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잡아라!’성공투자에는 ‘물’이 필수다. 물 없는 부동산투자는 ‘앙꼬 빠진 찐빵’이란 우스갯소리까지 떠돈다. 요즘 뜨는 지역은 하나같이 ‘물 좋은 곳’이다. 가령 용산ㆍ마포ㆍ이태원 등 한강라인 주변은 서울의 마지막 유망 투자처로 손꼽힌다. 남양주ㆍ양평 등 북한강 인근지역도 펜션 열기 이후 형성된 고공시세가 요지부동이다. 제주ㆍ서해안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강ㆍ바다가 인접한 곳 위주로 땅값 상승이 눈에 띄게 목격된다. 1년여 만에 ‘더블’은 기본이고, 목 좋은 곳은 2~3배 이상 올랐다.공통분모는 섬으로 요약되는 모습이다. 풍광이 좋은데다 값이 싸고 개발계획까지 쏟아진 몇몇 섬에는 엄청난 시중자금이 몰리고 있다. 당연히 ‘물’은 기본 옵션이다. 최근 강화도로 여름휴가를 다녀온 S증권 박모 애널리스트 얘기를 들어보자. “소문으로만 듣던 섬 투자 열기를 실감했다. 곳곳에 펜션단지와 휴양시설이 건축 중이었는데, 그나마 땅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선점투자에 성공한 발 빠른 투자자들이 부러울 뿐이었다.” 섬 투자는 ‘휴(休)테크 → 부(富)테크’ 논리가 지배적이다. 관광ㆍ휴양수요가 섬의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게 땅값 상승의 주된 배경이다.돋보이는 관심지역은 서해ㆍ남해안 일대의 중대형 섬이다. 특히 경기도 주변 섬이 집중적인 수혜를 입고 있다. 인천ㆍ강화ㆍ옹진군 등 내륙과 가까운 섬들이 대표적이다. 서해안고속도로 개통 이후에는 충청권 섬도 들썩인다. 안면도는 이미 충청권 섬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위쪽으로만 향하는 땅값은 고공행진이 따로 없다. 전라권 섬도 달아오르긴 마찬가지.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발의지와 서해안고속도로ㆍ호남고속철 등 접근성 개선이 상징적인 호재로 거론된다. ‘J프로젝트’(서남해안 레저관광도시)는 그 부산물이다.그렇다면 왜 ‘섬테크’일까. 섬이 뜨는 건 대세다. 일단 시중자금 흐름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요즘 재테크 현장에는 ‘돈은 많은데 투자할 곳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부동산에 남아 있자니 서슬 퍼런 정부규제가 부담스럽다. 실제로 전 국토의 약 30%가 투기지역이다. 그렇다고 주식에 들어가자니 아직은 옛날의 생채기가 남아 있어 믿음직스럽지 않다. 결국 어딘가 ‘블루오션’이 필요한 셈. 섬이야말로 이 와중에 틈새상품으로 제격이라는 평가다.게다가 투자메리트와 성공확률도 빠지지 않는다. 휴양ㆍ관광수요가 꾸준하다는 게 대표적인 호재다. 실제로 섬은 최고의 휴양ㆍ관광지다. 최근 검색포털 엠파스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네티즌들은 올 여름 최고 피서지로 ‘섬’을 꼽았다. 응답자의 29%가 ‘섬에서 쉬고 싶다’고 밝혀 계곡(23%), 해수욕장(15%), 휴양림(15%)을 따돌리고 1위에 선정됐다. 섬에 묵으려는 관광수요가 엄청나게 급증한 건 주5일 근무제에 힘입은 바가 크다. 실제로 주5일 근무제 정착과 함께 섬 관광ㆍ투자 열기도 정확히 비례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빼어난 섬 풍경은 덤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까지 연계되는 추세다. ‘볼거리’뿐 아니라 ‘놀거리’까지 완비해 도시민의 휴식공간으로 본격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다. 재테크로서 섬 투자가 부각되는 건 이런 막강수요가 한몫해서다.‘섬테크’ 성공사례도 적잖다. 가령 강화도를 보자. 강화도는 제2강화대교 개통 이후 땅값이 최고 5배나 뛰었다. 대로변 상업용지는 매물이 없을뿐더러 ‘부르는 게 값’이다. 평당 50만원에서 최근에는 250만~300만원까지 폭등했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90년대 강화도 땅을 사뒀다면 5~10배 이상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게 무리는 아니다. 연육교(영흥도~선재도)가 개통된 후 영흥도 일대도 ‘브레이크 없는 상승세’다. 대부ㆍ영흥도 2곳에서 주말농장을 운영 중인 최모씨는 짭짤한 운영(농장)수익에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둔 주인공이다. 밭작물 수확과 함께 갯벌 수렵까지 체험할 수 있는 최씨의 해변농장은 인기가 대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덕적도는 근처의 ‘새끼 섬’과 연계한 관광 프로그램 덕에 관광객 유혹과 땅값 상승의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았다.섬 투자 열풍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80~90년대 ‘마구잡이’식 섬 투자가 한때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강남개발로 큰돈을 쥔 몇몇 졸부가 ‘통섬’(섬 전체)을 매입했다는 소문까지 심심찮게 나돌았다. 그러던 게 최근 2000년 이후 다시 불이 댕겨진 양상이다. 물론 당시와 현재는 여러모로 ‘투자의 질’이 다르다는 주장이 많다. 무분별한 ‘묻지마 투자’에서 이유 있는 ‘가치투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적잖다. 주5일 근무제 등에 따른 21세기형 가치추구 행태가 섬 투자에 녹아 있어서다.하지만 ‘섬테크’도 두드려보고 건널 일이다. 보이는 메리트만큼 가려진 걸림돌도 많기 때문이다. 섬테크 때 가장 중요한 성공포인트는 접근성이다. 육지~섬의 거리가 대략 15㎞면 최대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휴양ㆍ관광을 위한 최소거리가 이 정도인 까닭에서다. 연육교가 없다면 배가 얼마나 자주 뜨는지도 관건이다. 동절기 기상악화 때는 심하면 이틀 걸러 하루만 배가 뜨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역시 연육교ㆍ연도교의 존재여부가 절대변수다. 시세에 미치는 영향은 육지다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더불어 진입로 여부도 확인대상이다. 차량운행이 많아질 것에 대비해 도로 포장상태가 좋은지 반드시 현장 답사해 볼 필요가 있다.개발제한 여부도 변수다. 섬은 개발제한구역에 지정된 경우가 꽤 있다. 가령 생태계ㆍ지하수ㆍ환경보전지역 등은 개발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고도제한 등 건축규제가 육지보다 더 심한 게 보통이다. 일부 섬은 형질변경도 까다롭다. 반드시 면사무소 등에 문의해 보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매입 전에 인허가 가능여부를 철저히 분석할 것”을 권한다. 가능하다면 기존에 건축허가를 받아둔 땅이 유리하다. 무인도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무인도는 농림ㆍ녹지지역 혹은 특정도서(환경부)로 지정된 경우 개발이 엄격해진다. 또 개발면적이 1만㎡를 넘으면 환경평가가 필수다. 물론 이 가이드라인에서 자유롭다면 육지처럼 동일한 절차 후 개발이 가능하다.‘개발계획’도 맹신은 금물이다. 계획발표와 실제착공 사이에는 적잖은 난관이 있어서다. 계획은 내놓았지만 예산 확충 등의 문제가 해결 안된 곳도 적잖다. 이 경우 막대한 투자자금이 장기간 묶이게 된다. 펜션 실수요자라면 주도면밀한 채산성 확인이 필수다. 자칫 여름철 한 달 벌어 1년을 버텨야 하는 최악의 사태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재미는커녕 건축비조차 못 뽑을 공산이 적잖다. 차별화 양상도 염두에 둬야 한다. 가령 대형 호재인 연육교가 생겼다고 땅값이 다 뛰는 건 아니다. 철저히 오르는 곳 위주로 움직인다. 펜션ㆍ전원주택이나 상업용 부지가 집중적인 혜택을 누린다. 해수욕장 근처처럼 다소 비싸도 황금입지로 확인된 곳이 안정적이다.섬 투자는 선점투자의 백미다. 하지만 그만큼 ‘고위험ㆍ고수익’이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이 대표적이다. 각종 개발호재로부터 멀찍이 떨어진데다 인적마저 드물어 땅값이 싸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반면 이건 치명적인 걸림돌이다. 재테크로서의 가치가 거의 없어서다. 잠재력만 믿고 덤비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몇몇 인기지역은 거품여부도 꼭 확인해야 한다. 수요가 있어 땅값이 뛴다면야 자연스럽겠지만 단기자금의 대량유입은 언제나 그렇듯 거품을 일으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마땅한 투자메리트도 별로 없는데 현지 토박이ㆍ외지 큰손이 결탁해 매물을 거둬들일 가능성도 상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