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산업은 한국의 국가기간사업 가운데 하나다. 2001년 이미 제조업 총부가가치의 8.4%(13조5,000억원)와 수출액의 4.3%를 기록했고 그후로도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수출이 34%나 증가해 사상 최초로 무역흑자(186억달러)를 낸 데 이어 올해는 흑자폭이 14.4%(213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산업자원부는 내다보고 있다.한국의 기계산업이 만성적인 무역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 것은 시장의 변화와 관련이 깊다. 독일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이 정밀기계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이동하면서 생긴 공백을 한국이 메워가고 있는 것. 특히 공작기계, 건설기계 등에서 한국산 제품은 가격이 선진국 제품에 비해 저렴하면서도 품질은 선진국에 육박해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권과 중동지역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특히 중국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지난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무려 56%에 달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69억달러의 대중국 무역흑자를 기록해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기계산업의 활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등 동남아지역 국가들의 산업화가 가속화되고 있는데다 고유가로 자금사정이 풍족해진 중동지역 국가에서 대체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간의 기술축적과 부품산업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산업의 특성상 중국 등 후발경쟁국이 한국과의 기술격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은 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하지만 이런 산업의 특성은 한국과 일본을 비교했을 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른 산업에 비해 기술격차가 크고 추격도 어렵다는 의미다. 한국산업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기계산업 기술경쟁력은 일본에 비해 5.5년이나 뒤진다. 일본의 경쟁력지수는 한국을 100으로 했을 때 117.3에 이른다. 생산기술이나 품질수준은 비교적 격차가 적었지만 설계기술이나 제품개발력 등 핵심기술에서는 격차가 컸다. 반면 가격경쟁력은 일본에 비해 20% 정도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중국의 기술에 비해서는 5.8년 앞서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산업적 파급력이 큰 공작기계와 건설기계의 기술격차는 6년에 이른다. 중국의 경쟁력지수는 한국을 100으로 했을 때 62.6에 머무른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처럼 중국 역시 핵심기술에서는 한국에 크게 뒤진 반면, 생산기술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한국에 근접해 있다.하지만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지 않는 저부가가치 제품에서는 한국과 대등한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가격이 한국산 제품에 비해 20% 정도 낮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의 세계시장 점유율(3.3%)이 한국(1.9%)을 앞지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국내기업들이 저부가가치 제품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한ㆍ중ㆍ일의 기술격차는 해를 거듭할수록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산업은행에 따르면 2007년 한ㆍ중ㆍ일의 기술경쟁력지수는 100대80대111.3에서 2010년에는 100대89.7대105.3으로 더욱 좁혀질 전망이다. 특히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지 않는 제품군의 격차는 보다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으로 산업은행측은 내다봤다.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결국 기술력을 제고하는 것으로 모아진다. 무엇보다 핵심부품소재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중국의 저가제품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도 이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산업연구원의 정만태 연구위원은 “범용적인 제품의 경우 한ㆍ중ㆍ일의 기술경쟁력이 갈수록 좁혀질 전망이어서 핵심기술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며 “5~10년 후에는 일부 핵심기술을 제외하면 한국이 일본을 상당한 수준까지 추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