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반의 양극화 현상이 추석 선물시장에도 뚜렷하다. 1만원 이하의 저가형 상품이 있는가 하면 1,000만원 상당의 주류 선물이 나왔을 정도다. 최고가와 최저가 상품의 격차가 1,000배 이상 벌어진 셈이다. 같은 회사의 제품이라도 실속형 제품과 고급형 제품의 가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치약, 비누 같은 생활용품 선물세트만 해도 1만원대의 단품 구성이 등장했는가 하면 1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세트도 있다. 백화점 등 유통업계의 선물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CJ의 한 관계자는 “소비심리가 상류층을 중심으로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전국민의 80%를 차지하는 서민층으로까지 확대되지 않았다”며 “선물세트의 가격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웰빙 트렌드도 빼놓을 수 없는 경향이다. 식용유의 경우 과거 콩이나 옥수수를 원료로 한 제품 일색에서 건강에 좋은 올리브유, 포도씨유, 프리미엄급 참기름 등으로 분화하고 있다. 참치나 햄도 명품 참치, 수제햄 등이 인기를 끌 전망이다. 하지만 가격이 부담스럽지는 않다. 대부분 10만원 이하로 선물이 구성돼 있는 것. 소비심리가 여전히 위축돼 있는 점을 감안해 실속형 웰빙을 유도하는 전략이 대세로 굳어졌다.웰빙 트렌드에 따라 건강기능식품도 주목받고 있다. 다른 추석선물에 비해 고가이지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가격 저항은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다. 클로렐라, 글루코사민, 비타민 등 다양한 추석 선물용 제품이 선보였다. 특히 인삼을 주원료로 한 제품이 눈길을 끈다. 한국인삼공사의 ‘정관장’ 시리즈를 비롯해 CJ의 ‘한뿌리’ 시리즈, 웅진식품의 ‘진홍삼’ 시리즈가 대표적이다.CJ와 웅진의 인삼 제품은 상대적으로 저렴해 부담을 줄였다. 하지만 제품의 품질은 프리미엄급이라고 강조한다. 특수공법을 활용해 해당 원료의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하고 소화흡수율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또 인삼을 주원료로 하면서 허깨나무, 꿀, 상황버섯, 가시오가피 등의 한약재를 결합한 제품을 내놓는 등 제품의 다양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타깃 마케팅도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남성용, 여성용, 노인용, 수험생용 등 선물받을 사람에 따라 선물을 구성하고 있는 것. 남성용 화장품, 갱년기 여성용 화장품, 수험생용 인삼제품, 머릿결이 손상된 여성용 등 특정 대상을 겨냥한 상품들이 크게 늘었다.예년에 비해 추석이 이른 것도 변수다. 과일값이 비싸 가공식품이나 주류 등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식품업체와 주류업체들은 일제히 예상 매출을 올려잡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지난 상반기의 부진을 추석 특수를 통해 보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롯데제과는 과자류의 매출을 지난해 25억원보다 20% 많은 3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예상 실적을 지난해보다 25% 높게 잡았다. CJ는 지난해보다 34% 많은 850만세트를 준비했다. 특히 지난해 인기를 모은 ‘올리브 스팸 세트’를 지난해에 비해 285% 많은 70만상자를 제작하고 올리브유의 100% 판매신장을 노릴 정도로 올 추석 특수에 대한 기대가 크다. 동원F&B는 14%의 판매신장을 노리고 있다.대형매장 위주의 판매전략도 눈에 띈다. 할인점의 판매량이 증가한 데 따른 조치다. 특히 가공식품 선물세트는 할인점 판매 비율이 높다. 가격이 싼데다 무료배송을 하기 때문이다. 애경은 할인점 전용 생활용품세트를 별도로 제작하고 현장 판매원들에게 판매지침서를 숙지시킬 방침이다. 웅진식품도 전국 대도시 대형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홍보요원을 배치해 집중적인 판촉활동을 벌일 계획이다.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법. 기존의 포장디자인을 대폭 개선한 기업도 있다. 동원F&B는 ‘Love in Life’라는 디자인 컨셉을 정하고 다양한 색상을 활용한 디자인을 전면배치했다. 롯데제과는 과자선물세트의 포장재를 천소재로 바꿨다.유통업체들의 전망도 낙관적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보다 15% 많은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11%, 갤러리아백화점은 10% 이상의 매출신장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우인호 판촉팀장은 “올 들어 백화점 매출이 신장세를 유지하고 있어 올 추석도 소비회복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며 “지난해에 비해 추석 물가가 다소 오를 전망이지만 저가형 상품수와 물량을 늘려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고 말했다.백화점들은 지난 8월20일을 전후해 일제히 ‘예약판매’를 시작하면서 추석 판촉전에 돌입했다. 정상가보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배송에도 특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추석연휴가 짧아 귀성은 하지 않고 선물만 보내는 소비자들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고객밀착형 서비스는 더욱 강화됐다. 우선 최적의 선물을 제안하는 서비스를 마련했다. 선물을 받는 사람에 따라 추천상품을 제안하는 서비스다. 배송되는 선물에 대한 고객의 불안을 해소시키는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식품안심보상제’와 ‘약속안심보상제’ 롯데백화점의 ‘고객리콜제’ ‘3배보상제’ 등이 대표적이다.할인점업계는 실속형 선물에 무게를 두고 있다. 소비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알뜰 소비자’를 잡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인 것. 더욱 다양한 저가형 선물세트를 마련했다. 또 품귀현상이 예상되는 일부 청과물과 수산물에 대해서는 안정적인 물량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