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산업의 경쟁력은 세계 톱클래스에 속한다. 품질, 가격, 기술력 등 전 분야를 통틀어 세계 1ㆍ2위를 다툴 만큼 높은 경쟁력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전략산업이다. 이는 한ㆍ중ㆍ일 비교에 있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찍부터 조선이 발달한 일본의 기술력이 좀더 높은 수준인 것으로 평가되기도 하지만 이미 대세는 한국 쪽으로 기울었다는 의견이 많다.한국 조선업계의 경쟁력을 잘 나타내 주는 사례가 있다. 최근 세계 조선업계 최대 관심사였던 카타르 정부 발주 LNG 운반선 12척을 모두 한국 조선업계가 수주하는 기염을 토했다. 대우조선 5척, 삼성중공업 4척, 현대중공업 3척을 수주해 총수주액만 29억달러(약 2조9,870억원)에 이른다.이로서 한국 조선업계는 올 상반기 세계 선박 발주물량의 37%인 870만CGT(보정총톤수ㆍ선박 종류별 부가가치를 나타내기 위해 배의 부피에 가중치를 곱한 t수)를 수주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03년 일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이래 약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한국 조선업계의 경쟁력 강화 요인은 지원정책과 세계시장 환경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 해운산업 규모가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아 수출선 중심으로 조선산업을 육성한 것이 성장의 발판이 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철강, 기계, 전기, 전자 등 후방산업이 병행 발전한 것도 적잖은 호재로 작용했다.대외적으로는 세계 선박수요가 대형선 중심으로 흐르면서 조선업계 전략과 맞아떨어졌다. 경쟁국에 비해 대형 컨테이너선과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건조 비율을 높인 것이 전체 수주량 가운데 컨테이너선 48%, LNG 운반선 15%를 차지하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이에 비해 일본 조선업계는 LNG 운반선 비율이 8%,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벌크선이 40%를 차지하고 있다. 수주경쟁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그렇다면 객관적인 경쟁력 수준은 어떨까. 한국산업은행 조사에 따르면 한국을 100으로 했을 때 일본의 기술경쟁력은 106.4 수준으로 약간의 경쟁우위 상태다. 이를 기간으로 환산하면 0.6년 뒤지는 셈이다. 중국의 경우는 69.9 수준으로 현격한 경쟁열위다. 한국에 비해선 7년이 뒤떨어진 상태다.특히 일본은 원천기술이 중요한 LNGㆍLPG 운반선 및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ㆍ특수선에서 우리나라에 비해 기술경쟁이 1년 정도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런 구도는 해가 갈수록 좁혀질 전망이다. 남권오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과의 기술, 품질 격차는 이미 큰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하고 “유연한 설계능력, 일본과 큰 차이가 없는 기술 및 품질력, 가격경쟁력 등을 바탕으로 수년 내에 일본을 능가하게 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내다봤다.반면 중국은 한국, 일본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면서 2008년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경쟁상대’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게 매겨진다. 한국산업은행도 2010년께는 중국 조선산업의 지속적인 발전 및 일본의 성장침체로 각각 94.4와 102.6의 기술경쟁력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다시 말해 선두를 달리던 일본이 주춤한 반면, 한국 조선업계가 일본과 대등 또는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고 그 뒤를 중국이 추격하는 양상이다.한국 조선산업이 약진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선결과제도 적잖다. 우선 첨단기술 접목을 통한 생산성 향상, 공정관리 개선, 신생산 기법 개발 등이 필요하다. 특히 일본, 유럽 등지에서 나타나고 있는 기술ㆍ기능 인력의 부족 및 고령화 추세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인력개발과 R&D 투자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