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났다가 길 한복판에 자동차가 멈춰버리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사람 못지않게 자동차도 여름은 힘겨운 계절이다. 각종 부품들이 고온다습한 기후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름철에는 자동차 관리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우선 차에 이상이 생길 경우 엔진과열로 인한 냉각장치 오작동을 의심해야 한다. 에어컨이 작동되고 있고 주변 열기가 높다 보면 냉각수, 라디에이터, 전동팬 등으로 구성된 냉각장치에 무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운행 중 계기판 온도계가 너무 높게 올라간다 싶으면 냉각수가 부족하거나 전동팬 작동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면 된다. 냉각수는 4만㎞를 주행했거나 교체한 지 2년이 지나면 바꿔줘야 한다.과열된 엔진은 젖은 수건 등으로 냉각수 뚜껑을 감싼 뒤 살짝 풀어 증기압을 빼내고 냉각수를 보충하면 된다. 부동액을 주입할 때는 물과 부동액을 절반씩 섞어 넣어준다. 냉각호스 연결 상태는 1만㎞마다 점검해 주고, 특히 손가락으로 눌러 탄력이 없거나 끝이 갈라진 것은 교체한다.여름철에는 에어컨과 브레이크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여름철만 되면 정기적으로 에어컨의 냉매가스를 교환하는 운전자들이 의외로 많다. 한마디로 잘못된 상식이다. 에어컨을 처음 작동할 때 1ㆍ2단이 아닌 3ㆍ4단부터 시작하는 것이 냉각효율과 에너지절약에도 도움이 된다. 에어컨힐터를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휠터가 오염된 상태로 에어컨을 사용하면 냉각효율이 10% 정도 떨어진다. 에어컨 작동 초기 곰팡이 냄새가 나는 경우 이는 증발기에 박테리아가 있기 때문으로 가급적 시중에서 판매하는 박테리아 살균제로 냄새를 제거하는 게 바람직하다.브레이크 관리는 운전자 생명에 직접 영향을 끼치므로 필수 점검사항이다. 브레이크 관련 장치에 물이 묻으면 성능이 저하되므로 물이 고인 지역은 천천히 지나가야 한다. 아울러 빗길 브레이크 성능이 떨어지면 페달을 급하게 밟지 말고 두세 번 나눠 충분히 힘을 분산시키는 것도 요령이다.특히 여름철에 자주 발생하는 브레이크 계통의 고장으로는 ‘베이퍼록’ 현상을 들 수 있다. 브레이크 파이프 내에 공기방울이 생겨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공기방울이 고무풍선처럼 변형돼 압력이 전달되지 않고 페달이 쑥 들어가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 현상이다.이런 상황에서는 브레이크 페달을 빠른 동작으로 두세 번 반복해 밟아주면 브레이크가 다시 작동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으로 자동차 제조사의 긴급출동서비스를 부르거나 가까운 정비업소에 맡기는 것이 현명하다.여름철 저속 운전을 하거나 장시간 운행할 때 갑자기 시동이 꺼지는 수가 있다. 이뿐 아니라 잠시 세워놓은 차의 시동이 아예 걸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는 전기장치와 연료장치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황하지 말고 배터리부터 점검해야 한다. 여름철에는 전기소모량이 많아 배터리가 일시적으로 방전되는 예가 많기 때문이다. 다행히 점프선이 준비돼 있다면 다른 자동차와 연결해 시동을 건 뒤 5~10분 후 시동을 껐다가 다시 걸면 예전의 상태로 돌아온다.피서지를 다녀온 뒤에도 차량관리에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폭염, 장마, 흙먼지, 소금기 등에 따른 후유증으로 자동차의 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바닷가에 다녀온 경우 차에 묻은 염분을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알다시피 소금기는 차체와 철제부품을 부식시킨다. 산에 다녀왔다면 새와 곤충의 배설물이 묻어 있을 수 있다. 배설물은 강한 산성물질이기 때문에 도장의 변색이나 부식의 원인이 된다. 타이어 안쪽까지 꼼꼼히 닦아낸다. 휴가 후 세차는 가급적이면 자동세차기는 피하는 것이 좋다. 자동세차기를 통과할 때 차체 각 이음새에 있는 모래, 먼지 등이 자잘한 흠집을 낼 수 있다.돋보기 휴가 떠나기 전 체크포인트△워셔액: 소홀해서는 곤란하다. 비가 쏟아지거나 먼지가 많은 길을 달릴 수도 있다. 와이퍼 블레이드의 상태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여름에는 더위로 고무가 늘어나 자주 찢어지기 때문이다.△냉각수: 에어컨 사용으로 소모량이 많아진다. 부족하면 엔진이 과열된다. 장거리운전을 하기 전 공회전 상태에서 냉각수 탱크를 살펴보고 최대치까지 채워준다. 냉각수는 수돗물이 좋다.△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출구에 손등을 대어 싸늘한 느낌의 바람이 나오면 에어컨 기능은 정상이지만 시원하지 않으면 냉매가 부족한 것이므로 보충해야 한다.△타이어: 우선 타이어 마모 상태를 확인한다. 공기압도 적정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고속도로 주행 때 평상시보다 20% 정도 타이어 공기를 더 넣어주는 게 좋다.△배터리: 에어컨이나 와이퍼모터 등 전장품의 잦은 사용으로 배터리의 수명은 점점 짧아진다. 시동모터가 작동될 때 ‘드르륵’ 하고 힘없는 소리가 나면 정비업소에서 테스터기로 배터리를 세밀히 측정해야 한다.△브레이크액: ‘LOW’ 선에 있으면 반드시 브레이크 패드나 라이닝의 마모상태를 먼저 확인하고 브레이크액을 채운다.△기타: 연료를 가득 채우고 등화장치와 비상용 전구, 퓨즈, 차량용 공구, 삼각표지판, 구급용품, 비상용 물통 등을 휴대하며 무상정비코너나 정비업소의 위치, 전화번호 등을 미리 알아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