처럼 풍부한 해외경험과 재력을 갖춘 이들이 외식업에 뛰어드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청담동을 중심으로 MBA 학위 소유자 등 유학파가 모여들고 있는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아마도 외식업이 자기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사업인 까닭이겠죠. 특히 저처럼 기업을 상대로 한 사업만 하던 사람은 고객의 반응을 즉각 느낄 수 있는 외식업이 무척 흥미롭거든요. 무역업만 할 때는 비즈니스의 성패가 고객사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게 답답했으니까요.” 작은 변화만 있어도 고객의 반응이 달라지고 이것이 매출로 직결되는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그는 한국 외식업과 고객에 대해 할말이 많은 듯했다. 그는 “한국의 외식업은 전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유행을 타는 업종이 되고 있다”면서 “최근 전통 있는 레스토랑이 많이 문을 닫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일본의 경우 외식업은 정말 실력이 탄탄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경쟁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청담동에 레스토랑을 차린다고 했을 때 ‘좋은 이미지로 레스토랑을 키워놓고 다른 사람에게 비싸게 넘기라’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로 한국의 외식산업은 트렌디한 업종이 됐습니다.”하지만 식자재사업을 오랫동안 해 온 그로서는 외식사업에 남다른 애정이 있었다. 따라서 그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외식사업의 새로운 노하우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계속 좋은 아이템으로 갈아타야 한다는 것.“무엇이든 ‘평가하기’를 즐기는 게 한국의 국민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따라서 소비자 성향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니 장기적으로 한 업체를 끌고 가기보다는 트렌드를 읽고 반보씩 앞서가는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그는 최근에 프랜차이즈 사업도 준비 중이다. 한국 고유의 ‘빨리빨리’ 문화로 인해 명예퇴직도 빨라진 요즘, 제대로 된 프랜차이즈로 이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것. 내년 가을 이전에 2~3평 규모의 수프 전문 프랜차이즈를 선보이게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