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술력 대표주자 반도체.’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세계 최초, 세계 최고속’ 등의 설명이 붙어다니는 산업이 바로 반도체다. 실제로 수급현황을 봐도 반도체는 국내 제조업 총생산액의 5% 정도를 차지하는 중차대한 분야다.중국, 일본과 비교한다면 ‘한국의 자랑’ 반도체는 어느 정도의 수준일까. 산업은행이 지난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반도체산업 가운데 메모리부문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 단연 우위에 놓여 있다. 단 비메모리부문에서는 한국이 일본에 2.5년 뒤져 있다. 도시바, NEC 등의 일본기업이 통신용과 디지털가정용에서 빛을 발하고 있어서다.중국의 경우 설계와 생산기술 등 전반적인 반도체 기술이 한국에 비해 3.7년 뒤져 있다고 조사됐다. 반면 일본은 설계능력과 공정기술, 개발능력 면에서 한국에 비해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했다. 생산기술은 일본과 한국이 대등한 수준이고 가격 면에서는 일본이 한국에 비해 약세인 것으로 나타났다.산업연구원 조사내용도 흥미롭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한국 제조업의 업종별 기술수준 및 개발동향’을 살펴보면 국내 반도체는 ‘세계 최고 대비 상당히 추격 가능한 수준’(85%)으로 나타났다.산업연구원은 ‘한국을 추격하고 있는 중국과의 기술격차’에 대한 조사 또한 했는데, 그 결과 ‘한국의 기술수준이 중국보다 앞선다’는 응답이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3~4년 앞선다’고 응답한 기업이 전체의 45%, 1~2년은 24%, 5~6년은 17%로 나타났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취약한 반도체 기술부문’에 대한 질문에는 제품설계 기술(32%), 소재 관련 기술(29%), 부품 관련 기술(17%)의 순으로 결과가 나왔다.현재 D램 등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세계를 주도하는 국내업체들은 300㎜ 웨이퍼 공정과 선폭 미세화 기술의 투자로 시장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기업들의 행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삼성전자는 화성공장에 300㎜ 웨이퍼 공장 등 600억달러 투자를 통해 차세대 D램, 플래시메모리 등의 생산라인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하이닉스는 최대 매출지역인 중국 안에서의 입지 강화를 위해 이천에 위치한 200㎜ 생산라인의 일부를 중국에 이전하려 한다. 이와 함께 하이닉스는 외국 반도체업체들과 합작해서 300㎜ 웨이퍼 생산라인 건립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또 동부아남반도체는 0.18㎛ 공정기술을 성공적으로 확보한 후 일본 도시바와의 0.13㎛ 공정기술 도입까지 진행했다.한국기업의 발 빠른 움직임에 질세라 일본과 중국 기업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도시바, NEC 등 일본의 주요 반도체업체들은 300㎜ 웨이퍼 생산라인과 90㎜ 기술의 접목을 통해 메모리부문의 강화와 비메모리분야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SMIC와 같은 중국 반도체업체들 또한 중국 특유의 외국기업 확보 전략을 펼쳐나간다. 반도체 설계와 공정기술 확보를 위해 미국과 일본 유수 기업의 중국 내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정창원 대우증권 반도체담당 애널리스트는 “메모리부문은 현재 전세계 1위지만 일본업체가 호흡을 가다듬고 있어 고삐를 늦추면 안된다”며 “비메모리부문은 업체의 단기수익성을 제한할 리스크가 있지만 2008~2009년에도 전세계 반도체시장에서 강자의 위상을 보이려면 지금부터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