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주말답사를 다니다 보니 부동산을 보는 안목이나 감각이 제법 업그레이드된 것 같아요. 주변에서 저더러 은행원 그만두고 부동산전문가로 나서라고 말할 정도니까요.”서울 서초구 C은행 지점에 근무하는 문영순씨(38)는 지난해 6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부동산 답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투자 열기가 뜨거웠던 충청도 일대를 샅샅이 훑은 것은 물론 경기도 파주, 판교, 강화도 등 웬만한 이슈 지역은 빠짐없이 돌아봤다. 문씨는 “신문에 오르내리는 지역을 현지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와 함께 돌아다니며 눈과 귀로 공부했더니 자연스레 지식과 경험이 쌓였다”며 주말답사의 매력을 설명했다.미혼의 커리어우먼인 그녀가 처음 주말답사에 나서게 된 계기는 ‘소박’했다. 평소 부동산 재테크에 관심이 있었지만 실전 경험이 부족해 “실제 투자할 기회가 왔을 때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주말 하루를 투자하기로 했다. 투자가치가 없는 부동산을 속아서 매입하거나 시세보다 비싸게 사는 등 주변에서 흔히 보는 실수만은 하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문씨는 “신문, 인터넷에서 얻을 수 없는 현장경험을 쌓은 덕택에 주위에 컨설팅을 제공하기도 한다”면서 “수백명이 모이는 강연회와 달리 소수정예로 떠나는 버스투어라서 학습효과가 더 뛰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넉넉해진 주말 시간을 부동산 재테크에 활용하는 이른바 ‘주말 헌팅족’이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나 컨설팅업체, 언론사 등에서 진행하는 주말답사 프로그램들은 부동산 재테크 공부에 관심 있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소리 없이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특히 한 번 참가한 이들이 계속해서 참여하면서 ‘답사 마니아’에 이어 ‘아마추어 부동산 컨설턴트’까지 탄생하고 있다.전원주택 및 토지전문 컨설팅업체인 오너스코리아가 지난 4월부터 3개월 동안 진행한 주말답사 프로그램에는 200여명의 투자희망자들이 참가했다. 2주에 한 번씩 버스를 타고 지방 전원주택지와 토지를 둘러본 이 행사는 30~50대 실수요자 사이에서 반응이 뜨거웠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정훈록 사장은 “한 번에 여러 지역을 둘러보면서 현장체험을 할 수 있어 답사 프로그램 호응도가 높다”면서 “다양한 토지, 전원주택지를 보면서 가격 비교, 지역특성 비교 등을 하다 보면 저절로 부동산을 보는 눈이 트인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휴가철이 끝나는 9월부터 다시 답사 프로그램을 시작할 예정이다.이밖에도 부동산114, JMK플래닝, 조인스랜드 등도 비정기적인 답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주말답사 프로그램은 대부분 하루 일정으로 진행된다. 오전 9시에 대형버스를 타고 서울을 출발, 오후 6시께까지 전문가 1~2명과 함께 지방 곳곳을 도는 방식이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자가 참여해 흔히 들을 수 없는 현장 이야기를 들려주는가 하면, 내로라하는 부동산전문가가 양질의 투자정보를 귀띔해 주기도 한다. 평소 궁금했던 것을 전문가에게 물어볼 수도 있다.하루 종일 부동산에 몰입하다 보니 학습효과가 높은 것은 당연지사다. <한경비즈니스> 답사 투어의 진행을 맡고 있는 여민규 사업팀장은 “매달 빠지지 않고 참가하는 마니아들이 20여명에 달한다”면서 “주5일 근무제 이후 주말을 의미 있게 보내려는 직장인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고 밝혔다. 참가자 직업이 교사, 은행원, 대기업 사원 등으로 다양한 것은 물론 답사 참가를 위해 지방에서 새벽에 상경하는 이도 있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는 것이다.주말뿐 아니라 여름휴가를 재테크에 활용하는 경우도 적잖다. 평소 부동산투자에 관심이 많은 최형민 S그룹 과장(37)은 지난 7월18일부터 시작된 여름휴가의 목적지를 충남 태안 일대로 정했다. 안면도 펜션에 숙소를 정하고 해수욕을 즐기는 한편 태안, 당진 일대 부동산시장까지 둘러보겠다는 계획이었다. 최씨는 “태안, 당진 일대 토지가 유망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답사와 휴가를 겸할 요량으로 서해로 떠났는데, 그런대로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떠나기 전 태안, 당진 일대 신문기사를 모두 검색해 사전지식을 쌓고 미리 현지 부동산중개업소와 연락, 면담시간까지 맞췄다. 중개사와 함께 매물로 나온 농지 몇 군데와 상가를 둘러봤다는 그는 형제들과 함께 당진의 토지에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귀띔했다.휴가를 겸한 부동산 헌팅은 한꺼번에 두 가지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직장인들이 선호한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휴가길에 전원주택, 펜션, 토지 등 투자대상도 함께 발굴해 보자고 나서면 한층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며 “먼저 실거주용인지,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인지, 관광레저 수요에 대비한 수익형 부동산 매입인지 등 목표를 명확히 하고 둘러봐야 한다”고 조언했다.한편 모델하우스도 주말 부동산 헌팅족에게 좋은 ‘활동장’으로 각광받는 추세다. 특히 부동산투자자층의 저연령화에 따라 모델하우스를 주말 데이트 장소로, 피서지로 활용하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결혼한 김수현씨(30) 부부는 요즘 매달 동시분양이 있을 때마다 주말 오후를 모델하우스 순례로 보내고 있다. 결혼 전인 지난해 4월 부천 위브더스테이트 오피스텔에 당첨됐던 김씨는 최근 전매를 통해 5,000만원의 프리미엄을 손에 쥐기도 했다. 김씨는 “모델하우스를 다니다 보면 최근 아파트 트렌드를 한눈에 알 수 있다”면서 “시원한 실내에서 인테리어를 구경하면서 재테크 감각도 기를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돋보기 / 재테크 겸한 휴가 ‘어디로 떠날까’호재 찾아 ‘기수를 남으로 돌려라’주5일 근무제 실시에 여름휴가철까지 겹쳐 시간이 넉넉해졌다면 재테크에 적극 활용해 볼 만하다. 특히 여름휴가는 업무와 일상에 쫓겨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부동산 헌팅에 나서기 딱 좋은 시간이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어느 여행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헌팅도 사전준비와 공부가 필요하다”면서 “우선 상세지도나 지번도를 구입하고 인터넷을 통해 지역정보를 숙지한 다음, 고속도로보다 국도, 지방도를 이용해 헌팅에 나서라”고 조언했다. 고대표가 추천하는 ‘꿩 먹고 알 먹는’ 휴가 재테크 최적지를 따라가보자.개발호재를 좇아가라 = 제2의 수도권으로 발돋움 중인 충청권, 천혜의 관광자원을 보유한 강원권, 그리고 J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는 호남권과 국제자유도시로 탈바꿈 중인 제주도 등지는 개발호재로 들뜬 지역들이다. 각종 개발호재가 포진한 천안 아산지역의 경우 경계에 위치한 광덕산 주변을 눈여겨볼 만하다. 또 행정중심복합도시 인근인 공주시 유구읍 마곡 일대는 땅값에 비해 투자가치가 높은 편으로 평가받는다. 기업도시로 선정된 충주권의 경우 국토의 중심으로 교통체계가 개선되는데다 지가수준도 타 지역에 비해 낮은 편이어서 관심을 가져도 좋다.서남해안 개발계획을 따라 송도, 영종도, 청라지구 등 경제특구를 둘러보는 것도 의미 있다. 이른바 J프로젝트, S프로젝트가 추진 중인 무안, 신안, 해남, 영암 등 서남해안지역은 정부의 기업도시 및 관광레저 활성화 계획에 따라 발전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곳으로 꼽힌다. 자연경관도 뛰어나 휴가를 겸한 재테크 여행으로 안성맞춤이다.여름휴가의 주인공인 강원도를 빼놓을 수 없다. 현재 공사 중인 서울~춘천~양양간 고속도로(152.4㎞)가 완공되면 교통사정이 나아지고 부동산가치도 함께 뛸 전망이다. 원주, 횡성은 기업도시로 선정된데다 청량리~원주 복선전철화가 2008년 마무리돼 ‘준수도권’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높다.뭐니뭐니해도 수도권 = 접근성과 자연경관이 빼어난 경기도 용인, 양평, 가평, 안성, 광주, 남양주, 옹진군(영흥도, 북도, 장봉도 포함), 김포, 강화군 일대를 권할 만하다.용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미개발지가 많은 원삼ㆍ백암ㆍ남사ㆍ이동ㆍ내사ㆍ외사ㆍ포곡면 일대가 전원주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양평지역은 남한강 조망이 가능한 양서면 대심리, 북포리 일대를 둘러보는 게 좋다. 숲과 계곡을 따라 전원주택지들이 개발되고 있는 용문면도 권할 만하다. 가평은 그동안 관심권 밖이었지만 곧 수도권전철과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서울 접근이 훨씬 쉬워지고 유동인구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도 벗어나 있어 거래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 또한 매력이다. 달전리 남이섬 부근이나 북면 도대리ㆍ적목리ㆍ백둔리ㆍ금대리 일대를 눈여겨보면 된다.