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 1000포인트 돌파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작한 올해 국내증시는 불과 2개월 만에 2000년 들어 처음으로 1000포인트를 돌파했다. 그 기세를 이어 1100포인트를 지나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에 이르렀다.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유가와 경기회복 지연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국내증시가 탄탄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주요 원인은 풍부한 유동성에 있다고 볼 수 있다.가속화되고 있는 고령화사회의 유력한 대비책으로 떠오른 적립식펀드를 통해 매월 4,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꾸준히 증시에 유입되면서 장기적인 수요기반으로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또한 내수 증가를 시작으로 내년 5% 성장을 목표로 한 경기회복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지수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그렇다면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연말을 준비하는 현시점에서 주목해 봐야 할 펀드들은 어떤 것이 있는가.배당주 펀드연말이 다가오면 배당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다. 배당주 펀드의 인기는 연중 지속적으로 나타난 현상이었지만 실제 개별 배당주 펀드의 연중 성과는 상이하게 나타났다.이는 주요 투자대상인 배당주에 대한 정의가 운용사마다 차이가 있어 실제 편입되는 종목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편입된 종목을 개별적으로 살펴보면 일부 펀드는 고배당주 중 가치형 스타일로 구분되는 종목의 편입비중이 높고 다른 펀드들은 고배당주 중 성장형 스타일로 분류되는 종목의 비중이 높다. 연중에는 가치형 종목과 성장형 종목의 상대적인 등락률 차이에 따라 배당주 펀드들의 성과도 다르게 나타났지만 배당시즌이 다가오면서 전체적으로 고배당주에 대한 수요가 집중돼 이들 펀드의 성과가 고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이들 펀드의 자본이득(시세차익)이 시장과 유사한 수준이더라도 투자자들은 가입시기에 관계없이 1년간의 배당에 따른 이익을 얻을 수 있다.펀드는 배당락이 이루어지는 시점(12월 말 결산기업의 경우 연말)에 기준가의 조정이 일시에 이루어진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4분기에는 전술 면에서 고배당주를 중심으로 투자하는 배당주 펀드에 우선적으로 가입하는 투자가 적절할 것이다.세제혜택 펀드연말이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세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일반 저축상품은 이자소득에 대해 15.4%의 세금이 부과된다. 일부 펀드들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세제상의 혜택이 주어진다. 선박펀드는 2008년까지는 3억원까지 비과세된다. 펀드 중에서 세제 혜택이 가장 큰 펀드는 단연 장기주택마련펀드다. 비과세와 소득공제 혜택이 동시에 주어져 연말정산을 할 때 효자 노릇을 할 수 있다. 7년 이상 가입하면 이자소득 전액이 비과세되며 연간 불입액의 40%(최고 3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진다.그러나 가입일로부터 5년 이내에 해지할 경우에는 소득공제를 받았던 액수만큼 물어내야 한다. 장기주택마련펀드는 분기당 300만원까지 매월 불입하는 적립식투자 상품이다. 따라서 적립식펀드의 매입단가저감(cost averaging) 효과를 동일하게 얻으면서 세금 면에서 유리한 상품이다. 아직까지 가입을 하지 않은 투자자라면 올해 안에 가입해 볼 만하다. 향후 도입될 인프라 펀드의 경우도 5.5% 저율분리과세를 통한 세제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채권형(회사채) 펀드증권업협회의 기준에 의하면 올해 초 3.28%였던 국고채 3년 금리는 8월 말 현재 4.16%로 상승했다. AAA 등급의 무보증 회사채 3년 금리도 3.47%에서 4.41%까지 올랐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의 금리상승으로 현재 채권가격은 많이 내려가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기존의 채권형 펀드 수익률은 저조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아직까지 채권시장에 구조적인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뱅가드 펀드의 설립자인 존 보글(John Bogle)이 말한 것처럼 “투자의 세계에서 평균 회귀(mean reversion)는 분명한 사실”이라는 점을 받아들인다면 향후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12월로 예정된 퇴직연금이 도입된다면 채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금리가 평균 회귀를 보인다면 현시점이 채권형 펀드에 투자할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저금리 추세가 지속된다면 채권을 선호하는 보수적인 투자자들에게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기 위해 회사채 수요도 증대될 것이다. SK글로벌 사태의 악몽에서 벗어나 지난해 초부터 회사채 펀드들도 많이 만들어졌다. 그중에서도 철저한 신용분석을 통해 회사채를 편입하고 있는 일부 펀드들의 수익률이 우선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회사채에 대한 투자경험이 많고 충분한 분산을 통해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운용사의 펀드라면 가입을 고려해 보자.해외투자 펀드사상 최고 수준의 현 증시는 신규투자자에게는 진입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고, 주식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투자자에게 채권금리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해외투자이다. 특정 시장을 겨냥한 해외투자에 대해서는 과거의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는 투자자들도 많을 것이다. 투자에서 분산의 중요성은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산의 일부를 국내시장과 상관관계가 높지 않은 해외투자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대안이 충분하지 않은 국내투자자에게 자산관리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개별펀드나 특정 시장에 대한 전망이 확실하지 않다면 해외 재간접투자기구(fund of funds)에 대한 투자도 유망하다.실물펀드올해는 실물펀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투자 대상도 기존의 부동산, 선박, 항공기뿐만 아니라 영화, 금, 기숙사 등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올해 안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BTL(build-transfer-lease)사업에 투자하는 인프라(SOC) 펀드도 발매될 예정이다. 익숙지 않은 상품이라는 부담요인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실물펀드들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상품에 내재한 위험요인들을 운용사에서 적절히 관리하고 투자수익을 사전에 예측 가능한 형태로 설계해 투자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상품에 따라 일부의 불확실한 위험요인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수익이 사전에 확정되는 형태를 갖고 있어 매력적이다.단점으로는 대부분의 실물펀드가 폐쇄형이고 투자기간이 장기라서 유동성에 제약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상품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3~5년의 투자기간에 연 6~8%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면 현재의 3년 만기 국채금리 수준 4%와 비교할 때 유동성과 위험에 대한 보상(premium)으로는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부담스러울 수 있는 주식투자와 결합한다면 더욱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단 투자대상의 위험요인 및 이에 대한 관리방안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마지막으로 최근에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중소형주 펀드의 유동성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올해는 2004년에 이어 중소형주의 폭발적인 상승이 지속됐다.이에 따라 중소형주의 편입비중이 높은 펀드들이 탁월한 실적을 보였으며, 중소형주 펀드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중소형주는 시장비중이나 유통주식 물량을 고려할 때 대형펀드들이 많은 비중을 투자한다면 이를 통한 평가이익을 실현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장충격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표 참조). 또한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의 규모가 지나치게 커진다면 중소형주만을 편입하려는 본래의 투자목적과 다른 형태를 보일 수 있다. 향후에도 중소형주의 약진이 계속될 것으로 믿는 투자자에게 중소형주 펀드는 좋은 대안이지만 펀드의 규모 변화와 보유종목의 성격을 꾸준히 지켜보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