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흥도 땅이 좋긴 좋나보네.”지난 7월25일 오전 11시. 서울도심을 출발한 지 정확히 1시간 30분 만에 영흥도에 도착했다. 본격적인 휴가시즌인 까닭에 교통정체가 우려됐지만, 서해안고속도로에 올라탄 이후부턴 ‘탄탄대로’였다. 시화방조제부터는 완연한 바닷가 풍경이다. 시원한 바닷바람 속의 갈매기와 통통배는 한 폭의 그림 같다. 시화방조제가 끝나고 대부~선재~영흥도에 이르는 왕복 2차선은 여느 한적한 시골도로를 빼닮았다. 간간이 모습을 드러낸 갯벌과 연육교가 바닷가임을 증명할 뿐이다. 영흥대교(선재~영흥도)를 건넌 후 처음 만난 중년의 트럭기사는 “영흥도 땅 취재 왔나 보죠. 영흥도가 좋긴 좋나 봐요. 요즘 부쩍 서울사람들을 자주 보네요. 나도 빚내서라도 땅이나 살 걸 그랬어요”라며 혼잣말을 건넨다.한적한 서해안 섬 ‘영흥도’가 ‘섬테크’ 총아로 떠올랐다. 2001년 영흥대교 건설 후부터 조금씩 오르던 땅값이 최근에는 아예 고공행진 중이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4~5년 전에 3만~5만원 하던 땅이 지금은 최고 250만원(특A급지)까지 올랐다. 바닷가가 보이면서 도로에 인접한 ‘A급지’ 땅은 평균시세가 150만~200만원대이다. 전(밭)ㆍ답(논) 역시 2001년 전후가 확연히 구분된다. 토박이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영흥도 땅값의 대부분은 천장 근처에서 요지부동”이라며 “워낙 비싸서인지 눈치작전과 가격흥정이 부쩍 많아졌다”고 전했다.매물도 품귀상태다. 최근에는 실거래까지 거의 자취를 감췄다. 사려는 문의는 많은데 팔려는 땅이 별로 없어서다. 올 상반기만 해도 간간이 최고가 거래가 이뤄졌지만 지금은 급매물조차 사라졌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는 한마디로 ‘죽을맛’이다. 땅값이 제아무리 뛰었어도 매매가 없으니 ‘그림의 떡’일 뿐이다. 형제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최근 영흥도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그나마 나와 있던 매물까지 지주들이 싹 거둬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영흥도 곳곳에는 ‘매물 구함’이라는 입간판이 수두룩하다. 수요층은 다양하다. 외지인의 대표주자는 서울ㆍ경기 거주자다. 간간이 지방 수요도 목격된다. 영흥도 현지 주민의 구매욕도 강하다. 눈앞에서 땅값 급등을 지켜본 까닭에 여유자금만 있다면 땅을 더 사려는 현지 수요가 상당하다. 부동산중개업소도 매물 확보에 총력전을 편다. 자기자본 투자와 중개물건 확보 차원에서다.영흥도가 뜬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일단 휴양ㆍ관광지로서 제격이다. 다른 섬들과 비교했을 때 비교우위가 뚜렷하다. 실제로 소문난 관광지에서 시끌벅적한 휴가를 보내기보다 조용ㆍ한적한 영흥도에서 ‘웰빙식 여유로움’을 찾으려는 발걸음이 크게 늘어났다. 영흥도에는 장경리ㆍ십리포 등 2개의 해수욕장이 있다. 밀물 때는 해수욕을 즐기고 썰물 때는 갯벌체험이 가능한 ‘일석이조’의 메리트를 갖췄다. 통일사ㆍ농어바위 등도 가볼 만한 곳이다. 또 곳곳이 바다낚시에 제격이다. ‘먹거리’도 자랑거리다. 서해 근해에서 잡아오는 싱싱한 해산물이 넘쳐난다. 자연산을 넣은 바지락칼국수의 맛도 잊을 수 없다.영흥도 땅값 상승의 또 다른 키포인트는 ‘근접성’이다. 경치가 좋아도 왕래가 불편하면 투자가치는 ‘별로’다. 때문에 ‘섬테크’의 최대 관건은 ‘길’로 통한다. 이런 점에서 영흥도는 합격점 이상이다. ‘시화방조제~대부~선재~영흥도’ 라인이 도로 하나로 모두 연결된다. 영흥대교를 비롯한 3개의 연육ㆍ연도교가 건설된 덕분이다. 배가 아니면 닿지 못하는 여느 섬과는 차원이 다른 셈. 전문가들은 “섬 투자 때 연육ㆍ연도교의 존재 여부는 결정적인 투자변수”라며 “시세에 미치는 영향은 내륙다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평가한다. 결국 영흥대교 건설 후 땅값이 뛴 건 ‘육지화된 섬’이라는 호재의 반영 결과로 본다. 이로써 서울ㆍ경기도와는 1~2시간 거리로 단축됐다. 당일치기는 물론 반나절 관광코스로 떠오른 배경이다.연거푸 발표된 개발계획도 투자자에게는 반가운 뉴스다. 우선 ‘인천종합개발계획’을 보자. 인천시는 영흥대교를 인천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상품화하기 위해 주변에 2개의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장경리ㆍ십리포 주변의 해수욕장에는 경정장과 골프장 등을 건설한다. 기존진입로 정비 및 해안일주로도 폭 20m로 개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인천시는 영흥도를 천혜의 해양위락단지와 전원주택단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영흥면은 수도권 제일의 유비쿼터스 휴양지를 지향한다”며 “이를 위해 머드파크를 갖춘 해양위락단지와 공공편의시설, 숙박시설 등을 갖출 것”이라고 전했다.영흥도 관심지역은 크게 둘로 나뉜다. 장경리와 십리포 해수욕장이 각각의 중심권이다. 가령 장경리 해수욕장은 영흥종합개발계획의 최우선 고려대상이다. 2010년 완공을 목표로 대규모 복합레저휴양단지 착공이 임박해 있다. 여기에는 해양공원ㆍ테마파크ㆍ갯벌생태관찰테크ㆍ꽃게유통센터ㆍ골프장(미니)ㆍ해수탕 등이 들어선다. 해수의 담수 전환과 송림 활용을 통해 지금의 한 계절형에서 사계절형의 관광지로 업그레이드시킬 전략이다. 이 결과 장경리 일대는 영흥도 땅값 상승의 진원지로 거론된다. 해수욕장 근처 관리지역 땅은 평당 80만~100만에 이른다. 휴양단지 인근에 땅을 분양 중인 지산건설 관계자는 “개발 가능한 땅 위주로 가격상승세가 엄청나다”며 “레저ㆍ경치ㆍ지리적 이점을 감안하면 영흥도만한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얼마 전 한국토지신탁이 평당 75만원에 분양한 펜션용지는 최근 150만원까지 값이 뛴 것으로 전해진다.십리포도 상황은 비슷하다. 인천종합개발계획에 따르면 웅진군은 약 200억원을 들여 십리포 해수욕장 근처 7만1,160㎡에 공공편의시설과 휴양ㆍ문화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현지 주민의 기대감도 높다. 횟집을 운영 중인 K씨는 “요즘에는 입소문이 퍼져 손님들의 방문도 꾸준하다”며 “몇 년 후면 이곳이 고품격 관광지로 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바다가 보이는 A급지 땅값은 평당 180만~250만에 거래된다. 인근의 군도 12호선 주변에는 펜션단지도 속속 건축 중이다. 펜션 ‘노을&바다’ 관계자는 “주말ㆍ휴가시즌에는 예약 없이 숙박이 불가능할 만큼 빈방이 없다”며 “최근에는 겨울바다를 보러오는 관광객까지 늘어 상당수 펜션의 매출이 사계절 내내 꾸준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영흥도 일대에는 얼추 20~30개의 펜션이 영업 중이다. 현재 건설 중인 펜션수도 비슷한 규모다.현재 영흥도는 얼추 땅값 상승의 1~2단계쯤 와 있다. 땅값이 ‘호재(개발)발표 → 착공 → 완공’의 3단계로 오른다고 할 때 영흥도는 ‘호재발표 → 착공’ 단계다. 흔히 1단계 직후 외지인 방문이 분주하고 중개업소가 속속 들어선다. 일시적으로 매물까지 자취를 감춘다. 웃돈까지 얹어줘도 거래 실종을 막을 수는 없다. 일종의 가격조정이다. 지금의 영흥도 모습과 흡사하다. 하지만 여전히 착공ㆍ완공에 이르는 또 다른 호재가 대기 중이다. 공사 깃발이 꼽히고 완공 뉴스가 퍼지면 다시 뒷심을 받는 게 ‘게임의 법칙’이다. 물론 신중한 접근은 필수다. 부지런한 손품ㆍ발품이 전제되지 않는 성공투자란 없다. 영흥도에서의 성공함수도 예외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