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5% 이자의 보통예금통장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소득세 120%를 내라고 하면 놀라겠지만 5%의 인플레이션이 경제적으로 비슷한 효과를 낸다.”주식투자의 달인이자 세계 2위의 부호인 버크셔 헤더웨이의 워런 버핏의 얘기다. 이 말에는 깊은 진리가 숨어 있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보려할 뿐 배후에 숨어 있는 위험을 보려고 하지를 않는다.세금을 더 내라고 하면 아우성을 치지만 슬금슬금 오르는 물가에는 저항하지 않는다. 그래서 세금인상보다 인플레이션이 투자의 세계에서는 더 위험하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투자를 망치는 소리 없는 습격자이기 때문이다.현재 재테크에서 가장 위험한 적은 버핏의 지적처럼 보이지 않는 인플레이션이다. 과거에는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인플레이션 위험이 지금 부각되는 이유는 바로 저금리 때문이다. 확정이자를 받는 금리 투자로는 도저히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없다. 지난 2004년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은행권의 예금상품 수신 평균금리를 웃도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은행의 예금이자와 물가상승률의 차이만큼 가만히 앉아서 돈을 까먹고 있음을 의미한다.돈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교환인데 만일 돈을 교환할 대상, 즉 물건이나 서비스의 가격이 오르게 되면 돈의 가치는 자연스레 떨어지기 마련이다. 과거 확정금리 투자로 돈을 까먹었던 대표적인 사례가 생명보험사들이 앞다퉈 팔았던 교육보험과 옛 주택은행이 중심이 돼 판매했던 차세대 종합통장 같은 상품이다. 이 두 가지 상품은 모두 우리나라 국민의 높은 교육열에 힘입어 베스트셀러 상품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이제는 이들 상품에 가입하는 고객은 없다. 오히려 이 상품을 판매했던 금융기관들에 적개심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바로 높은 교육비상승률 탓이다. 이들 상품은 가입시점을 기준으로 학자금을 설계했다. 때문에 정작 학자금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대학 입학시점에는 교육비상승률로 인해 돈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명목상의 돈은 까먹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엄청난 돈을 까먹었던 것.우리나라의 교육비상승률은 2000~2005년에 연평균 7% 가량이다. 5년간 7%씩 물가가 올랐다면 1,000만원의 5년 후 화폐 가치는 713만원에 불과하게 된다. 이처럼 인플레이션 위험은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생보사들과 일부 은행들의 장삿속 속에 어처구니없이 속아버린 것이다.인플레이션 위험에 대비하는 길은 저축이 아닌 자산을 소유하는 것이다. 가입시점에 투자수익이 확정되는 저축으로는 현재와 같은 저금리 구조에서는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비할 수 없다.따라서 자산투자를 선택해야 한다. 대표적인 자산투자로는 주식과 부동산이 있는데 8ㆍ31부동산대책에서 볼 수 있듯이 참여정부 아래에서는 부동산투자로 돈을 벌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시장을 정부가 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주식 외에는 달리 투자처를 발견하기 어렵다. 때문에 현재 주식형 펀드 가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어떤 펀드를 선택하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향후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도 고려해야 한다.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펀드수익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포트폴리오를 설계할 때 먼저 자신의 자산 중 몇 %를 주식형에 투자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이는 자금규모나 투자성향, 그리고 나이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최소한 금융자산의 10% 이상은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목돈운용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당연히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적립식투자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투자비중을 결정한 후에는 펀드 스타일을 분석해야 한다. 펀드투자는 그 자체로 하나의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것과 같다. 주식형 펀드 가운데 하나의 종목에만 투자하는 펀드는 없으므로 펀드투자는 곧 분산투자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분산하는 방식이다. 분산방식이 펀드의 스타일을 결정한다.주식형 펀드는 크게 성장형, 중립형, 방어형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성장형은 종합주가지수 상승률 이상의 투자수익률을 올리는 것을 운용목표로 삼는다. 때문에 다른 유형의 펀드에 비해 펀드운용이 공격적이다. 인덱스펀드와 같은 중립형은 시장수익률을 그대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펀드다. 이들 펀드는 펀드매니저의 역할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까닭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수료가 장점이다.방어형은 성장형이나 중립형에 비해 지수하락에도 상대적으로 주가가 덜 떨어지는 종목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펀드다. 대표적으로 배당주 펀드를 꼽을 수 있다. 최근 2년간 배당주 펀드가 펀드 랭킹 상위를 휩쓸었다.최근에는 중소형주에 집중 투자하는 중소형주 펀드와 성장형 펀드의 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배당주 펀드는 올 들어 이들 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밀리는 모습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배당주 펀드들은 주로 높은 배당수익률을 보이는 주식들을 집중적으로 편입한다.최근 이들 주식의 주가가 많이 올라 일부 펀드매니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마땅히 살 만한 주식을 발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가가 약세를 보일 때는 강점을 보였지만 강세로 돌아 서자 성장주 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낮아진 것이다.따라서 가장 단순하게 펀드로 포트폴리오를 짤 때는 성장주 펀드와 배당주 펀드에 투자금액의 절반씩을 넣는 것이다. 적립식 투자도 마찬가지다. 배당주 펀드도 적립식으로 투자할 수 있으므로 매월 적립하는 금액을 둘로 나눠 이들 펀드에 각각 불입하면 된다.또 다른 변수는 향후 증시전망이다. 지난 9월 초 종합주가지수 사상 최고점을 돌파했던 증시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추가 상승여력이 많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만일 향후 증시가 더 상승한다면 성장주 펀드 쪽에 비중을 늘리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시장전망에 상관없이 일관된 포트폴리오를 원하는 투자자라면 앞서 얘기했듯이 성장주와 배당주 펀드에 각각 50%씩 투자자금을 넣거나 성장주와 인덱스 펀드, 배당주 펀드에 3분 1씩 투자자금을 분산해 투자하는 방법을 활용하면 될 것이다.포트폴리오를 짜면서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것은 펀드에 분산투자한다고 하면서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별로 나눠 투자하는 것이다. 펀드 스타일이 비슷할 경우 운용사가 다르더라도 분산투자 효과는 반감된다. 따라서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포트폴리오 구성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스타일이 다른 펀드에 나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저금리로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는 포트폴리오 투자가 불가피하다. 지금이라도 주식형 펀드에 대한 비중이 너무 적거나 아니면 펀드에 대한 분산투자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면 하루빨리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