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여도 높다’ 발빠른 인식 전환

여성기업의 약진은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지난 2002년 OECD가 실시한 여성자영업주 조사(고용인 유무에 관계없이 사업체 전체 대상)에 의하면 전체 기업 중 여성기업의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는 포르투갈로 40%에 육박했다. 이어 미국은 38.1%, 프랑스는 32.7%로 높은 선을 유지했다. 반면 한국은 29%로 미국에 비해 10% 정도가 뒤지는 수준. 최근 몇 년 사이 격차를 많이 좁히기는 했지만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서는 낮은 선이라는 지적이다. 양인숙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여성기업 비중을 40%선까지 끌어올리면 국가경쟁력이나 경제발전에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최근 증가세대로라면 조만간 수적인 측면에서 선진국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OECD 회원국의 여성소유기업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서비스업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9~23% 정도에 불과하다. 또 기업 규모도 종업원 5인 미만의 소기업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특히 기업의 존속연수가 5년 미만으로 짧게 나타나 최근 몇 년 사이 세계적으로 신생 여성기업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경제로 이행한 기간이 짧고 최근 경제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는 러시아의 경우 여성기업의 74%가 설립된 지 5년 미만이다. 창업자 연령대는 나라별로 차이를 보인다. 대부분의 나라가 35~54세의 중년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나 호주는 55세 이상 여성기업인이 각각 22%, 21%로 높게 나타났다.여성기업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국가별로 지원책도 속속 개발 보강되고 있다. 각국 여성기업 정책의 모델이 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지난 82년 중소기업혁신개발법(Small Business Innovation Development Act)이 제정되면서 연방 상무부의 중소기업청(Small Business AdministrationㆍSBA)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자금 지원의 경우 SBA 산하 여성기업센터(WBC)에서 총괄하고 있다. 창업의 시작에서부터 설립과정, 시장개척, 마케팅 등과 관련된 전반적인 지원업무를 담당한다.미국 SBA는 일찍부터 여성기업이 미국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주목, 여성창업의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들을 마련해오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을 받고 있다. 이에 발맞춰 중소기업에 대한 전체 대출 중 여성소유기업에 대한 대출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90년 13%선이었던 대출건수는 2000년 21%로 늘어났다.중소기업 관련 보조금은 개별기업의 사업주들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WBC 등 민간 비영리기구를 통해 지급된다. 또 공식적인 대출 기준에 적합하지 않더라도 대출에 대한 보증을 해주는 기능까지 담당하고 있다.특히 대출 기준이 유연해 수혜폭이 넓다는 게 특징이다. 담보능력 보유여부 등을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지원을 요청한 여성이 어떤 경력을 갖고 있는지, 사회경제적으로 어떤 계층인지, 기업이 성장잠재력을 갖고 있는지, 재정적 안정성은 어떤지 등을 감안해 자금을 지원한다. 기업의 내실보다 여성기업인 남편의 신용도 등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은행 문턱 넘기가 너무 힘들다는 한국 여성기업의 실정과는 확연히 비교되는 대목이다.이외에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간이서류 대출, 신속대출, 융자보증 프로그램, 소액대출 프로그램, 소기업투자회사 대출 프로그램 등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지역별로도 소기업 대상 소자본 대출기관이 자리잡고 있어 보다 간소하고 신속하게 자금지원 서비스를 받도록 배려하고 있다. 선두기관으로 꼽히는 시카고 여성특화대출기관의 경우 저소득 여성에게 경제적 독립을 지원하는 역할로 호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창업교육이나 훈련 프로그램은 단계별로 세분화돼 있다. 통상 1년에 걸쳐 체계적으로 진행되며 성공한 여성기업인이나 전문가들이 직접 나서 후진을 양성하는 시스템이 대부분이다. 지역 비영리단체에서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도입, 여성기업과 관련된 카운슬링을 제공한다. 이뿐 아니라 여성기업가 네트워크, 사업 관련 아이디어, 경영포럼, 할인서비스, 정책브리핑 등 모든 범위의 교육훈련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사업 시작 후 맞닥뜨리게 되는 판로확대 문제도 정부가 지원한다. 지난 99년 제정된 여성기업지원에관한법률에 포함된 공공기관 구매 조항도 미국을 벤치마킹한 내용이 상당부분 포함됐다. 여성기업에서 생산된 물품을 공공기관이 일정량 구매하는 이 제도는 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가장 현실적인 도움이라는 점에서 호응도가 높다. 미국의 여성기업이 정부와 맺고 있는 조달계약 총액의 비중은 4~5%에 이르고 있다. 반면 한국은 2%에 머물고 있는 상태.일본,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들의 지원정책도 미국의 여성기업 지원정책과 비슷한 틀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상담이나 컨설팅이 전문영역에 시행되고 있어 실제 여성기업 육성에 상당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이다. 자금지원정책 역시 판단기준, 규모, 내용 등이 도입기인 한국보다 훨씬 효율적이며 현실적이라는 분석이다.해외 여성 스타 CEO‘부드러운 카리스마’ 위풍당당기라성 같은 글로벌그룹에서 명성을 떨치는 여성CEO들이 적잖다. 탁월한 경영능력에 카리스마까지 갖춘 이들은 세계 경제계를 주름잡으며 여성기업인의 위상을 드높이는 중이다.세계 대표 여성CEO로 활약한 칼리 피오리나가 휴렛팩커드(HP)를 올 초 그만둔 뒤, 새로운 여제(女帝)자리는 이베이의 맥 휘트먼이 차지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지난해 10월 재계의 여성 파워를 평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기업인 50인(50 Most Powerfull Women)’에서 이베이의 최고경영자 맥 휘트먼을 1위에 올렸다. 98년 이래 피오리나가 지키던 정상을 6년 만에 바꾼 셈이다.맥 휘트먼은 이베이를 세계 최대 온라인마켓으로 성장시켰을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인터넷 브랜드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으로 키웠다는 평을 받는다. 지난 3월에는 마케팅담당 수석부사장으로 재직했던 디즈니의 CEO 제의를 뿌리쳐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이 조사에서 3위는 세계적인 방문판매 화장품회사인 에이본의 회장 겸 CEO 안드레아 정이 차지했다. 또 제록스의 앤 멀케이 회장이 4위에 올랐고 씨티그룹의 국제소비금융부문 회장 겸 CEO인 마조리 마그너가 5위를 차지했다.또 벨연구소로 유명한 루슨트테크놀로지스의 팻 루소 역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CEO로 명성이 자자하다. 한때 팻 루소와 앤 멀케이, 칼리 피오리나는 미국의 ‘IT 여성CEO 3인방’으로 불리기도 했다.이들의 연봉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 실적부진 등으로 물러난 칼리 피오리나는 퇴직금으로 4,200만달러를 챙겼고 맥 휘트먼은 지난해 155만달러의 보너스를 포함, 290만달러를 연봉으로 받았다. 팻 루소는 경영정상화에 대한 보답으로 지난해 보너스를 80% 인상된 수준에서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