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방향을 못잡겠어요. 어지럽습니다. 요즘에는 고객의 전화를 받는 게 무서울 지경이에요. 어디다 묻었으면 좋겠냐고 물어오면 식은땀부터 납니다. 추천을 안 하면 무능하다고 찍힐 것 같고, 그렇다고 아무 데나 밀기에는 걸리는 게 많고…. 정부정책은 잔뜩 날이 서 있는데 돈은 넘쳐나니 그렇죠. 부동산으로 먹고산 지 10년이 넘었지만 요즘처럼 혼란스러운 때도 없는 것 같아요.”서초동 S투자컨설팅 박모 상무의 코멘트다. 베테랑 부동산전문가로 유명한 박상무조차 요즘 같으면 “못해먹겠다”고 잘라 말한다. “굶어죽겠다”는 말처럼 마땅한 투자대상이 없는 게 가장 큰 딜레마다. 눈에 불을 켜고 괜찮은 투자대상을 찾아다니지만 결과는 ‘글쎄’다. 매력은커녕 위험천만한 물건만 매물리스트에 잔뜩 올라 있다. 고객은 찾는데 물건은 없고…. 거간꾼 박상무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부동산시장이 바닥 모를 불황에 빠졌다.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요즘 들어 거래실종은 일상사가 됐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부동산 불패신화’의 진원지 강남조차 이제는 ‘동작 그만’이다. 여기에는 8월 말로 예정된 종합부동산대책에 대한 공포감까지 더해진다. 고강도 투기억제책이 예고되면서 ‘눈치작전’은 한층 심해진 분위기다. 그렇다고 400조원에 이르는 부동자금의 부동산 러브콜이 사라진 건 아니다. 여전히 재테크현장의 관심사는 부동산이다. 기회만 엿보이면 부동산에 들어가려는 대기성 자금규모가 엄청나다.주택담보대출도 잠시 주춤하다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정부가 막고 있지만 부동산 맹신은 본질적으로 변한 게 없다”는 분석까지 힘을 얻는다. 실제로 토지신화는 견고해 보인다. 정부가 그토록 고대하던 ‘부동산 → 주식’으로의 자금유입 증거도 거의 없다. 증시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대세상승을 기록 중이지만 부동산에 맛들인 부동자금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되레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투의 부동산 짝사랑만 심화되는 추세다. 가정주부 허진희씨는 “그래도 꾸준히 찾아보면 괜찮은 물건이 있지 않겠냐”며 “2년 6개월 후 새 정부가 들어서면 다시 좋은 날이 올 텐데 그때까지 기다려볼 것”이라고 전했다. 사뒀다 기다리는 ‘Buy & Hold’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얘기다.요즘 부동산시장의 최대 화두는 ‘틈새투자’다. 경쟁이 전혀 없는 ‘블루오션’까지는 아닐지언정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틈새상품을 노리자는 전략이다. 여기에는 투기억제책의 직격탄을 피할 수 있는데다 잘만 하면 짭짤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가 작용한다. 일종의 역발상투자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듯 경쟁이 치열한 아파트ㆍ땅보다는 장기간 소외된 상가ㆍ단독주택을 노리는 식이다. 지역적으로는 투기구역으로 뒤덮인 서울ㆍ경기도보다 덜 알려진 지방물건을 탐색하는 전략이다. 효과도 좋다. 대중심리와 ‘거꾸로’란 게 당장은 부담스럽지만, 재조명받을 때 엄청난 수익을 보장해준다. 실제로 역발상투자는 부자들 사이에서 효과적인 ‘게임의 법칙’으로 자리잡았다.틈새상품 1순위 후보는 ‘상가’다. 최근 몇 년간 아파트ㆍ땅이 집중조명을 받은 반면, 상가는 적잖이 소외된 게 사실이다. 경기침체라는 절대악재와 적잖은 투자자금이 상가투자의 제한요소로 작용했다. 상권의 빈익빈부익부 현상도 상가투자의 위험변수로 꼽혔다. 결국 상가투자도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학습효과가 한몫 했다. 좀 비싸도 거대 상권의 후광효과가 기대되거나 혹은 확실한 투자호재가 검증된 곳만 투자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다. 한국의 특급상권으로 꼽히는 강남상권이 대표적이다. 다만 강남만 해도 이미 포화상태다. 물량도 별로 없고, 있다 해도 가격이 너무 세다. 이럴 때는 다시 틈새시장을 찾는 게 필요하다. 상권이동ㆍ확장이 예상되는 길목에 일찌감치 선투자하는 방법이다.실제로 최근 강남상권에는 신규공급 중인 상가물량이 별로 없다. 몇 년째 이어진 경기침체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분양물건도 2~3년 전 물량을 소화하는 데 불과하다. 인기를 끌었던 테마상가도 실제수익률은 역세권 근린상가보다 못한 경우까지 생겨났다. 상가경매가 인기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아파트와 달리 권리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아마추어가 손대기는 어렵다. 수익성도 떨어지는 추세다. 평당 4,000만~5,000만원에 덥석 물었건만 임대수익조차 제대로 못 건지는 사례가 많다. 그나마 강남상권 내 유명 상가는 경쟁률이 엄청나다. 수억원대 권리금도 기본이다. 강남상권에 위치한 유력 상가만 해도 ‘레드오션’의 전형인 셈이다.강남상권의 이동ㆍ확대방향은 ‘동남쪽’이다. 유일하게 펼쳐질 수 있는 방향이 이쪽뿐이다. 얼추 양재부터 3호선과 분당선이 걸쳐져 있는 동쪽지역이 해당된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양재ㆍ개포ㆍ일원ㆍ수서 일대다. 더 남쪽으로는 세곡ㆍ자곡동 등 그린벨트지역과 접해 있고, 그 끝이 판교ㆍ분당과 이웃이다. 대부분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고정인구가 상당하다. 환경ㆍ교육ㆍ교통 등도 강남에 준하는 최고 수준이다. 특히 지하철이 관통하는 ‘강남~수서’라인이 돋보인다. 가령 개포동은 대치동과 도보 10분 거리로 생활환경은 강남 핵심지역에 못지않다. 투자여건도 훌륭하다. ‘강남~수서’벨트의 상가투자는 기대수익률도 비교적 높다. 가격이 싼데다 희소성이 독점으로 직결돼 임대수익이 짭짤하다. 입지는 강남상권에 버금가는데 가격은 신흥상권 정도니 투자자들이 군침을 삼키는 건 당연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