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은 분산시키고 성공은 나누자!’공동투자 바람이 뜨겁다. 공동투자는 말 그대로 여러 사람이 자금을 모아 재테크 상품 또는 창업 프로젝트에 투자해 이익금을 나누는 것을 말한다. 억대 투자금이 드는 대형 투자대상에 십시일반으로 참여할 수 있어 자금력이 취약한 소액투자자에게 제격이다. 최근에는 부동산, 창업 등의 분야에서 공동투자가 바람몰이 중이다.부동산, 창업분야의 공동투자는 ‘사모펀드’로 대표되는 증권투자신탁업계의 공동투자와는 개념이나 내용이 좀 다르다. 주식 사모펀드는 투자 전문 운용사가 소수 고액투자자로부터 장기자금을 조달해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 기업가치를 높인 다음 수익을 나누는 비공개 펀드가 대부분이다. 반면 부동산이나 창업분야 공동투자는 소액투자자가 일정 금액을 모아 투자한 다음 운용성과에 따라 이익을 나눈다. 주식 사모펀드보다 자금규모가 작은데다 운용과정도 단순한 셈이다. 소액으로도 참여가 가능해 비교적 문턱이 낮다는 것도 특징이다. 때문에 공동투자 수요자 상당수가 30~40대 직장인으로 연령층이 젊은 편이다.부동산업계에서는 토지, 재개발 분야에서 공동투자 상품이 선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2~10명 정도의 소수가 자금을 모아 임의로 투자하는 비공개 공동투자, 이른바 ‘부동산 계(契)’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전문업체들이 공개상품을 만들어 내놓는 경우가 늘고 있다. JMK플래닝, 투자24 등이 토지나 재개발 투자에 관심 있는 공동투자 희망자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다.창업시장에서는 공동투자가 하나의 트렌드로 태동하는 움직임이다. ‘와바’, ‘화로연’ 등을 운영하는 인토외식산업은 공동투자를 통한 점포망 확대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모인 창업희망자들이 공동으로 점포를 개설한 사례도 있다. 베트남쌀국수전문점 ‘포하이산420’은 인터넷 카페에서 모인 15명의 투자자가 의기투합, 5개의 점포를 차려 승승장구 중이다.부동산이나 창업분야 공동투자는 투자 위험을 분산하고 세금을 줄이는 등 장점이 많은 반면, 분쟁ㆍ경기하락 같은 위험요소도 적잖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소액 쌈짓돈을 굴릴 곳을 찾는 일반투자자들이 공동투자에 쉽게 이끌리지만 기업형 기획부동산이 주도하는 공동투자에 잘못 참여할 경우 위험을 떠안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부동산경기가 하락하거나 예상치 않은 문제가 생길 경우 원금을 보장받을 안전장치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창업 공동투자도 마찬가지다. 유재수 한국창업개발연구원장은 “검증된 아이템, 탄탄한 경영시스템을 갖춘 브랜드만이 공동투자 대상으로 고려할 만하다”고 말하고 “초보끼리 공동창업에 나서거나 초창기 프랜차이즈에 공동투자로 참여할 경우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공동투자’가 ‘공동실패’로 끝날 경우에 대비해 철저한 검증과 함께 일정한 안전장치를 마련한 후 투자에 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부동산 공동투자 = 대기업 부장으로 재직 중인 김병석씨(44)는 4년 전인 지난 2001년부터 주변 지인 5~6명과 함께 부동산 공동투자를 해왔다. 처음, 알고 지내던 부동산중개업자가 공동투자를 제안했을 때는 두려움이 많았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주변에 공동투자를 제안할 정도로 인식이 바뀌었다.김씨의 첫 투자대상은 서울 성동구 재개발구역 지분. 5명이 1,000만~3,000만원씩 모아 총 1억1,000만원짜리 지분을 매입해 1년 후 1억8,000만원에 되팔아 이익을 나눴다. 당시는 부동산 폭락기에서 상승세에 들어선 시기라 수익률은 꽤 높았다. 2,000만원을 투자했던 김씨는 중개수수료와 세금 등을 제하고 1,2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이후에도 김씨는 다세대주택 건설사업, 상가 등에 공동투자로 참여, 짭짤한 부가수익을 거둬들였다. 그는 “직장인들이 2,000만~5,000만원 정도로 투자할 수 있는 부동산은 거의 없다”면서 “투자기간이 짧고 위험성이 적은 종목을 중심으로 공동투자를 하면 꽤 쏠쏠한 수익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김씨처럼 직장동료나 동창생, 형제끼리 펀드를 만들어 부동산에 투자하는 공동투자는 투자위험을 분산할 수 있고 양도세 등 각종 세금도 줄일 수 있어 인기다. 투자대상도 다양해서 재개발 지분부터 토지, 아파트, 다세대, 상가, 경매 등으로 광범위하다. 직장인이 주축인 경우, 보통 3~10명의 인원이 적게는 1,000만원 안팎에서부터 많게는 2억원 정도까지 내놓아 펀드를 만든 후 투자에 나선다. 부동산경기가 활황일 때는 단기간 고수익을 거두는 사례가 흔하다.하지만 문제점도 적잖다. 양도차익이 분산돼 절세가 가능하지만, 주택이 있는 사람이 주택에 투자해 지분등기를 할 경우에는 1가구 2주택으로 간주돼 세부담이 늘어난다. 이를 피하기 위해 무주택자에게 명의신탁을 할 경우에는 위법행위에 속한다. 또 투자자간 분쟁 가능성도 높다. 사전에 투자기간과 수익분배 규칙을 정하는 것은 물론 관계 서류를 반드시 공증해 둬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창업 공동투자 = 창업시장의 공동투자는 지난해 인토외식산업이 세계맥주전문점 ‘와바’ 직영점에 공동투자 방식을 접목하면서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이효복 사장은 “170여개 매장을 운영하면서 체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공동투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면서 “투자자에게 경영실적을 100% 오픈하는 등 투명한 점포운영 시스템을 채택해 반응이 아주 좋다”고 밝혔다.최근 개점한 와바 서울 도곡점의 경우 총 4억7,000만원의 투자비 가운데 55%를 6명의 투자자가 부담했다. 5명은 4,700만원씩 투자해 10%의 지분을 갖고 한 사람은 5%인 2,350만원을 투자했다. 투자자들은 중소기업 임원, 물류회사 직원, 자영업자 등으로 다양하다.현재 투자자들은 월 4% 안팎의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연 수익률로 따지면 50%에 달하는 고수익이다. 단 투자자들이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경영과 소유가 완전히 분리된 셈이다. 이 회사는 와바에 이어 지난 5월 런칭한 화로구이전문점 ‘화로연’에 대해서도 공동투자 방식을 접목할 계획이다.인터넷을 통한 공동투자 창업도 눈길을 끈다. 네이버 카페 ‘음식점창업식당차리기(cafe.naver.com/foodshopopen)’의 인터넷 회원 15명은 올 초 서울 반포동에 ‘포하이산420’이라는 베트남쌀국수전문점을 시작으로 종로, 명동, 강남 등지에 5개 점포를 차렸다. 2년 동안 준비해 신개념 공동투자 창업을 선보인 이정환 사장은 “투자자 역할분담부터 청산에 이르기까지 시스템을 확실하게 만들어놓고 시작해 리스크를 줄였다”면서 “5,000만원으로 명동 점포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점부터가 공동투자의 매력 아니겠냐”며 밝게 웃었다. 창업에 나선 15명 가운데 절반은 직장인에서 자영업자로 변신했고, 절반은 투잡 형태로 참여 중이다. 이곳은 조미료 사용을 금하는 ‘노MSG 전략’으로 인기몰이를 하면서 앞으로도 공동투자 방식으로 점포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창업분야에서 공동투자는 기존의 ‘동업’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동업은 ‘보증’만큼 피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받았다. 그만큼 성공하기 힘든 까닭이다. 부동산 공동투자와 달리 창업 공동투자는 ‘경영’이라는 화두 때문에 더욱 분란의 소지가 높다. 자칫 ‘돈 잃고 사람 잃는’ 불상사가 생기기 십상이다.때문에 공동투자 창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요건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효복 사장은 “경영시스템이 투명하게 갖춰진 경우라면 경영은 전적으로 전문경영인에게 맡겨야 한다”고 잘라 말하면서 “매출액, 재료비, 인건비 등 모든 재정상황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투자자에게 공개하고 이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분란의 소지를 없애고 성과를 균등하게 배분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검증된 아이템, 경쟁력 있는 규모와 내실도 빼놓을 수 없다. 유재수 한국창업개발연구원장은 “외식업의 경우 CI부터 메뉴, 인테리어,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에 도달해야 공동투자 대상으로 고려할 만하다”고 말하고 “신생업종, 초보 장사꾼에게 기대서는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밝혔다. 유원장은 또 “자칫 부실 프랜차이즈들이 공동투자를 가맹점 모집의 변형된 형태로 악용할 소지가 높기 때문에 특히 투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