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 이후 대내외 외환시장은 미국의 무역적자에 대한 부담으로 비교적 큰 폭의 달러약세를 예상했던 시각이 많았으나 우리나라 원화를 제외하고는 오히려 강세를 보인 기간으로 요약된다.연말까지 원화환율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이 점부터 점검돼야 한다. 지난 1년 동안 원화 가치가 나홀로 강세를 보인 데는 우리 외환정책의 기조가 변경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당시 미국의 무역적자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미묘한 상황에서 우리 외환정책 기조가 ‘시장개입’에서 ‘시장에 맡기는 쪽’으로 변경됐다. 이 때문에 거주자외화예금이 무려 100억달러 정도 출회되는 과정에서 원화환율이 120원 이상 급락했다.연말까지 원화환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는 여전히 미국의 무역적자다. 다행인 것은 미국의 무역적자는 달러약세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인식이 이제는 국제금융시장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설령 달러약세를 도모한다 하더라도 미국의 수출입 구조가 환율이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무역적자는 크게 줄어들기는 힘든 상황이다.올 들어 지금까지 열렸던 서방선진 7개국(G7) 회담을 중심으로 논의된 내용을 보면 앞으로 미국이 당면한 무역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큰 폭의 달러약세를 유도하기보다 자체적으로는 금리를 계속 인상해 저축률을 제고시키는 동시에 대외적으로는 무역불균형이 큰 국가를 대상으로 상대적으로 큰 폭의 달러약세가 수용될 수 있도록 압력과 설득을 병행해 나가는 이중전략(two-track strategy)을 구사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이런 맥락에서 위안화 추가절상에 대한 압력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지난 7월21일 위안화 절상 이후 원화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 앞으로 위안화 가치가 추가 절상된다 하더라도 원화환율을 크게 끌어내리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거주자외화예금과 미국의 무역적자, 위안화 절상에 따른 영향이 적다면 앞으로 원화환율은 기초여건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연말까지 예상되는 대외여건을 감안해 보면 수출은 나아질 소지가 적어 보인다. 수출이 크게 개선되지 못한다면 내수가 얼마나 뒷받침해 주느냐가 앞으로 우리 경기 모습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아무리 우호적으로 본다 하더라도 통화ㆍ재정ㆍ외환 등 모든 면에서 내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현 정부가 가져갈 수 있는 정책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최근 해외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국경제가 다면적인 덫(trap)에 걸린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갈수록 거세질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결국 앞으로 우리 경기가 나아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 성장률이 낮았던 점을 감안하면 기저효과(base effect)로 연말까지 성장률이 올 상반기보다는 다소 높아지겠지만 대부분 전망기관들은 올해 성장률을 4% 내외의 낮은 수준으로 잡고 있다.외화수급 면에서도 수출증가세가 크게 호전되기는 어려워 보이고 서비스 수지의 적자폭을 감안하면 경상수지에서 원화환율을 크게 떨어뜨릴 만큼 흑자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주식투자자금도 전반적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고 있고 북핵문제 등으로 신규로 국내증시에 유입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따라서 연말까지 원화환율은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매년 연말에 다가갈수록 그 이전 기간에 비해 환율변동폭이 확대되는 점을 감안하면 환위험관리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