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데이 뉴 페이스’(Everyday New Face)태평양 라네즈의 TV 광고를 통해서도 익숙한 이 문구는 태평양의 ‘브랜드 리인벤팅’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라네즈는 10년을 훌쩍 넘긴 짧지 않은 역사를 지닌 브랜드지만 날마다 새로운 얼굴로 단장해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태평양의 메가 브랜드 라네즈(LANEIGE)는 1994년 국내 화장품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외국 유명 브랜드가 홍수를 이룬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승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던 것. 태평양은 브랜드 이미지 구축단계부터 소비자의 내면 읽기에 남다른 행보를 보였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정립할 때부터 체험마케팅 연구분야의 권위자 슈미츠 교수와 손잡고 공동으로 개발했다.94년 출시 당시 라네즈는 모든 업계에서 최고의 모델이었던 김지호를 브랜드 모델로 발탁했다. 그후 95년 ‘라네즈 햅번 브론즈’라는 립스틱 제품을 내놓으며 소비자의 시각과 감성을 자극, 150만개라는 판매기록을 세웠다.96년 라네즈가 선보인 ‘영화처럼 사는 여자’라는 광고는 지금도 수많은 소비자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다.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포착, 브랜드 이미지에 제대로 녹여낸 결과다.라네즈는 타깃 소비자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단순히 나이가 25세인 여성이 아닌 감성이 25세인 젊은 마인드의 여성을 겨냥하며 차별화를 보인다. 즉 ‘이오공감’(二五共感) 세대의 감정과 스타일을 즐기는 젊은 여성들을 공략하고 있다.이처럼 소비자 내면 읽기에 발굴의 재능을 보인 라네즈는 11년 동안 쉴 새 없이 ‘진화’를 거듭해 왔다. 2002년에는 신선하고 젊은 이미지로 다시 한 번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젊은 감성 세대의 니즈에 맞추기 위해 제품 컨셉을 ‘수분’에 뒀다.늘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는 라네즈는 2003년 9월 화장품업계의 역사 속에 또 하나의 기록을 남겼다. 피부에 착 붙는 밀착감으로 간편한 화장을 원하는 젊은 여성고객들의 수요를 파악한 뒤 ‘피팅데이 트윈케이크’라는 제품을 발매했다. 이 제품은 출시 1년 만에 100만개 판매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는 30초당 1개씩 하루에 무려 2,740개나 팔려 나갔다는 것을 의미한다.젊은 여성이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추구해 나갈수록 라네즈도 브랜드 재창조 작업에 가속도를 붙였다. 2004년 라네즈는 새로운 10년을 위해 아예 지난 이미지를 모두 털어내기로 했다.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원칙 아래 트렌드 아이콘 전지현을 기존 모델 이나영과 함께 듀얼모델로 선택했다. 트렌디하고 세련된 이미지에 섹시하면서도 보이시한 매력으로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기로 한 것이다. 또렷한 눈망울, 촉촉한 피부를 가진 모델 이나영과 트렌디하고 세련된 이미지의 전지현을 함께 기용하며 다시 한 번 인기몰이에 나섰다.세계 향한 날갯짓…브랜드 재창조최근 홍콩이나 중국을 다녀온 사람들은 ‘라네즈’ 얘기를 꺼내곤 한다. 홍콩 공항에 내리자마자 라네즈의 대형 광고판을 볼 수 있고 홍콩과 중국 중심가에서는 영락없이 라네즈 매장을 발견할 수 있다.태평양의 중국시장 진출은 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시장 개방이 가속화되기 전인 93년 선양에 현지법인을 설립, 선양과 창춘, 하얼빈 등 동북 3성을 중심으로 태평양의 제품을 공급했다. 중국시장을 점검해 본 태평양은 지속적인 브랜드 리인벤팅을 위해서는 해외고객까지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94년 한국시장에 첫선을 보인 직후 1년 만에 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라네즈’를 아시아의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꿈을 현실 속에서 실현해 나갔다.태평양은 라네즈 중국시장 도입에 앞서 3년간의 철저한 사전조사와 3,500명에 이르는 현지 소비자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를 통해 고급이미지를 실을 수 있는 백화점 경로에 한정, 라네즈 제품을 유통하기로 결정했다. 단기이익에 급급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 관리를 하기 위해서다.꼼꼼히 중국진출을 준비하던 태평양은 2002년 5월 중국시장 도입에 앞서 홍콩시장에 먼저 라네즈를 도입했다. 글로벌 브랜드의 각축장이며 중국시장의 창이라 할 수 있는 홍콩에서 라네즈의 경쟁력을 검토했다. 홍콩에서 시장성을 확인한 라네즈는 현재 홍콩에 12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매장당 월평균 매출이 1억원을 초과해 글로벌화를 통한 브랜드 리인벤팅의 성공을 이뤄냈다.태평양은 이러한 홍콩에서의 활동을 통해 축적된 중국시장에 대한 이해와 인력을 바탕으로 중국 유행의 발신지인 상하이에 별도의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2002년 9월부터 라네즈 브랜드로 중국시장을 본격 공략, 2005년 상반기 상하이는 물론 중국 25개 도시 80여개 백화점에서 라네즈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라네즈 브랜드의 런칭에 앞서 이뤄진 사업성 검토에서 2005년 내에 매장당 월 1,000만원의 매출을 달성하면 대성공이라고 예측됐다. 하지만 이미 하루 매출 300만원이 넘는 매장이 출현했고, 조만간 월 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매장도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화장품 마케팅과 브랜드 관리로 명성을 떨치게 된 태평양은 중국 외의 다른 아시아 국가에도 뻗어나가고 있다. 2003년 싱가포르, 2004년 대만,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며 라네즈를 명실공히 아시아의 화장품 브랜드로 키워냈다. 말레이시아 등 미진출 국가에 대한 조사도 조만간 마무리할 계획인 태평양은 전세계 여성의 피부를 책임질 화장품 브랜드로 우뚝 서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설화수로 명품 한방화장품 바람태평양의 또 다른 성공 브랜드 리인벤팅 사례로 ‘설화수’를 꼽을 수 있다. 한방화장품 브랜드 설화수는 자녀가 어머니에게, 남편이 아내에게 앞장서 선물하는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설화수는 97년 일찌감치 선보였다. 설화수도 멈출 줄 모르는 브랜드 재창조 작업을 겪어왔다.설화수의 원조는 73년 등장한 한방화장품 ‘진생삼미’다. 67년부터 인삼 중심의 한방미용법 연구를 해 온 태평양은 72년 인삼유효성분추출 특허를 획득, 약용으로만 사용되던 인삼을 화장품에 사용했다.그후 ‘진생삼미’는 세계 34개국에 수출돼 2,00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체계적인 연구를 거듭해 ‘삼미진’, 87년 ‘설화’ 브랜드를 출시했다. 이어 97년 경희대 한의대와 공동연구를 통해 ‘설화’에서 한단계 높아진 ‘설화수’를 내놓았다.7년 뒤인 2004년에는 또 한 번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매출을 극대화했다. 특허성분인 ‘자음단’에 ‘자음보위단’이라는 성분을 더해 한방성분이 피부에 깊이 스며들도록 리뉴얼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단일 브랜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3,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설화수 하나에서 거둬들였다.태평양은 설화수 역시 라네즈처럼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해 나가며 브랜드의 힘을 보이겠다는 전략이다. 2004년 홍콩에 설화수를 진출시킨 뒤 홍콩의 하이클래스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윤효진 우리투자증권 화장품담당 애널리스트는 “태평양은 기존에 갖고 있던 특성을 잘 살려 다른 부문에 적용하는 데 뛰어나다”며 “설화수를 예로 들어보면 중년층에 신뢰를 받는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해 기초화장품 라인(종류)을 늘려갔다”고 설명했다. 윤애널리스트는 이어 “라네즈의 전지현 등 브랜드의 상황별 적절한 모델 기용도 성공했다”며 “마케팅에 특히 강한 회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