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문화학회는 학계 교수진과 코미디 연기자의 교두보 역할을 합니다.”지난 7월 초 ‘웃음문화학회’를 만들어 부회장을 맡은 김웅래 인덕대 방송연예과 교수(59)는 널리 알려진 ‘코미디계의 대부’다.그는 학창 시절 오락부장을 도맡았던 ‘코미디 마니아’였다. 고등학생 때는 아예 <한국해학전집> 5권의 조크를 줄줄 외우며 각종 레크리에이션을 이끌었다. “<웃으면 복이와요>와 같은 TV 코미디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는 아예 메모장을 꺼내들고 내용을 분석했습니다. 코미디에 대한 애정은 결국 평생직업으로 이어졌죠.”1973년 TBC에 PD로 입사한 직후부터 <살짜기 웃어예> 등 코미디 프로그램을 연출해 온 그는 언론통폐합으로 80년 KBS으로 옮겨 PD생활을 계속했다. 그후에는 <유머일번지>라는 당대 히트 코미디 프로그램을 연출, ‘스타PD’로 부상했다. 이어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신인 개그맨의 등용문인 ‘한반도 유머총집합’을 연출했다.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코미디 연기자, 작가의 신인시절부터 잘 알고 있는 그는 코미디 네트워크의 중심축. 그의 30여년 코미디 경력을 탐낸 인덕대는 2004년 3월 방송연예과 신설과 함께 그를 교수로 스카우트했다.“생긴 지 2년도 되지 않았지만 인덕대 방송연예과는 벌써 8명의 방송국 공채 개그맨을 탄생시켰습니다. 정형돈, 홍인규, 강유미 등이 인덕대에 다니는 개그맨, 개그우먼입니다.” 김웅래 교수 덕에 인덕대 방송연예과는 코미디, 개그로 특화된 셈이다.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치고 있다. KBS의 신인 코미디언 선발 프로그램인 ‘개그사냥’에서 그는 신인을 뽑고 양성하고 있다.“대학로의 극장에서 신인 개그맨을 키워냅니다. 오디션으로 잠재력 있는 신인을 걸러낸 다음 일주일간 연기교육을 시키죠. 그 다음 KBS <개그사냥> 무대에 세워 역량을 발휘하게 합니다.” 이 땅의 웃음을 책임질 개그맨 육성을 위해 최근 그는 아예 사재까지 털었다. 대학로에 ‘신연아트홀’이라는 코미디 공연과 연습을 위한 전용극장을 만든 것.또 지난 7월8일에는 ‘웃음문화학회’를 창립했다. 회장으로는 재담과 만담을 오래 연구해 온 서대석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선출됐다. 김교수는 부회장을 맡았고 개그맨 전유성과 국악인 김성녀를 공동부회장으로 초빙했다. 이밖에 조동일 계명대 석좌교수, 개그맨 남보원, 엄용수, 김미화 등 학계와 방송, 공연계 인사 100여명이 창립멤버가 됐다.“고구려 고문벽화의 왕의 행차장면을 보면 분위기를 즐겁게 만드는 예인이 등장하곤 합니다. 개그맨, 코미디언의 효시 격입니다. 고전시대와 재담시대를 거쳐 만담시대에 이르기까지 한민족의 웃음의 역사를 재조명하기 위해 학회를 만들었습니다.” 학회를 통해 만난 교수진과 코미디 연기자, 각종 웃음연구소 소장은 공감대를 쉽게 형성할 수 있었다. 재담, 만담, 탈춤, 마당극을 전공한 국문과 교수는 이론을 현실과 접목할 기회를 얻었다. 아울러 개그맨은 국문과 교수에게 자신의 연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됐다.“앞으로 재담, 만담 세미나를 여는 것은 물론 웃음문화 계간지 또한 만들 계획입니다. 또 옛 재담집인 <앙천대소> <소천소지> 등을 복간하는 간행사업도 진행할 것입니다. 연말에는 ‘올해를 웃긴 사람들’을 코미디계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계에서도 뽑아 시상식을 열겠습니다.”<잡담으로 성공하기> <한국을 웃긴 250가지 이야기> 등 웃음 관련 책 12권을 집필한 그는 또 하나의 거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강원도 평창에 ‘코미디박물관’의 문을 열 예정입니다. ‘채플린파크’라는 테마파크를 계획 중인 회사와 뜻이 맞아 손을 잡게 됐습니다.”김교수는 “나중에 정년퇴직해 대학을 떠나게 되면 코미디박물관 관장으로 또 한번 변신하고 싶다”고 웃었다. ‘웃음을 집대성’한 그의 한평생, 가히 기립박수를 받을 만하다.<약력>1946년생. 74년 고려대 영문과 졸업. 73년 TBC-TV PD로 입사. 80년 언론통폐합으로 KBS-TV로 이직. 89~90년 KBS 예능국 부주간. 2004년 인덕대 방송연예과 교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