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산업은 어떤 분야보다 역동적인 변화상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한ㆍ중ㆍ일 3국의 구도는 큰 차이가 없는 접전의 양상이다. 특히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중국의 도약이 대단해 전문가들은 조만간 3국의 기술수준이나 경쟁력이 거의 대등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술력, 품질 등의 측면에선 일본-한국-중국의 순으로 평가되지만 생산성과 가격경쟁력 측면에서는 중국이 이미 일본과 한국을 능가하는 파워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한국산업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을 100으로 한 기술력 비교에서 일본은 106, 중국은 74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를 기간으로 환산하면 한국은 일본에 비해 1.7년이 늦은 셈이고 중국에 비해서는 2.5년이 앞선다. 객관적 경쟁력 평가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는 이야기다. 특히 앞으로는 프린터 부문을 제외하면 불과 4~5년 내에 3국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술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실제로 국내 컴퓨터산업은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반면, 중국은 날개를 단 듯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보다 중국의 성장에 대응할 ‘극중(克中)’ 방안을 찾아야 할 만큼 위협적인 존재로 떠올랐다.PC시장의 경우 한국에서는 IBM, HP 등에 대량 OEM 납품을 하던 삼보컴퓨터가 최근 법정관리신청을 한 데다 중견기업인 현주컴퓨터도 부도를 낸 바 있다. 이제 삼성전자, LG전자의 양강 구도에 주연테크컴퓨터, 대우컴퓨터 정도만이 업계를 이끌어가게 생겼다.게다가 수출도 급격하게 감소하기 시작해 올 1~4월 누계 기준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26%나 감소했다. 산업연구원 서동현 연구위원은 “해외생산 확대, 중국의 생산능력 강화로 인한 세계시장에서의 가격경쟁 열세, 브랜드 열세 등에 따라 수출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고 말하고 “2002년을 정점으로 PC산업은 기술집약산업에서 조립산업으로 전락, 제조업에서의 위상도 현저히 저하되고 있다”고 밝혔다.반면 중국은 IBM이 중국기업 레노보에 PC사업을 매각하면서 델, HP에 이어 세계 톱3에 진입하는 등 급부상 중이다. 또 삼성전자를 비롯한 세계 PC생산업체들이 잇달아 중국으로 노트북PC 생산을 완전 이전할 정도로 ‘중국 블랙홀 현상’이 압도적이라는 평이다. 특히 세계 노트북의 약 70%를 생산하는 대만까지 중국 생산을 확대해 중국은 현재 세계 PC 생산량의 약 90%를 차지하는 PC 왕국으로 성장했다. 2003년 기준으로 전세계 20위권 모니터제조업체 중 14개가 중국에 공장을 설립했으며, 대만의 10대 유명 노트북 제조업체 중 6개 업체가 중국에 입주했을 정도다.일본도 여전히 위협적이긴 마찬가지다. 후지쓰, 도시바 등이 국내 브랜드에 비해 월등히 높은 브랜드 파워와 기술경쟁력을 자랑하는 반면, 국내 PC시장은 삼성전자 정도만이 세계시장에 명함을 내미는 수준이다.여기에 세계 PC시장이 거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발빠른 대응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PC산업도 세계적인 시장 재편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만큼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품 차별화와 획기적인 비용절감 전략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불어 차세대PC에 대한 육성전략을 명확히 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높다. 서연구위원은 “국내 PC산업은 독자적인 수익모델을 구축, 블루오션으로 신속히 이동해야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차세대 PC 기술의 선점, 핵심부품 개발역량의 강화, 고품질 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획기적 비용 혁신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